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내 비만의 비밀'..자전 에세이에서 체중에 얽힌 얘기 솔직히 털어놔


[쿠키스포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이운재(33·수원 삼성)가 자전 에세이 '이기려면 기다려라(도서출판 일리)'를 통해 자신의 체중에 얽힌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유난히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는 그는 한 때는 살과의 전쟁을 벌이느라 폐결핵까지 생겼고,요즘도 살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운재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살과 관련해 언급한 부분.
◇살과의 전쟁 탓에 생긴 폐결핵
1994년 6월 미국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나는 천국에 오른 기분이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최고 무대에서 뛰어본 그 짜릿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나는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우쭐해 했고,달라진 대접에 취했다. 이미 이룰 것 다 이룬 듯 행동했다. 도취의 나날이었다. 운동 밖에 몰랐던 나는 운동 바깥 세상의 달콤함에 빠져 들었다. 밤이면 혼자서 하던 줄넘기를 팽개치고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어떤 날은 밤새 흥청망청거렸다. 보통 대학생이면 꿈도 꿀 수 없는 돈을 술값으로 뿌리기도 했다. 대표팀 생활을 하며 받았던 수당은 나의 밤생활 밑천이 돼 주었다. 그라운드는 잊은 지 오래였다. 자만과 도취는 열린 줄 알았던 나의 시대를 닫고 있었다.
몸은 거짓말을 안한다.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일 수도 없다.…나는 1994년 10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러시아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은 살을 빼고 오면 대표팀에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바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좀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에는 손가락을 입안에 집어넣어 억지로 토해 내기도 했다. 한때 93킬로그램이 넘던 체중을 10킬로그램 가까이 빼며 나는 다시 애틀랜타 올림픽대표팀에 뽑혔다.
…1996년 3월 콸라룸푸르에서 벌어진 96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아마도 영원히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당시 나는 처절했던 '살과의 전쟁'을 거의 마무리하던 무렵이었다.…귀국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병원 진단 결과는 폐결핵 3기 초반. …병원 문을 나서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살을 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 노력한 결과가 바로 이런 것인가….93킬로그램까지 살이 찌도록 몸 관리를 하지 못했던 내가 미웠고,비쇼베츠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몸을 혹사시킨 내가 한심스러웠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도 살 빼라는 얘기를 들었다
2001년 1월 홍콩 칼스버그컵을 끝내고 귀국할 때 히딩크 감독은 나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해왔다 "운재! 살 좀 빼지 그래!" 체중이 문제였다. 비쇼베츠 감독 시절 체중감량을 지나치게 하다 폐결핵까지 걸렸던 아픈 기억이 있었지만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때는 상무 소속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훈련량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나는 통상적인 훈련을 소화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많이 했고,야간 줄넘기까지하며 살과의 전쟁을 벌여 나갔다.
2001년 4월 LG컵 이집트 4개국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나는 5킬로그램을 감량하고 합류했다. 히딩크 감독과 핌 베어벡 코치는 놀라워했다. 어느 날인가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모인 자리서 "운재는 프로다. 정신상태가 돼 있다. 그는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선수"라며 나를 칭찬했다. 5킬로그램의 감량이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 "감량할 필요는 있지만 무리하지 말라"
솔직히 체중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흔히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체질을 가졌다. 살이 쉽게 찌는 것은 집안 내력이다.…내가 음식조절을 못하고 운동량이 부족해서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이다. 사실 나는 밥을 반 공기 정도 밖에 먹지 않는다.… 최근엔 저녁 7시 이전에 저녁식사를 마치려 한다.…살은 뺄려면 얼마든지 뺄 수 있다. 그러나 K리그 시즌중에는 무작정 뺄 수도 없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나와 첫 미팅 때 한 가지 특별한 당부를 했다. 바로 나의 체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체중을 줄일 필요는 있는데 그렇다고 무리한 감량을 하지마라. 체중문제에 대해 언론에서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언론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2006독일월드컵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살을 빼도록 해라." …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따뜻한 충고에 용기를 갖게 됐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s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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