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제대로 볼 수 없다

▲ 녹엽정 뜰에서의 결투 장면 ⓒ2003 영화방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 <재키 브라운>으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네 번째 작품 <킬 빌>이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이에 이 영화의 수입사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심의를 취하하고 판정의 주요 원인이 된 피가 분출하는 장면과 내장이 튀어 나오는 장면 등 약 10초 분량을 수정, 다시 심의를 신청했다.
<킬 빌>은 여성 암살단(Deadly Viper Assassination Squad) 조직의 보스였던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 역)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결혼식 날 결혼식장에 참석한 가족 모두가 살해당하는 참살극으로 시작한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더 브라이드"가 5년 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참살극을 벌인 새로운 보스 "빌"과 대원 4명에 대한 복수 리스트를 작성한 후 잔혹한 복수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 <킬빌>의 우마 서먼 ⓒ2003 영화방 총 상영시간은 3시간, 촬영에만 155일을 소요했다는 <킬 빌>은 1부와 2부로 나눠 1부 개봉 이후 6개월 후에 2부가 개봉될 예정이다. 멀티 느와르 액션 <킬 빌>은 "매그넘 컬러 액션"을 표방, 쿵푸 영화, 사무라이 영화, 이탈리아 스파게티 웨스턴 등 무술영화에 대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오마쥬이다.
▲ 녹엽장을 나가는 군중속의 우마 서먼 ⓒ2003 영화방 <킬 빌>의 시사회가 지난 5일 열렸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의 액션 장면을 위하여 <매트릭스>, <와호장룡>의 무술을 안무한 "원화평"과 일본 사무라이 액션의 대가 "소니 치바"를 기용 무술 안무를 했다고 한다.
"소니 치바"는 "더 브라이드"에게 사무라이 검법을 가르치고 복수를 위해 사무라이 명검을 주는 스승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에서 금발의 사무라이 검술로 화면을 압도하고 있는 주인공 "더 브라이드"역의 "우마 서먼"을 출연시키기 위해 그녀의 결혼과 임신, 출산 등 9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 <킬빌>의 루시 루 ⓒ2003 영화방 영화는 텍사스에서의 복수 리스트 2번을 살해한 후, 동경으로 가 리스트 1번인 중국계 일본인 "오렌 이시"(루시 루 역)를 찾아 화려한 사무라이 무술의 복수극을 펼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오렌 이시"가 어렸을 때 야쿠자에게 처참하게 부모를 살해당하고, 부모의 복수를 위해 "데들리 바이퍼"에 가입하게 되는 그녀의 성장사는 애니메이션 시퀀스로 처리해 처참한 살해 장면의 충격을 완화시켰다.
<킬 빌>은 액션 영화이지만 고도의 미적 감각을 연출하고 있다. 타란티노는 다양한 피의 색깔을 연출하기 위해 직접 피의 색을 조절했으며, "더 브라이드"는 복수를 할 때 꼭 짙은 노란 색의 옷을 입고 등장하기도 한다. 마지막 클라이맥스, 나이트 클럽 녹엽정에서 "오렌 이시"와 대결할 때 입은 의상이 바로 이소룡이 <사망유희> 때 입었던 노란 트레이닝복과 같다. "더 브라이드"를 살해할 때 입었던 데들리 바이퍼의 복장은 전원 블랙이었고, "오렌 이시"는 흰색의 기모노 차림으로 "더브라이드" 와 결투를 벌여 색의 대비를 극대화 했다.
▲ <킬빌>의 녹엽정 결투 ⓒ2003 영화방 특히 "오렌 이시"가 거느린 100여명의 무사들과 잔혹한 격전을 벌인 후 등장하는 한 장의 종이문은 관객을 눈 덮인 녹엽정 뜰로 안내한다. 이 곳에서 벌어지는 하얀 옷의 "오렌 이시"와 노란 트레이닝복의 "더 브라이드"의 결투는 너무나 아름답다.
마지막 승부에서 하얀 눈 위로 떨어지는 "오렌 이시"의 검은 머리칼 더미도 끔찍하기보다는 흰색과 검정, 붉은 색이 완벽한 대비를 이루어 처절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 <킬빌>의 녹엽장 대 격투 장면 ⓒ2003 영화방 나이트 클럽 녹엽정에서의 격투신은 100명이 넘는 무사들을 살해하는 처참하고 잔혹한 장면이기는 하나 우리나라 판은 일본과는 달리 칼라로 처리하지 않고 흑백으로 부분을 처리하여 충격을 완화하였다.
머리가 잘려 나가는 장면이나, 팔이 통째로 잘려나가는 장면, 피가 사방으로 튀는 장면, 피로 물든 실내 풀 등 끔찍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피의 농도를 선붉은 색이 아니라 자주빛으로 대신하거나 파스텔 톤으로 처리해 충격을 완화시킨 화면하며, 전편에 흐르는 코믹한 터치로 삭제 없이 국내 상영이 가능할 것처럼 보인 터라, 등급위의 "제한상영가" 판정은 의외였다.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애조어린 음악(쟝피엘의 외로운 양치기)도 잔혹함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는데도 말이다. 등급위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무술영화에 대한 오마쥬"라는 깊은 뜻을 몰랐을까? 아니면 심의 조항에만 너무 충실했던 것일까? 영화의 스타일을 제대로 평가할 줄 아는 안목의 부족함이 아쉬울 뿐이다./임순혜 기자 (smccc@hitel.net)<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임순혜 기자는 현재 KNCC 언론위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 크리스챤아카데미<미디어교육센터 운영위원>으로 전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전 방송위원회제2보도, 교양심의위원을 지낸 바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혜훈, SNS 삭제 나섰지만... "윤어게인에 고위직? 광장 배신한 것"
- 국회 안 오고 '쿠팡 판촉 쿠폰' 돌리는 김범석... 국민이 호구인가
- "현대판 매관매직" 특검이 김건희 '뇌물죄' 아닌 '알선수재' 택한 까닭
-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간 날, 그 앞에서 108배 한 유가족
- 누군가 아직 울고 있습니다
- '골드바 지급-무료 해외여행' 서울 중앙농협 결국 '제재'받았지만…
- 뉴진스 완전체 아닌 다니엘 빠진 채 복귀한다
- "김병기, 배우자 '업추비 유용' 알고도 은폐"... 녹취 공개
- 김종인 "이혜훈 장관 발탁은 획기적... 국민의힘 제명은 옹졸"
- 김지은 "안희정 성폭력 2차 가해자 직위해제 해야"... 당사자 "사직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