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축구교실" 만들고, 여자실업팀 늘려야"

▲ 제 3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 중학부 축구선수들의 경기장면(제주 표선 운동장) ⓒ2003 윤형권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 여자 월드컵(fifa women"s world cup)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브라질(6위), 노르웨이(2위), 프랑스(9위)와 함께 예선 B조에 편성되었으며 오는 9월 22일 오전 3시15분 미국 워싱턴 D.C의 RFK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1차전을 치른다(괄호 안은 세계랭킹).국민들은 2002년 남자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축구혁명의 감동’을 다시 한번 월드컵 여자축구대표팀이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하면 연혁이나 선수, 지원금, 팀 수 등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하다. 2개의 실업팀이 있고 대학부, 고등부, 중학부, 초등부 합해 70여개 팀이다.
다음은 충청남도의 여자축구팀 현황을 통해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방안을 알아보았다.
충남의 여자축구팀은 현역 여자국가대표선수 성현아(대교)를 배출한 충남 인터넷고(구, 연산상고), 강경여중, 연무 중앙초 등 각 한 팀씩이다.
2002년 4월에 창단한 연무 중앙초 여자축구부는 18명인데, 4-6학년으로 구성되었다. 이 학교는 4-6학년 여학생수가 약 180여명 정도니까 10명중 1명꼴로 축구선수인 셈이다. 그런데 2명은 천안에서 축구유학을 온 학생들로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여자축구선수로 육성하자니 충남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여자축구부가 있는 연무 중앙초로 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연무 중앙초 여자축구부 코치를 맡고 있는 신화현(37)씨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현역 국제심판이다. 신 코치는 우리나라 여자축구 1세대인 것이다. 전남 무안이 고향인 신 코치는 그저 축구가 좋아서 연고가 없는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즉, 축구하고 결혼한 셈이다. 신 코치는 턱없이 낮은 보수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팀의 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울산과학대를 졸업한 후배 김영주씨를 보조 코치로 영입하여 박봉을 나눠 쓰고 있다.
신 코치는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며 ‘꿈을 꾸고 있다’ 고 한다. 신 코치가 그 꿈을 이루는 날이 한국 여자축구도 ‘꿈을 달성’하는 날이라고 한다.
“어느 종목이든 잘되려면 피라미드 구조로 선수 층이 형성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선수들이 많은 게 바람직한 거지요.”그러나 초등학교 여자축구선수를 확보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첫째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문제이고 둘째는 학교당국의 관심, 셋째는 여학생들의 축구선수에 대한 인식이 문제라고 한다.
“충남처럼 각 시군이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선수 선발을 하자니 기숙사를 마련해야 하고 또, 기숙사가 있다고 해도 초등학생을 부모품안에서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사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여자축구가 발전하려면 ‘이기는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가 되어야 합니다. 엘리트 팀은 팀을 유지 하려면 좋은 성적을 내주어야 하고 또 그러자니 무리하게 훈련을 해야 합니다.”신 코치의 지적은 비단 여자축구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운동부 모두 해당된다. 신 코치는 한국 여자축구가 초기 단계인데 처음부터 선진국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고 한다.
“초중학교 여자축구는 클럽으로 해야 합니다. 시군단위, 구 단위로 클럽을 조직하여 재미있고 자발적인 클럽활동을 통해 배출된 우수한 학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선수로 활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클럽은 많은 학생들을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꼭 이겨야 하는 부담도 적으니까 선수, 학부모, 지도자가 마음 편히 축구를 할 수 있지요. 자꾸 학교체육으로 하려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올해 연무 중앙초를 졸업한 5명의 선수들은 연무에서 20km 떨어진 강경여중에 입학했다.
▲ 강경여중 김규태 감독 ⓒ2003 윤형권 강경여중 김규태(47・체육교사)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의 산실역할을 한 사람 중의 한명이다. 김 감독은 1993년 현재의 충남 인터넷고등학교 여자축구부를 창단했고 3년 전 강경여중에 부임하면서 여자축구부를 창단했다. 또 지난해 연무 중앙초 여자축구부를 창단하는데 김 감독의 역할이 컸다.
“선수 한명을 확보하기 위해 500km를 뛰어야 합니다. 1-3학년까지 학년 당 7-8명은 되어야 하니까, 선수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겠죠?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육성해서 중고등학교로 연계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전국적으로 여자중학교 축구팀이 22개 정도 있다. 이 팀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는 첫째가 선수확보, 둘째는 자금지원이다.
