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없는' 의정부고 졸업사진, 못내 아쉽다

강동희 2017. 7. 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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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글:강동희, 편집: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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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 간 늘 이맘 때 우릴 즐겁게 해 준 것이 있으니, 바로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촬영이다. 천편일률적 포즈와 표정에 갇혀 있던 옛날식 졸업사진 대신, 학생들이 자신의 끼와 개성을 발휘한 분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처음엔 '재치있다'정도였지만, 학생들의 '끼'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들은 정치,사회,문화,연예를 막론하고 그 해의 이슈를 패러디했고, 대중들은 통쾌함을 느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 촬영날은 'SNS대명절'이었고, 몇몇 이들은 졸업앨범의 사료적 가치를 논하기도 했다.

이색 졸업사진 촬영에 이토록 모두가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들의 도움도 컸다. 일단 파격적인 사진을 졸업앨범에 싣도록 허락해 준 것도 학교였고, 아직 사회 윤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자칫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분장을 시도하면 제재를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배려와 제한,이것이 결국 '교육' 아닌가. 학생은 주체였고 선생님들은 제 위치에 있었으며 국민들은 즐거웠다.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촬영현장. 검열, 압수 등 학교의 제재에도 화기애애한 현장을 올린 학생들, 어쩌면 작은 저항 아니었을까. 이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의정부고등학교학생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10일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의정부고는 올해 학생들에게 어떤 콘셉트로 사진을 찍을지 미리 조사해 '걸러냈단다'. 학교 측은 취재 시도에 '이유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해당 언론사는 학생 인터뷰를 통해 '이것이 정치 패러디'에 대한 '사전 검열'임을 확인해냈다. 또한 앨범 촬영일에 촬영이 가능한 전자기기 일체가 압수됐고, SNS업로드도 금지됐다고 전해진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문화예술후원회의 후원으로 100점의 사진이 '작품'으로 전시되고, 후원을 시도하는 기업이 등장할 만큼 모두의 관심을 받는 행사가 됐는데, 올해는 아주 먼 발치에서 찍힌 사진이나 '교무실행'을 각오한 몇몇 학생들이 '기필코 찍어 올린'몇 장의 사진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우 안타깝게도 찍힌 사진 중엔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은 최순실도, 여성 기자를 째려보는 우병우도, 백치미 넘치는 장시호도, 말 탄 정유라도 찾을 수 없었다. 탄핵과 장미대선을 통해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은 부패를 마음껏 비웃을 수 있는 사회였는데, 사료적 가치가 논의되는 한 학교의 앨범에 촛불혁명이 기록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것을 놓친 것이다.

혹자는 '선생님들 입장도 이해된다'고 말한다.정치 패러디가 쏟아질 것이 뻔한 시국에서 아무리 곱게 패러디를 한들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들은 분명 있을 것이고, 이들의 항의를 학교가 어떻게 다 받아내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일베가 의정부고 학생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패러디에 공식적 루트로 민원을 넣은 일이 있다. 일베가 어떤 곳인가. 또 정치에 관심 많은 몇몇 사람들은 얼마나 극성맞은가. 일부 수긍이 된다.

하지만 수단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전자기기 압수는 학생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마저 느껴진다. 당장 내년이면 각 개인의 계획에 따라 취업도 하고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는 등 완전한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게 될 이들에게 '물품 압수'라니. 이건 애 취급일 뿐더러 잘못 없는 학생들에 대한 과도한 조치다.

콘셉트를 '사전 검열'한 것 역시 지적하고 싶다. 학생들의 분장이 부적절할 경우 훈육하고 시정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지만, 미리 적어 낼 것을 요구하고 안 되는 것들을 걸러내다니.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고 언론과 예술의 검열에 대한 저항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이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래서 교무실 행을 각오하고 졸업사진을 찍어 올린 몇몇 학생들의 행동이, 단순한 치기가 아닌 '검열'받고 '압수'당해가며 졸업사진을 찍도록 한 학교에 대한 나름의 저항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학교는 부디 임시 교칙을 어긴 학생들을 선처해주길 바란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잘못한 것들도 만만찮으니 말이다.

아울러, 다시한 번 생각해본다. 아직은 그런 세상 아니구나. 아직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치를 유희하고 해석하고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사회가 아니구나. 대학 졸업사진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 졸업사진이기에 항의가 쏟아진 것일 테다. 졸업사진 촬영에 임한 학생들 대부분이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 대선에서 투표를 하지 못한 만 18세 시민들이라는 사실까지 생각하니 이 아이러니가 사뭇 진지해진다.

온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에게 갈 길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음을, '최순실 없는'18년도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통해 다시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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