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오 민진당 간사장 사임 배경엔 '불륜 보도' 아베에 보육문제 추궁하던 '잔 다르크' 나락으로 아이돌 출신 '이마이 에리코'의원도 불륜 의혹 '주간 문춘'-'주간 신조' 번갈아 특종..과열 경쟁 인터넷에 독자 뺏긴 주간지 '불륜 보도'에 몰두
한국에 디스패치가 있다면, 일본엔 주간 문춘, 주간 신조가 있다?
요즘 일본 정계의 가장 핫(Hot)한 소재는 아베 총리의 가케학원 문제도, 고이케 지사의 신당 창당도 아닌 바로 정치인의 불륜스캔들이다. 불륜을 파헤치고 있는 건 주간문춘(週刊文春)과 주간신조(週刊新潮)로 대표되는 일본의 주간지. 이들의 취재력은 왠만한 파파라치를 능가한다. 이미 여러 정치인이 이들의 먹잇감이 된 뒤, 정치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주간 문춘(週刊文春)’ 최신호는 민진당의 야마오 시오리(尾志櫻里) 중의원의 불륜 의혹을 특종 보도했다. 불륜상대는 9살 연하의 미남 변호사. 야마오 의원이 민진당의 간사장에 내정된 날 밤, 시내의 한 고급 호텔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야마오 의원은 불륜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주간문춘의 취재는 꽤 긴 시간, 깊게 진행돼 있었다.
주간문춘에는 이들이 호텔에 들어간 사진은 물론, 다른 날 밤에 남성의 집에 시간차를 두고 들어간 사진, 나란히 신간선 열차를 타고 있는 사진 등도 게재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작년부터 시작됐다” 는 등 지인들의 코멘트도 빠지지 않았다.
야마오 의원은 당 간사장 내정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표면적으로는 “경험 부족”이 이유였지만, 주간지의 취재가 확인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 의혹으로 야마오 의원 본인 뿐 아니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신임 당 대표의 리더십까지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국 야마오 의원은 민진당을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야마오 의원은 지난해 ‘대기 아동’ 문제로 아베 총리를 추궁하면서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지난해 한 엄마가 쓴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는 블로그 글이 화제가 됐을 때, 국회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베 총리에게 “총리, 논점이 틀렸잖아. 당신 감각이 이상해!”라고 몰아붙여 주목을 받았다. 이 때부터 ‘쟌 다르크’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가정적 이미지까지 겸비했던만큼 이번 그의 불륜의혹에 대한 충격은 꽤 큰 상태다.
최근 주간지의 표적이 된 또다른 정치인은 이마이 에리코(今井 絵理子) 자민당 참의원.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아이돌 그룹 스피드(SPEED) 출신으로 이번엔 주간 신조(週刊新潮)의 먹잇감이 됐다. 불륜상대는 같은 당 고베시 시의원인 하시모토 켄(橋本健).
주간신조는 두 사람이 심야에 시차를 두고 숙박시설에서 나오는 모습과, 기차에서 손을 잡고 잠들어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이마이 의원은 이혼한 싱글이지만 상대방인 하시모토 시의원은 자녀가 2명 있는 유부남이다. 이마이 의원은 주간신조가 지난 7월 처음 불륜 의혹을 보도하자 “선을 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계속해서 나오는 정황증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하시모토 의원은 인쇄업자에게 가짜 주문을 넣어 정치활동비를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덮쳐 지난달 말 결국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마이 의원도 동료 의원 수십명에게 맥주 티켓을 돌려 공직선거법위반 의혹을 받고 있어 곧 사퇴할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있다.
작년 2월에는 ‘아빠 국회의원 육아휴직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던 자민당의 미야자키 켄스케(宮崎謙介) 의원이 불륜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해 저출산대책에 동참하고,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기여하겠다고 나서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주간문춘 보도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내가 출산을 일주일여 앞두고 있었던 시기에, 한 여성 탤런트의 집에서 숙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바람을 피우려고 육아휴직을 내려고 한 것이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 밖에 지난 4월 주간 신조가 보도한 나카가와 도시나오(中川俊直) 경제산업성 정무관의 불륜 의혹은 다소 색다르다. 주간신조는 나카가와 정무관과 불륜상대 여성이 2013년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진을 보도하며 ‘중혼’ 의혹까지 제기했다. 2005년에 결혼한 부인은 암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난 목소리는 더욱 거셌다. 그는 불륜 사실을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주간지가 원래 자극적인 보도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불륜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주간지 양대 산맥인 ‘주간 신조’와 ‘주간 문춘’의 취재 경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난 5월 주간 문춘의 직원이 주간 신조의 편집국에 몰래 들어가 지하철 광고 문구를 복사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경쟁지가 다음주에 어떤 기사를 싣는 지 미리 입수했던 것. 주간신조는 "주간 문춘이 기사를 베껴왔다"고 길길이 뛰었다. 아예 이 직원이 복사하는 모습과 함께 “특종 지상주의…‘문춘포(文春砲:주간문춘의 특종보도)’ 더러운 총탄’이라며 대문짝만하게 보도를 했다. 결국 주간 문춘은 3개월여만인 지난주,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내고서야 사태는 일단락 됐다.
주간지가 이렇게 불륜보도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는 독자가 많아지면서 주간지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 것. 불륜보도만큼 자극적이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최근 “주간지가 불륜보도를 예고하면, TV가 다시 이를 다루는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면서 “최근 2년간 불륜보도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