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부들 떨어서 그래서 부들?

2005. 10. 22. 16:1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 야생습지에는 애기부들이 지금 한창입니다....부들은 수질환경개선에 큰몫을 합니다. 부들이 자라고 있는 곳은 희망이 있는 곳입니다.
ⓒ2005 김현자

꽃가루받이를 할 때 부들부들 떨어서 부들?,부드러워서?

"와~ 소시지다!" 앞서 가던 아이가 탄성을 질렀습니다. 제가 자란 곳에는 습지가 그다지 없어서 사진 속에서, 혹은 언뜻 스치는 풍경으로 만나는 부들은 막연히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도시생활을 하며 특별히 볼 기회가 없었는데 며칠 전 난지도 노을공원에서 만난 부들은 참 반가웠습니다. 가까이에서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보며 만날 수 있었던 부들이었습니다.

'부들부들 부드럽다? 그래서 부들?' 그런데 어떤 자료에는 '꽃가루받이를 할 때 부들부들 떨어서 부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풀과 나무이름을 알아 가다보면 입가에 미소 짓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들이란 이름에 들어있는 두 가지 뜻이 모두 나름으로 재미있으며 부들의 특성이어서 더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 "와~! 소쎄지다!"
ⓒ2005 김현자

"술을 마시고 함께 좋은 차까지 맛보며, 부들방석(蒲團)에 앉으니 말이 필요 없네"-이규보(李奎報)

언젠가 이 부분을 읽다가 '왜 하필 부들방석이지?'라며 약간 의아했는데 이젠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일반자리에 비해서 포근하여서 부들방석일까? 이규보가 살 당시에 그만큼 널리, 쉽게 쓰여서 소박한 삶의 여유로써 부들방석일까? 부들을 통하여 역사 속에서 만나던 한사람을 좀 더 알아보는 계기 또한 좋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부들 잎을 만져 보았습니다. 만져보기 전까지는 손을 벨만큼 억세 보였는데 생각보다는 억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가다가 아이들이 함부로 만지는 것은 말렸으면 합니다. 어린 부들 잎은 식용도 가능하다지만 독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자칫 손이 베일수도 있으니까요.

부들 잎은 갈대 잎보다 부드러워서 여름에 베어두었다가 생활용품을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돗자리, 방석, 거적, 뜸(물건이나 햇빛을 가리는 것), 도롱이(비올 때 우산대신 쓰는 것), 부채, 짚신 등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들로 만든 돗자리는 부들자리 혹은 늘자리, 포석(蒲席)이라 하였으며, 방석은 부들방석, 포단(蒲團)이라 했다는 자료가 보였습니다.

▲ 애기부들이 씨앗을 퍼뜨리는 과정. 다소 무뚝뚝해보였던 부들이었는데 이번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좀 더 많이 관심두고 알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005 김현자

요즘에는 꽃꽂이용으로도 인기가 많아서 화원에서 판매되기도 하는데 어떤 조치를 하여 판매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자연 상태의 부들은 어느 날 갑자기 열매가 툭 터지면서 솜뭉치 같은 것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솜뭉치를 보면 작고 까만 씨앗이 묻어 있습니다. 호기심만으로 부들 몇 개 꺾어와 집에 걸어 두고 미처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날아다니는 솜뭉치에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 애기부들 길다란 잎에 낙엽이 스미는 모습이 신기하지 않나요?
ⓒ2005 김현자
▲ 노을공원에서 실컷 볼 수 있었던 부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애기부들인데 부들과 애기부들을 통털어 그냥 부들이라고 부릅니다.부들은 부득이, 잘포라고도 부른다는 군요
ⓒ2005 김현자

부들의 특성

부들은 대체적으로 크게 자랍니다. 종류로는 부들, 애기부들, 좀부들이 있다는데, 소시지 모양의 열매나 전체적인 키로 구분할 뿐 부들과 애기부들이 크게 다른 점은 없지 싶네요. 그러나 여름에 꽃이 피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무언가 분명 다른 것'을 구분해보고 싶습니다. 부들과 애기부들은 쓰임새나 생김새, 특성이 거의 같아서 일반적으로 둘 다 그냥 부들이라고 부르는데 좀부들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길게 자라는 부들이어서 열매 또한 길쭉합니다. 일반적인 꽃들에 비하여 이런 식물들의 꽃모습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부들이나 애기부들이 다년생풀인 것에 비하여 좀부들은 일년생 풀이라는군요. 또, 식물 이름 앞에 '좀'자가 들어가면 일반적인 것에 비하여 좀 작다는 의미로 생각해 볼 때 작지만 특성이 부들과 비슷한 식물이 좀부들이지 않을까.

