20년만에 방송 출연, 땀나던 걸요?








[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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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빠> 진행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과 아빠들 |
| ⓒ2006 교육방송 |
'아빠는 아이들의 가장 훌륭한 놀이터'
<교육방송>이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어린이 프로그램 <부비부비 빠빠>(이하 부빠)의 제작 컨셉트입니다. 그 말 속에는 아이들과 아빠의 놀이 시간이 엄마보다 다소 적고, 아빠의 근력이 필요한 놀이가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부빠> 출연을 신청했는데, 어느 날 덜컥 당첨이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리허설과 녹화를 하러 방송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난생 처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공동 주연(?)으로 등장했습니다. 80년대 초반 대입학력고사를 마치고 겨울방학 동안 <문화방송>의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이후 방송 카메라 앞에 섰으니, 대략 20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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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화 들어가기 직전 |
| ⓒ2006 교육방송 |
이런 감회도 잠시, 프로그램은 아빠들의 근육이 완전히 풀어질 정도로 확실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아이 열 명, 아빠 열 명과 진행자 두 명, 마스코트 두 명 등 총 스물네 명이 두 시간 동안 함께 뒹굴다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고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놀이는 농구공을 가지고 튀기기, 주고 받기, 점프, 골 넣기, 팀 대결 등으로 진행됐는데, 아빠의 땀을 요구한 것은 본 놀이보다 몸 풀기였습니다. <부빠> 주제가에 맞춰 아이들과 온몸을 비비고 트위스트를 추는 아빠들의 모습, 그러나 연출진에서는 좀 더 예쁘고 표정이 다양한 화면을 원합니다. 그래서 보통 두세 번은 같은 장면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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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공 주고받기 |
| ⓒ2006 교육방송 |
안무에 신경 쓰랴, 안 돌아가는 트위스트 스텝을 비벼대랴, 게다가 ENG카메라가 코앞에 들이닥치면 힘들어도 웃어야지, 정말 진땀이 안 나오고는 못 배기는 상황입니다. 가장 힘든 일은 사실 함박웃음을 짓는 일입니다. 얼굴 근육이 굳어서 웃는 모습 연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몸 풀기 할 때 안면근육 푸는 시간도 필요할 듯합니다.
공 튀기기, 주고받기 등 가족 개별순서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만 점프운동 시킬 때 아이를 허리높이 위로 수십 번 잡아 올리자니 어깨가 뻐근해집니다. 힘든 내색을 감추고 쓴웃음을 지으며 잡아주기 수십 번, 연출자의 '다시 한 번 가죠'라는 소리가 참 얄밉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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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뿌와 뿌뿌아빠, 빠빠와 빠빠아빠의 모습 |
| ⓒ2006 교육방송 |
마지막 순서로 다섯 가족씩 양편으로 나뉘어 '농구공 들고 달리다가 골대에 넣고 아빠랑 함께 돌아오기'란 무척 긴 제목의 게임을 했습니다. 출발선에서 아이와 농구공을 맞잡고 목표지점에 가서 아이가 공을 던지면 아빠가 골대를 움직여 골인을 시킨 후 출발 때처럼 돌아오는 경기입니다.
네 번 째 주자로 나선 저와 아이는 게임에 졌습니다. 상대 팀 아빠와 아이가 워낙 동작이 재빨라 이길 수 없을 뿐더러 우리 팀의 앞선 세 주자가 모두 이겨서 승부가 이미 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때문에 아이에게 두고두고 구박을 받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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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 팀경기인 농구공 들고 달리기. 출발부터 승부는 결정 난 듯 |
| ⓒ2006 교육방송 |
작은 아이는 녹화 비디오를 보면 내내 까르르 웃다가 이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아빠, 바보야!" 하고 토라집니다. 당시 상황을 몇 번 설명해도 소용없습니다. 아이의 승부욕을 채워주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리지만 질 때도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있음에 위안을 삼습니다.
정신없이 게임을 하다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흘러 녹화를 마칠 때가 됐습니다. 이렇게 흘린 아이들과 아빠, 제작진의 땀은 20분짜리 결정체로 변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15분부터, 토요일 오전 8시 55분(재방)에 방송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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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대팀은 돌아가고 있는 데, 이제야 골 넣기를하고 있는 모습 |
| ⓒ2006 교육방송 |
20년 전에는 모두 야외 전투장면에 동원된 엑스트라였지만 이번엔 첫 실내 세트에서 녹화를 하다보니 눈에 띄는 재미난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중 재미나고 안쓰러운 장면 하나가 마스코트 인형 속의 연기자들이었습니다.
면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더운 세트장에서 솜뭉치를 뒤집어 쓴 인형연기자들은 쉬는 시간이면 뜨거운 열기를 식히느라 지퍼를 열고 부채질을 합니다. 인형연기자들은 또 성우의 목소리에 맞춰 행동연기를 하기 때문에 타이밍 맞추는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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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경기에서 이긴 후 환호하는 모습 |
| ⓒ2006 교육방송 |
그런데 아이들이 신기한 듯 만지고 둘러보면 정신이 사나워지기 일쑤입니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더위 속에서 웃기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편, <부빠> 제작진은 유아와 함께 신나게 놀 준비가 되어 있는 아빠, 유아 앞에서라면 망가져도 좋다는 각오가 대단한 아빠, 평상시 잘 놀아주고 있는 모습을 만천하에 자랑하고 싶은 아빠, 그동안 못 놀아줬지만 앞으로는 잘 놀아주고 싶은 아빠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참에 한 번 신청해 보세요. 겨울방학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물론 높은 당첨 경쟁률은 염두에 두셔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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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작은 아이 |
| ⓒ2006 교육방송 |
/유성호 기자
덧붙이는 글<부빠>는 6, 7세 어린이와 아빠가 함께 출연할 수 있습니다. 출연신청은 <교육방송> 홈페이지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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