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퀴를 가진 자전거 "미니벨로"

2004. 6. 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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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 접이식 미니벨로를 접은 모습. 큰 아령 하나 들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무게다. ⓒ2004 김대홍 6월 13일, 여의도광장 1번 출입구에 낯선 자전거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누워서 타는 자전거인 리컴번트 바이크(recumbunt bike)를 비롯, 접으면 택시 뒷좌석에도 쏙 들어가는 접이식 자전거, 핸들이 고정돼 있지 않아 균형잡기가 힘든 로데오 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들이 모여든다.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나타난 이가 있는가 하면, 소풍가는 복장으로 나타난 이도 있다.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은 흡사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동기생들처럼 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24인치 이하의 작은 바퀴를 가진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것.이들은 미니벨로 동호회 <아이 러브 미니벨로(cafe.daum.net/MINIVELO)> 회원들. 운영자 백준석씨는 "지난해 9월 처음 모임을 시작해 매번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 가량 모임에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미니벨로 동호회지만, 산악용 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일반 자전거 등 다양한 자전거가 함께 한다.

바퀴와 몸집이 작은 미니벨로는 휴대가 간편한 게 장점. 지하철에도 가져갈 수 있고(일반 자전거는 지하철에 태울 수 없다. 가로, 세로, 높이 더해서 158cm 이하가 제한선이다.) 택시 뒤에도 실을 수 있다. 접이식 미니벨로의 경우, 크기가 2분의 1 내지 3분의 1 정도로 더 줄어드는 마술을 부린다.

무게도 보통 12kg에 불과하며, 가벼운 것은 6, 7kg 정도에 불과하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이동시 사람들에게 위협감을 주지 않는 것도 큰 장점. 접기도 무척 간편하다. "트랜지트 콤팩트(Transit Compact)"라는 미니벨로는 1초만에 접는 시연이 현장에서 펼쳐졌다. 속도나 이동성 면에서도 웬만한 자전거 못지 않다.

▲ 누워서 타는 미니벨로. 일명 리컴번트 바이크로 불린다. ⓒ2004 김대홍 박성훈씨는 자전거 세계 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게, 미니벨로라고 말한다.

"영국의 몰턴이란 자전바퀴의 미니벨로인데, 82km를 기록했어요. 몰턴은 10kg가 넘지만, 이보다 가벼운 자전거도 많습니다. 일본의 브리지스톤(Bridgestone)社에서 나온 트랜지트 수퍼 라이트(Transit Super Light)는 7.2kg, 파나소닉의 트랭클6500은 6.5kg, 튜닝을 하면 5kg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전문적인 단어를 곁들이며 청산유수처럼 설명을 쏟아내자, 옆에서 역시 "영업사원이라니깐"이라며 그의 별명을 부른다.

이들이 미니벨로를 알게 된 것은 대부분 만화 때문. 일본 만화에 자전거를 소재로 한 만화가 많고, 특히 자전거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만화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필독서라고. 미니벨로 마니아들은 동시에 만화 마니아이기도 한 셈이다.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는 이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1시간 이내의 거리는 기본이며, 상암동에서 강남 코엑스, 충무로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는 이도 있다. 상암에서 코엑스 구간은 1시간 40분, 충무로에서 김포공항까지는 1시간 15분 걸리는데, 오히려 버스보다 더 빠르다고. ▲ 운영자 백준석씨가 미니벨로를 접기 전의 모습. ⓒ2004 김대홍 유승훈씨는 과거 일산에서 김포공항까지 출퇴근했다고 이야기한다. 6년간 MTB를 타다가, 지난해 미니벨로를 타기 시작해, 이제 미니벨로 경력 1년째다. 박준석씨가 "이번주 토요일 서울에서 강화도까지 자전거를 타고갈 계획인데, 미니벨로를 타고 가장 멀리 가는 여행일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옆에서 누군가 반론을 제기한다.

"아니야. 강촌까지 간 적도 있어. 서울에서 강화까지는 50km, 강촌까지는 80km야."접이식 미니벨로를 타고 다니다 생긴 에피소드도 많다. 백준석씨는 미니벨로를 접어서 버스에 타는데, 운전기사가 "자넨 멀쩡한데, 왜 휠체어를 타고 다니나"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니벨로를 접은 걸 보고, 갑자기 촬영당한 적이 있었는데 찍은 이가 장애인협회에서 나왔던 적도 있었다고.가격은 3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다양한데, 대부분 온라인에서 구입하며, 중고용품을 구입하는 이도 많단다. 이때 누군가 "4만원짜리도 있다"고 끼어든다. 깜짝 놀라 4만원짜리를 어디에서 파냐고 물어보자, "신문정기구독할 때 끼워주는 것은 4만원"이란 귀에 솔깃한(?) 답이 돌아왔다.

이들이 미니벨로를 타는 목적은 다양하다.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살을 빼기 위해 타는 이들도 있다. 여행목적으로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어떤 이들은 장보러 갈 때도 미니벨로를 끌고 간다고. 백준석씨는 "미니벨로가 워낙 부담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앉으면 내리기 싫어서 잠도 자전거 위에서 자고, 심지어 술도 안장 위에서 마신다"고 넉살을 떨었다.

▲ 미니벨로를 접기까지 1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백준석씨는 다리 하나까지 올리는 여유를 부렸다. ⓒ2004 김대홍 인간의 신체균형이란 측면에서 미니벨로가 매우 필요한 기구라는 해석도 있다. 안양시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고 있는 임상혁씨가 그러한 점을 지적한다.

"사람들이 자동차 운전을 많이 하고, 사무실 업무를 많이 하게 되면서 하체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보세요. 이런 불균형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회원들 중에는 자전거 타기를 사회운동 차원에서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이가 이창용씨. 매월 셋째주 토요일 4시 광화문에서 모여서 녹색교통운동과 함께 캠페인을 벌인다. 자동차가 점령한 도로를 자전거에게 돌려주라는 것이 그들이 내거는 구호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우측 차선으로 달리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 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저희들이 단체로 모여서 달리는 것입니다. 자전거가 단순한 레저용 수단이 아니라 엄연한 교통수단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2시에 모여서 3시에 출발하기까지 1시간 동안 기다리면서도 이들은 내내 흥겹게 떠들었다.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도 무척이나 적극적이었고,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의 유쾌한 모습은 인터뷰하는 시간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돼있는 사람, 미니벨로만 있으면 세상 어디나 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들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접이식 미니벨로 중에는 밀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있다. "잔디 깎는 기계 같다"고 하자, "맞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2004 김대홍 /김대홍 기자 (bugulbugul@empal.com)-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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