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렸을 때 보던 만화는 말이야..

[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 세트로 꾸민 옛날 만화방 ⓒ2004 김대홍 많은 어른들이 종종 잊는 사실이지만 그들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만화를 보았거나 만화 주인공들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골프・술・직장・낚시 이런 것을 갖고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만화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부천시 종합운동장 내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은 이런 점에서 매력적인 가족나들이 장소다.
2001년 10월 12일 개관한 한국만화박물관의 소장품은 모두 2641점. 일제시대나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주로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작품이 주를 이뤄 지금 어른들이 향수를 느끼기에 아주 좋다. 총 495평 면적에 자료관・전시관・체험관으로 구분된다.
▲ 만화가가 작업하는 풍경 ⓒ2004 김대홍 ▲ 편집자가 독촉하면 작업속도가 빨라진다는 설명이 재미있다. ⓒ2004 김대홍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세계 최초의 4컷 만화로 추정되는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호랑이가 소에게 덤벼들었다가 힘에 부쳐, 다시 사람에게 달려드는데 역시 힘에 부치는 광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호랑이의 수난"으로 읽을 수도 있는 이 작품은 호랑이의 우스꽝스런 모습과 호랑이의 출현을 보고도 우두커니 구경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척 재밌게 그려놓았다. 정확한 작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단지 17세기 중기 작품으로 추측할 뿐이다.
이후부터는 시대별로 대표적인 만화책이 전시돼 있다.
1938년 이난방의 <수남의 꾀병>이 수록된 <가정지우>, 한국 최초의 SF만화인 1952년 작 최상권의 <헨델박사>, 정파의 <하얀쪽배>와 송방의 <외눈백이 범>이 수록된 1958년 판 <만화 소년소녀>, 1972년 <일간스포츠>에 실려 성인만화의 장을 연 고우영의 <삼국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1976년 작 윤승운의 <요철발명왕>이 대표적. ▲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현세, 고행석의 작품들 ⓒ2004 김대홍 시대별로 분류가 돼 있기 때문에 설명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굴곡 많은 한국만화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시기는 최초로 우리 만화책이 등장했다. 1950년대 후반에는 노점이나 서점에서 만화책이 주로 팔렸다. 60년대는 50년대 후반 등장한 만화방이 꽃을 피운 시기로 산호의 <라이파이>, 김경언의 <왕>과 같은 인기 장편만화가 등장해 만화방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만화박물관 최미영씨는 "1960년대는 어린이만화의 전성기로 라이파이 등은 지금 봐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최미영씨는 TV나 라디오와 같은 매체가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민에게 위안을 주는 유일한 매체라는 점도 만화가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인다.
▲ 태권 V 조종석 세트 ⓒ2004 김대홍 1960년대 후반은 한국만화가 어려움에 부닥친 시기다. 거대출판사가 등장해 만화를 독점 공급하고 이로 인해 질 나쁜 만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1970년대는 60년대에 비해 걸작이 줄어든 시기로 평가받는다. 70년대의 특징은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과 같은 아동교양지의 번성이다.
80년대까지 꾸준히 성장하던 한국만화는 90년대 이후 급격히 쇠퇴한다. 만화잡지도 폐간되고 활력도 줄어든 것. "앞으로도 이런 침체에서 쉽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는 게 최미영씨의 생각이다.
한국만화 일대기를 훑고 나면 본격적으로 전시물을 구경할 차례다.
▲ 길창덕 작품생활 50주년 기획전 ⓒ2004 김대홍 역사만화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 우리말 사전을 옆에 끼고 사는 것으로 유명한 이두호 작가가 사용하던 <새국어사전>을 비롯해 60년대 인기만화가인 박기정의 <도전자> 표지 모음집, 1980년대 최고 작품인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들을 볼 수 있다.
만화가의 작업과정을 묘사한 벽그림도 재미있다. 펜・연필・컵・자 가 책상 위에 군데 군데 놓여 있고, 우측 위에 놓인 전화기 위에는 편집자의 독촉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마감 임박시 그림속도를 몇 배나 빨리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라는 설명문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대체로 소장품이 많지는 않다. 과거 만화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만화가들조차도 작품 소장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 소장품을 구하기 위해 많은 만화가들을 만난 최미영씨는 "대부분 만화가들이 작품 소장을 거의 안 하더라"고 이야기한다.