▲ 억새와 줄입니다. 줄이 맞나요? 억새와 갈대, 그리고 줄. 이런 습지식물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2005 김현자

부들도 꽃을 피운다는 것은 당연한데 꽃을 피운다는 것이 좀 어색한가요? 꽃가루는 지혈제 등으로 널리 쓰였다는군요. 요즘에는 강이나 연못 등의 수질정화용으로 많이 심어지는 것이 부들입니다. 부들이나 부레옥잠같은 수생식물들은 수질정화는 물론 수서곤충이나 작은 어류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일부러 많이 심어지죠. 부들은 특히 일본에서는 중금속을 흡수하는 식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키가 크게 자라고 잎마저도 날카로워 보였던 부들의 부드러운 속성이 놀랍습니다. 막연히 멀리 생각했던 부들과의 만남이 뜻밖에 많은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부들이 자라는 곳은 희망이 자라는 곳이라는 것을.

아직은 여러모로 미숙한 난지도 노을공원입니다.

▲ 뱀딸기 알지요?뱀딸기는 눈을 아래로 두어야 볼 수 있는 것중 하나입니다.가을이어서 그런지 꽃봉오리와 열매는 선명하였지만 열매는 와이셔츠 단추크기로 아주 작았습니다.
ⓒ2005 김현자
▲ 붉은토끼풀과 붉은잎유홍초(위) 서양등골나물과 갈대.외에도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2005 김현자

도시의 발전과 산업화에서 오는 쓰레기매립이 시작되기 전의 난지도는 1960년대에는 소풍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많았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산수화가 겸재정선도 난초와 지초가 많은 섬으로서 아름다운 난지도를 그렸다고 합니다. 난지도에 대한 자료는 생각보다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요즘 들어 새롭게 알게 된 난지도의 역사(?)입니다. 막연히 '쓰레기'라는 인식이 앞섰던 난지도가 새롭습니다.

난지도 하늘공원이나 노을공원은 생태적으로는 아직 걸음마에 불과하며 미숙합니다. 십 수년 전 난지도 옆을 지나다보면 위에는 쓰레기 더미인데 그 아래로는 싸리꽃이 피었으며 민들레나 개망초처럼 아주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풀꽃들이 꽃을 당당하게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이 참 신기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쓰레기 발생자로서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막연한 부끄러움 같은 것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 애기부들, 억새, 갈대,줄과 같은 습지식물은 물론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2005 김현자

며칠 전 난지도 환경과 관계있는 분과 이야기 나눌 일이 있었는데, 최근에 난지도에는 황조롱이나 꿩이 날아들며 맹꽁이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또한 연날리기대회장소로 유명한 노르망디 해변보다 훌륭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노을공원 주변에 불빛이 없어서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별자리 관측이 가능하다고도 합니다. 해발 100미터의 분지인 쌍둥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생태적인 한 쾌거일 수도 있습니다.

▲ 노을공원의 가을빛입니다. 다시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여러모로 미숙한 노을공원입니다. 그러나 척박한 땅에 가장 먼저 날아드는 식물들이 단풍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풀에 스며든 단풍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2005 김현자

정치 행정적으로 귀 밝은 사람들은 난지도 골프장과 행정, 정치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말하며 골프장으로서의 합리성을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시민들로서는 그런 사실을 낱낱이 알 수도 없으며 막상 지금의 진실도 훗날 오점으로 밝혀지기도 예사이고 보면, 글쎄요? 어찌됐든 빌딩 숲 사이에 이만한 넓은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제든 맘 편하게 놀러 갈 수 있다는 것이 설렘 같은 것 아닌가요?

어떤 이유로든 일단 환경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나면 되돌리기까지는 막대한 비용과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멀리, 미국의 자연재해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시화호나 새만금은 아직도 우리들의 화두입니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생태, 도시 발달사 등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장으로 높은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큰 돈 들이지 않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활용가치가 높지 않을까요.

난지도의 식물생태 현황

2002년 공원 조성 이후 자체 조사결과 93과 431종(식재 125종)이 조사되었으며, 매립지 일대 식재공사로 인한 자생종 증가, 외래종이입등으로 급속한 종다양성을 보이고 있으며, 반면 전체귀화율(25.5%)은 과거와 비교하여 점진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난지도의 식물상은 매립지의 토양특성, 식생 제한요인등으로 매립지에 적응력이 뛰어난 초본류,덩굴성 식물등 귀화식물이 우점하고 있으며, 특히 매립지 사면지역은 아까시 나무, 버드나무,가중나무등 일부 목본류 위주의 단순한 층위구조 이루고 있어 안정된 숲으로 식생천이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것으로 예상된다.<난지도의 식물상 안내표지판에서 발췌>

/김현자 기자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