강경여중의 경우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충남 각 지역에서 선수를 데려온다. 그래서 기숙사를 운영하는데 그러다보니 팀 운영비가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자금마련이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오정근(56) 교장의 적극적인 후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강경여중 출신 중에 탤런트 강부자씨(6회 졸업), 김화중 복지부장관(10회 졸업), 가수 김세레나씨(12회 졸업) 등 유명인이 꽤 있어요. 그런데 동창회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아서 모교에 축구부가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이분들이 나서주면 동창회도 활성화 되고 축구부도 우뚝 일어설 것입니다.”강경여자중학교 축구부 김규태 감독의 말이다.
“지금까지는 조기 축구회와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도와주어 그런대로 운영하고 있지만, 축구부 전용버스도 없어서 1년에 10여개나 되는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전세버스를 이용합니다. 형편이 이러니 전지훈련은 생각도 못합니다.”강경여중 김규태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가 발전하려면 초중학교 여자축구 선수 층이 두꺼워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다만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이지요. 대한축구협회도 여자축구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유소년 축구 클럽에 여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한국 여성은 모성애가 강하기 때문에 세계무대에서 한국 여자축구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지요.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계기로 국민적 관심과 지원 그리고 학부모, 학생들이 여자축구에 대한 열렬한 도전을 바랍니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은 여자가 남자들 못지않게 많은 금메달과 성적을 내 주었어요.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의 1/10만 관심과 지원을 해주어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겁니다.”올해 7월초 제3회 통일대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서 고등부 준우승을 차지한 충남인터넷고등학교(교장 임영우・55)는 대전에서 논산사이의 연산 면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명이 바뀌기 전인 1993년 4월에 ‘연산상고 여자축구부’가 창단되었다. 이 축구부는 그동안 전국규모 대회에서 우승 6회, 준우승 7회, 3위 입상 12회와 전국체육대회에서 금은동메달을 8개나 딴 기록을 갖고 있다. 9월 여자 월드컵대회 국가대표인 성현아도 이 학교 출신이다. 또 국가대표 상비군 성현희, 권성은, 강은지와 청소년대표 박미정이 있다.
“초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선수수급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 다행히 강경여중과 연무 중앙초가 있어서 연계가 되니 좀 나은 편입니다. 다만 고등학교 팀은 초중학교에 비해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그 점이 어렵지요. 그래도 초창기 180만원으로 한해 예산을 꾸리기도 한 것을 생각하면서 어려워도 제자들 키우는 보람으로 뛰고 있습니다.”이양현(45・체육교사) 축구부장의 말이다.
▲ 강경여중 축구팀 ⓒ2003 윤형권 ▲ 충남인터넷고 여자축구부 이양현 부장 ⓒ2003 윤형권 이 부장에 의하면 여자들은 여고생이 되면 이미 성장이 되었기 때문에 여자축구 만큼은 초중학교에서 기초를 닦아야 한다고 한다. 다만 여고축구는 즐겁고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축구 스타일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한때는 저도 "스파르타식‘으로 지도를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팀 성적은 반짝 올라가는데, 조금만 고삐를 늦추면 뚝 떨어지고 말아요. 또 하기 싫어서 마지못해 하는 축구는 지도자도 힘들고 선수들도 힘들어요. 그래서 곰곰 생각해보니 자율적인 축구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도방법을 바꿔 적응하는데 만 2년이 걸립디다. 올해 통일기대회 준우승은 우승 못지않은 의미가 있는 대회입니다. 자율적인 축구 시스템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 거죠.”연무 중앙초 신화현 코치, 강경여중 김규태 감독, 충남 인터넷고 이양현 부장 이들은 한국 여자축구를 뒷받침하는 현장에서 지도하고 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검은 구릿빛 얼굴이다. 원래 피부가 검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이들은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좌절과 희망을 맛보며 한국 여자축구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태양을 향해 공을 힘껏 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세 명의 지도자가 말하는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한 공통적인 방안 제시는 다음과 같다.
1.초중학교 여자축구가 활성화 되도록 클럽을 운영해야 한다. 어느 특정학교에서 축구부를 육성하기에 벅차다면 지역사회, 학교당국, 축구협회 등이 나서서 시군구 단위의 ‘소녀축구교실’ 같은 것을 조직하고 홍보해서 많은 여학생들이 참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전 국민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남자축구는 그래도 자금 지원과 관심 면에서 여자축구에 비하면 월등하다. 언론도 승부에만 관심 갖지 말고 여자축구의 저변확대에 관심 갖고 보도해야 한다.
3.실업팀이 많아야 한다. 지금은 2개의 실업팀이기 때문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선수활동을 하는데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윤형권 기자 (dogkeb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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