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한국시간) 찾은 독일 뮌헨 북부의 U반(독일 지하철) 6호선 푀르트마닝역은 32~33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날씨에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최강의 팀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아레나스타디움 투어를 위해 전 세계에서 물려든 수백여 명의 축구팬들 때문이었다. 시즌 개막 전인 데다 평일 오전 10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인파였다.
붉은색 뮌헨 홈 유니폼을 갖춰 입은 행렬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내내 박수를 치며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홈경기 당일 풍경을 방불케 했다. 알리안츠아레나는 유럽의 유명 스타디움이 그렇듯 중앙역에서 지하철로 약 50분 떨어진 뮌헨 북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푀르트마닝역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사진=반투명 패널 덕분에 경기장 안에서도 밖을 확인할 수 있다. 피주영 기자
알리안츠아레나는 외관부터 남달랐다. 생선 비늘 모양의 하얀 패널 3000여 개로 덮인 경기장 외벽은 멀리서 볼 때 마치 거대한 솜뭉치처럼 보였다. 실제로 이 경기장의 애칭도 '슐라우흐보트(Schlauchboot·독일어로 고무보트)'다. 패널은 가까이서 보면 반투명한데 덕분에 경기장 내부 어느 곳에서도 바깥을 훤히 볼 수 있다.
패널의 기능은 어둠이 밀려와야 진가를 드러낸다. 각각 흰색·빨간색·파란색 빛을 낼 수 있는 패널은 조명 기능이 탑재돼 야간에 빛을 낼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뮌헨과 TSV 1860 뮌헨이 함께 사용한 알리안츠아레나는 당일 홈팀에 따라 색을 바꾼다. 뮌헨이 홈경기를 치르면 상징 색인 빨강, 1860 뮌헨이 경기를 하면 유니폼 색인 파랑으로 변하는 식이다. 또 독일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평소 흰색(독일 대표팀 상징색)을 유지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시즌을 끝으로 1860 뮌헨이 홈구장을 옮기면서 2017~2018시즌부터는 뮌헨이 단독으로 알리안츠아레나를 사용하게 됐다. 뮌헨 스타디움 투어를 담당하는 디르크 마이어는 "경기장 건축비로 무려 3억4000만 유로(약 453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기능이 많다"면서 "상황에 따라 외관의 조명을 바꿀 수 있는 이유는 '테플론(에틸렌-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라는 특수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경기장 내부 모습. 피치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피주영 기자
7만5000명을 수용하는 알리안츠아레나는 최상의 축구 전용 구장이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까워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직원들의 대화까지 들을 수 있었다. 시즌 개막이 다가온 만큼 이날 구단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잔디 상태다. 마이어는 "뮌헨은 100% 천연잔디를 사용하며 새 시즌을 앞두고 매번 잔디를 새로 교체한다. 비용은 10만 유로(약 1억3000만원)"라고 했다. 이어 "잔디 상태에 따라 시즌 도중에 그라운드를 재정비하기도 한다. 이 경우 추가 비용이 든다"고 덧붙였다.
알리안츠아레나는 분데스리가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장으로도 유명하다. 뮌헨 홈 팬들이 원정팀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응원 문화 때문이다. 기자가 몇 해 전 뮌헨의 홈경기를 찾았을 때는 양 골대 뒤의 입석 관중들이 '바이에른'과 '뮌헨'을 90분간 쉴 새 없이 번갈아 외쳤다. 대부분 뮌헨 골수 팬들로 이뤄진 입석 관중은 경기 내내 서서 관전한다. 이들의 함성은 마치 천둥소리처럼 메아리쳐 양 골대를 오가야 하는 원정팀은 혼이 빠진 모습이었다. 독일 경기장에서는 흡연이 허용돼 한겨울에 상의를 탈의하고 흡연하는 열성팬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이어는 "뮌헨은 실력만큼이나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은 팀"이라면서 "지난 시즌 리그 전 경기 매진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시즌권을 사려면 최소 5년은 대기해야 한다"며 으시댔다.
▲사진=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룸의 모습. 선수들이 평소 앉는 자리에 사진이 걸려 있다. 피주영 기자
뮌헨의 특징은 유럽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해 최고의 스쿼드를 꾸린다는 점이다. '거미손' 마누엘 노이어를 비롯해 아르연 로번, 프랑크 리베리, 토마스 뮐러 등이 대표적이다. 뮌헨은 이들을 앞세워 2012~2013시즌 역사적인 트레블(UEFA챔피언스리그·정규 리그·DFB 포칼 우승)을 달성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위해 구단은 이에 걸맞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뮌헨의 상징 색인 빨강으로 꾸며진 지하 1층 라커 룸에 들어서면 각 선수들의 얼굴이 걸린 지정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옆방에는 최고 수준의 트레이너들에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진=피로 회복과 부상 방지를 위해 선수들이 사용하는 침대도 팀의 색깔인 빨간색이다. 피주영 기자
마이어는 "라커 룸은 뮌헨의 승리 DNA가 완성되는 장소다. 그라운드에서몸을 풀던 선수들은 정확히 경기 시작 19분 전에 맞춰 이곳으로 들어와 승리의 함성으로 전투 준비를 마친다"고 했다. 뮌헨이 명문 구단인 만큼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32년째 뮌헨을 응원하고 있는 마크 플레그하르는 "알리안츠아레나 구석구석을 외우다시피 하지만 시즌 전이면 항상 스타디움 투어를 신청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갖는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뮌헨 경기를 찾던 때가 떠오른다"며 왼 가슴을 두 번 쳤다.
알리안츠아레나는 축구팬들에겐 없는 게 없는 놀이공원 같은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경기장 2층의 팬숍은 이 경기장의 백미다. 약 300평 규모의 큰 공간에 차려진 팬숍은 말 그대로 '메가 스토어'라는 이름이 어울렸다. 선수들의 유니폼부터 티셔츠, 머그컵, 초콜릿 등 팬들의 구매욕을 당기는 상품이 가득했다. 최근 팬숍의 최고 인기 상품은 최근 스페인의 라이벌 구단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한 특급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이름과 등번호 11번이 새겨진 레플리카였다. 이 유니폼은 팬숍에서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여러 장씩 비치돼 있었다.
▲사진=메가 스토어에 진열된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유니폼. 피주영 기자
쇼핑을 끝내면 뮌헨의 공식 후원사인 파울라너(Paulaner)와 소시지를 함께 맛볼 수 있는 푸드코트가 기다리고 있다. 마이어는 "이곳은 축구 경기 전후로 팬들이 허기진 배를 달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했다. 이어 "알리안츠아레나는 1년 내내 경기장을 찾는 팬들로 붐빈다. 스타디움 투어를 찾는 팬들만 해도 연간 1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매일 분데스리가 경기일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