▲ 무대에 서면 모니터 만화 그림에 자신의 모습이 합성되는 사진 공간 ⓒ2004 김대홍 매번 기획전시가 열리는데 이 날은 길창덕 50주년 작품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97년 폐암선고 이후 모든 작품 활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이날 전시회는 오랜만에 길창덕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꺼벙이> <순악질여사> 등 그의 인기 만화 주인공들과 만화장면들이 전시돼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품원고와 펜도 전시품 중 하나. 97년 이후 작품활동을 중단했다가 기획전을 맞아 일부러 그린 대형 그림 몇 점도 천정에 매달려 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낯익은 음악이 귓가를 간질일 것이다. "빰빠라빰빠빠~빰빠라빰빠라"하는 음악을 따라가 보면 그 곳에는 우주선 조종석 같은 설치물 위에 모니터 세 개가 붙어 있고 영상이 흘러나온다. 바로 로버트 태권V 조종석. 1분 정도 짤막한 영상물이 상영된다.
▲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학습 공간 ⓒ2004 김대홍 옛날 대본소 시절 인기를 얻은 만화방 세트장도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곳. 벽쪽에 만화책이 전시돼 있고, 가운데에는 연탄 난로가 활활 탄다. 한쪽에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주인 아저씨가 있다. 최미영씨는 "요즘 어린이들은 연탄 집개를 몰라서 "이게 뭐예요"하고 묻는다"며 달라진 시대를 전해준다.
전시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만화열람실이 기다린다. 1000권 이상 책이 비치돼 있는데 남산 만화박물관을 가 본 이들에게는 실망스런 수준이다. 1천권이라는 책 숫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고, 책이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시리즈로 나오는 책은 몇 권만 듬성듬성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공간은 체험실. 만화 등장인물을 만들거나 그리며 직접 만화를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그림 그릴 나이가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스티커 붙이기도 운영하고 있다. 작품을 만들고 나면 가져갈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 1천여권의 만화가 비치된 만화열람실 ⓒ2004 김대홍 이외에 만화 검색실, 만화를 배경으로 모니터에 합성된 모습 사진 찍는 곳, 상품가게, 애니메이션 상영관을 운영한다. 전체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놨고, 한국출판만화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그러나 소장품 수가 한국 최고의 출판만화박물관이라는 이름에 비해 적고, 열람실 공간이 부족한 편이다.
최미영씨는 "아직 공간 문제 때문에 소장품 3천여점이 전시되지 못한 상태"라며 2006년 만화진흥원(가제)이 완공되면 소장품도 많아지고 체험공간도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한국만화박물관을 운영하는 부천만화정보센터(이사장 이두호)는 1월 3일부터 겨울방학특강 제10회 신나는 만화교실을 개최한다. 어린이 초중급반 각각 20명과 청소년반 15명을 대상으로 만화창작 기초이론과 체험실습, 작품제작을 실시한다. 청소년반은 1월 10일부터 20일까지며 학생들이 그린 작품은 작품집으로 발간된다. 2월 5일에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032-614-3745. 16일부터 추억의 만화영화전 똘이장군, 마루치 아라치 등 ▲ 16일부터는 1960~80년대 만화영화를 상영하는 "추억의 만화 영화전"이 열린다. 1967년작 "호피와 차돌바위"에서부터 "홍길동 장군" "마루치 아라치" "로보트 태권브이" 등 초창기 애니메이션 포스터 30점과 영상자료가 함께 전시될 예정. 또한 호피와 차돌바위(1967), 77단의비밀(1978), 전자인간337(1977),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 똘이장군(1979), 별나라삼총사(1979) 등 애니메이션 여섯 편이 20분 안팎으로 편집돼 매일 오전 11시~오후 4시 반복 상영된다.
이들 작품들은 30대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인기작들. 호피와 차돌바위는 한국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의 후속편으로 현재 남아있는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소파 방정환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77단의 비밀"은 독립투사들의 활약을 그렸고, "전자인간337"과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애니메이션계의 대부 임정규의 작품이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MBC 라디오에서 방송된 인기 드라마 "마루치 아라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전자인간337은 마루치 아라치를 토대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반공영화로 유명한 "똘이장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넓혀준 "별나라 삼총사"도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 김대홍 /김대홍 기자-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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