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랑 같이 해요. 난 요리가 좋아

임명남 2003. 4. 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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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파트에 알뜰장 서는 날이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친다고 나 역시 당장 저녁꺼리 걱정하는 아줌마. 아이들 마중 나가다 채소전에 들러본다.

오늘 오이가 왜 이렇게 싸지? 입맛도 없는데 오이 소박이 담궈 먹을까? 그럼 부추도 사야할 것이고. 아이들 간식으로 고구마도 한 봉지 사자.고구마를 씻어 가스불에 올려놓고 오이를 다듬기 시작한다. 껍질을 싹싹 씻어내고 열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넣고 굵은 소금을 뿌려서 한 켠에 둔다. 부추를 씻어 물기가 빠지게 체에 건져두고 고춧가루에 액젓 약간 넣고 이것저것 양념을 가한다.

아이들은 잘 익어가는 고구마 내음에 또 입맛이 동하나 보다. 아무래도 아이들 뱃 속에는 배고픈 거지가 숨어있나 보다.

"엄마 너무 맛있는 냄새 난다.""엄마 저거 고구마지?"두 녀석은 벌써 분주하게 주방을 왔다갔다 한다. 어이구 정신 없어.고구마를 꺼내 껍질을 벗겨주니 연신 뜨겁다고 하면서도 잘도 먹는다. 어쩜 입 벌리고 호호~하면서 먹는 모습이 이리도 이쁠까? 방금 전의 그 성가심은 다 어디로 가고 아이들 입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내 보기에 마냥 좋다. 이게 부모 마음이려니...울 어머니도 날 이렇게 키우셨겠지? 다섯 남매 모두다 이렇게 키우시느라 당신 입 속에는 음식 하나 제대로 못 넣으면서 키우셨겠지?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먹은 것이 없어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고 찡얼거리는 자식 보면서 혼자서 얼마나 서러우셨을까?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꿈에서라도 하얀 쌀밥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 했는데, 유난히 입 짧은 작은언니랑 새가슴 큰오빠는 아무 거나 먹지 않아 정말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다던데... 보리밥이라도 맛나게 먹는 거 보면 그리 좋을 수가 없다고 하셨었는데...이야기가 잠시 삼천포로 샜다.

고구마를 먹고 한참 뛰어놀더니 이젠 잠시 쉬는 시간인 모양이다. 아이들을 오이소박이 담기에 참여시키려고 불렀다. 혜진이는 냉큼 달려와서 어떻게 하냐고 물어댄다.

"이렇게 오이를 벌이고 그 사이로 부추소를 넣는거야.""엄마. 이 숟가락 좀 잡고 있어봐.""왜? 엄마도 이거 해야지.""오이가 잘 안 벌어진단 말야.""몰라, 너 혼자서 해결해 봐."매몰차게 거절하고 나 할 일만 했더니 혼자서 낑낑거리면서 열심히 해본다. 녀석....그러는 동안 오이를 소금에 절이면 물(수분)이 나오는 현상을 <삼투압>이라 한다, 절여서 소를 넣어주고 오이 소박이가 익으면 사각사각 맛나다... 등등 아는 지식이라곤 다 끌어모아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본다.

결국은 엄마가 거의 다 하고 저는 겨우 서너 개 밖에 못 하고 말았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오늘도 엄마랑 무언가 한 건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모양이다.

아뿔사 그런데 이일을 어쩌면 좋을까?퇴근하고 들어오는 남편 입에 하나 넣어주며 맛을 보라니 너무 짜단다. 그래서 이번에도 거의 손을 대지 않는 걸로 봐서 나 혼자서 다 치워야할 모양이다. 많이 담그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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