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급정차 하자마자 "앗 뜨거워" .. 공포의 '버스 안 커피'
테이크아웃 들고 하루 3만 명 승차
커피 쏟아 화상·세탁비 잇단 다툼
대구시는 2년 전부터 반입 금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30/joongang/20171030023058213zohd.jpg)
“앗 뜨거워.” 커피가 김씨의 손등과 트렌치코트에 쏟아졌다. 황급히 물티슈로 손등을 닦은 뒤 올려다보자 가해 여성은 그제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다행히 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커피에 얼룩진 옷을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슬아슬한 버스 안 커피로 인한 ‘커피 갈등’이 늘고 있다. 버스업계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버스에 승차하는 승객의 수를 하루 약 3만 명으로 추산한다. 6900여 대의 서울 시내버스 한 대에 평균 4~5명의 승객이 컵을 들고 있다고 한다. 백가인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지부장은 “겨울과 여름엔 음료를 든 손님이 더 많다.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지역은 한 대에 15명 안팎의 승객이 컵을 들고 탄다”고 말했다.
커피 갈등을 놓고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셔츠에 아메리카노 도장이 찍혔다. 세탁비 받아내느라 힘들었다’는 글이 올라오자 ‘나도 옆 사람이 커피를 쏟아 신발까지 젖었다’ ‘커피 든 사람은 버스를 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여기에 ‘프로 불편러(상습적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네. 그럴 거면 혼자 살지’ ‘내 돈 주고 내가 먹는데 왜?’란 반론이 붙는다. SNS에서도 ‘뒷좌석에서 커피를 쏟아 등에 화상을 입었다’는 경험담과 ‘커피 들고 탄다고 기사님이 눈치를 준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버스기사들도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버스기사 주모(54)씨는 최근 한 여성 승객에게 세탁비 2만원을 송금했다. 이 여성 승객은 한 남성이 자신에게 커피를 쏟은 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자 “커피 든 승객을 태운 기사 잘못이다. 세탁비를 달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주씨는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아 계좌로 돈을 부쳤다”고 말했다.
컵을 든 승객의 탑승을 막았다가 버스회사나 서울시에 “승차 거부를 당했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다. 버스기사는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에 따라 ‘불결·악취 등 승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물품’의 운송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음료가 담긴 테이크아웃 컵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최근 컵을 들고 버스에 타려다 제지를 당한 직장인 조모(27)씨는 “어떤 버스는 가능하고 어떤 버스는 불가능하냐. 정확한 지침도 없는데 ‘음료를 들고 타면 안 된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다음달 중순부터 모든 서울 시내버스 안에서 ‘타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커피 등 음료를 갖고 타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하기로 했다. 김정윤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화상 등 안전사고를 일으키고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의 경우 2015년부터 시내버스 1500여 대에 ‘음료수 반입 금지’를 의미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이스커피와 함께 쏟아진 얼음에 승객이 미끄러져 다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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