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세]범죄드라마 끝판왕 '나르코스' 멕시코에선 실화다?
⑭범죄의 천국 멕시코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화를 다룬 미드 '나르코스' [사진 넷플릭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09/19/joongang/20170919110056030rbse.jpg)
!['미드' 나르코스의 현지 장소 섭외 코디네이터 카를로스 무뇨스 포르탈. [사진 페이스북 캡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09/19/joongang/20170919110056398ayxj.jpg)
마약 카르텔의 치열한 권력다툼, 이를 막으려는 미 마약 단속국의 추격을 너무나 잘 그려내 범죄 드라마의 결정판이라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시즌 1·2·3을 마쳤고, 시즌 4가 2018년에 방영됩니다.
바로 이 새로운 시즌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다룰 예정이었습니다. 포르탈은 콜롬비아에서 멕시코로 무대를 옮긴 시즌 4의 촬영지 물색을 위해 멕시코를 여행하고 있었던 거죠.
드라마 팬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총질이 난무하고 수많은 사람이 살해당하는 극 중 장면이 멕시코의 실상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졌기 때문입니다.
포르탈의 죽음으로 '범죄 천국'이라는 악명이 높은 멕시코의 범죄 현황도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포르탈이 사망한 멕시코 이달고주에서만 지난 7월 한 달 간 182명이 살해당했습니다. 인구 10만 명 당 무려 12.2명이 살해당한 셈입니다만, 전국으로 확대하면 숫자는 더 어마어마합니다.
━ 한 달 간 2234명 살해…시신 수습 채 못하기도 지난 5월 여러 외신엔 멕시코의 기록적 통계가 보도됐습니다. 단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살해당한 이가 무려 2186명이나 됐다는 겁니다. 1997년 이후 최대 숫자이고, 2131명이 살해당한 2011년 5월의 종전 기록을 깬 수치라고 했습니다. 올해 1~5월까지로 기간을 넓히면 살해된 사람의 숫자는 무려 9916명으로 1만명에 육박합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0%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만에 이 기록은 또 깨집니다. 6월에 살해당한 이는 2234명. 2017년 멕시코는 피로 물든 최악의 해가 될 것이 분명해진 겁니다 .
워낙 살인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게레로주 같은 곳에선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옵니다. 2016년 살인률이 인구 10만 명당 61.67명에 이르는 게레로주는 멕시코 2위의 범죄 지역입니다. 1위는 10만 명당 81.55명을 기록한 콜리마주였고요. 이들이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건, 희생자 수만큼의 장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텍스 장갑이 모자라 시신을 살펴볼 수조차 없다는 겁니다. 차량도 부족해 범죄 현장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다반사라 하고요.

하지만 조직을 와해한 것이 오히려 범죄율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 리딩 대학의 톰 롱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범죄 증가는 조직이 쪼개진 것과 관련 있다. 리더가 쫓겨나거나 조직이 갈라지면 더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게레로주의 아카풀코가 그 사례입니다. 멕시코의 또 다른 ‘살인 수도’라는 곳입니다. 아카풀코에선 ‘살인의 마라톤’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연일 누군가가 죽임을 당합니다. WP에 따르면 이곳을 지배하던 카르텔은 이미 10여 년 전 와해됐습니다. 현재의 무법천지를 만든 건 지역에서 활동 중인 20개 넘는 군소 조직. 이들은 경쟁이라도 벌이듯 닥치는대로 범죄를 저지릅니다. 대규모 마약 카르텔의 ‘하수인’이 되어 강탈·납치·암살을 수행하기도 하고요. WP에 따르면 과거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던 카르텔보다 외주공장처럼 활동하는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여러 조직이 가담해 범죄가 벌어지기 때문이죠.
![멕시코의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었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가운데).그는 체포된 뒤 지난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09/19/joongang/20170919110056707tkbl.jpg)
지난 5월에도 탐사보도 주간지 리오도세의 설립자 겸 기자 하비에르 발데스가 멕시코 북부 시나올라주 주도 쿨리아칸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마약거래와 조직범죄, 그것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 온 기자였습니다. 범죄조직과 언론의 관계를 조명한 『나르코스 저널리즘』, 어렸을 때부터 마약 카르텔에 발을 담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나르코스의 아이들』등의 책을 쓰기도 했고요.
당시 멕시코 언론들은 그가 자신들을 파헤친 마약 카르텔의 보복으로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포르탈의 사망으로 멕시코에선 영화·드라마시장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 헐리우드 리포트도 “과거 수십년 간 영화와 TV 제작사들이 마약 관련 범죄 때문에 촬영을 취소하거나 장소를 옮겼다”며 촬영지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고요.
■ 알쓸 예고편
「다음번 [알쓸신세]에선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를 범죄 천국으로 만든 주범, 마약 카르텔에 대해 소개합니다. '나르코스'의 주인공이자 세기의 마약왕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파란만장 인생도 펼쳐집니다. 」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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