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미선이.효순이의 피로 붉었다"

2003. 6. 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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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붉은 악마의 함성이 사라진 광화문과 시청 앞 거리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여중생 신효순과 심미선을 추모하는 촛불로 다시 한번 장관을 이루었다.

▲ 1일 오후 동두천터미널에서 열린 촛불행진단 집회. ⓒ2003 홍성식 그 겨울. "불평등한 소파 개정"과 "책임자 처벌"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를 외치는 시민과 학생들의 목소리는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해방 후 처음으로 미대사관이 인파에 포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꽃 피지 못한 가여운 두 영혼이 사라진지 이제 1년. 광화문 사거리를 가득 채웠던 그 함성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6월은 붉은 악마의 티셔츠가 아닌 미선이와 효순이의 피로 인해 붉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라고 말하는 "미군 장갑차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6월1일 처참한 사고현장인 양주군을 찾아 어린 두 영혼을 추모하고 이들의 부모를 위로했다.

범대위는 지난 5월13일부터 광주와 군산, 부산과 대구, 노근리와 원주 등의 도시에 위치한 미군기자를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반전평화 의지를 알리는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전국 촛불대행진"을 벌이고 있다.

뜨거운 땡볕 아래 전국을 순례하는 힘겨운 행사. 그들의 목소리는 잠겼고, 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하지만, 1일 오후 4시 동두천터미널 집회에서 만난 노수희 단장과 진관 스님 등 80여명의 행진단이 외치는 "미선이를 살려내라" "효순이를 살려내라"는 구호 소리만은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이날 오전 사고현장에서 간략한 추모행사를 가지고 사망 여중생 부모를 만난 행진단은 오후에는 서울에서 온 범대위 관계자들과 합류, 동두천터미널에서 1시간 가량 집회를 가졌다.

행진단을 격려하기 위해 나온 동두천 시민연대 강홍구 집행위원장은 90년대 윤금이 살해사건과 지난해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인해 동두천이 미군 기지촌 혹은 식민지 도시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며, "이제는 동두천이 민족자주의 실현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선이 효순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 굴욕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행진단 대표로 연단에 선 진관 스님은 "노무현은 대통령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먼저 살리는 정책을 펴고있다"며 "미국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당선 전의 약속을 왜 지키지 못하는가"라고 질책했다.

▲ 범대위 문예실천단은 퍼포먼스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미 굴욕외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2003 홍성식 범대위 문예실천단 역시 퍼포먼스를 통해 노 대통령의 당당하지 못한 태도를 꼬집었다. 퍼포먼스에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제 할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됐다.

여기에 사회자가 한마디를 보탠다. "대통령은 굽신거려도 국민은 당당해야 한다."집회는 "앞길이 창창한 여중생의 삶을 짓밟는 것도 모자라 이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을 수립하고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고자 하는가"라는 내용을 담은 "주한미군에게 보내는 항의서한" 낭독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근 미 2사단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앞으로도 행진단의 앞길에는 안성과 평택, 파주와 매량리까지 걸어야할 천리 먼길이 남아있다.

이들은 "6월13일 여중생 1주기 추모대회에서 다시 한번 미국에게 한국민의 반전평화 의지와 여중생 추모의 함성을 들려주자"라고 말한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 범대위는 꺼져 가는 광화문 "촛불의 꿈"을 되살려 타오르게 할 수 있을까? "쳐다보며 웃는 미군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미니 인터뷰] 노수희 행진단장 ▲노수희 행진단장 ⓒ홍성식 기자 회갑의 나이. 초여름 무더위에서 진행된 20여 일의 행진은 분명 힘겨운 일이었을 터다. 하지만, 피곤함과 별개로 노수희(61) 단장은 단호했다. "온전히 사과 받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이 수립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노 단장에게 "죽음의 현장"을 다시 찾은 느낌을 물었다.

-이번 행진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가?"두 여학생의 억울한 죽음을 우리가 아직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오늘 사고현장에서 기념비를 봤다. 내심으로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으면서 겉으로만 번듯한 기념비를 세우는 미국의 양면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문제의 현재성은 앞으로도 여전하다."-미선이와 효순이의 아버지를 만났다던데."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얼굴에 패인 주름과 어두운 그늘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웠다. 어느 부모가 앞서 간 자식을 잊겠는가. 민족의 자존심을 찾는 일인데 동참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할 때는 모두가 눈시울이 뜨거웠다."-인근 미군부대에 항의방문도 간 것으로 안다.

"경찰에 막혀 부대 근처에서 돌아서야 했다.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의 영정이 파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화가 났던 건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미군 초병들의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정말이지 처참했다."-향후 일정은?"6월13일까지는 행진과 미군부대 항의방문을 계속한다. 12일 서울로 들어가서는 대학로와 신촌 등에서 여중생 1주기 추모대회를 알리고, 13일에는 시청 추모대회에 함께 할 예정이다." / /홍성식 기자 (hss@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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