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이 간다] "탐정은 안정적 전문직" .. 개업 탐정이 변호사보다 더 많은 일본
수입은 줄었지만 합법의 길로
5200개 사무소, 3만 명 활동
이중 절반이 1인 탐정
소설 속 명탐정은 허구
의뢰인 만족시키는 게 명탐정
━ 조강수의 세상만사 일본은 탐정 천국이다. 개업 변호사(1만5000명)보다 탐정(3만 명)이 더 많다. 사무실을 내고 영업 활동을 하는 수치로만 봤을 때다. 사내 변호사 등 포함시 변호사는 총 3만9000명이고 탐정 자격증 소지자는 6만 명이다. 해마다 탐정 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추리소설이 쏟아져 나온다. ‘탐정 갈릴레오’ ‘명탐정 코난’ ‘전업주부 탐정’…. ‘탐정’이 ‘엄연한 직업’으로 실재하기 때문에 나오는 추론과 상상력의 산물들이다. 일본이 업계 정화 차원에서 탐정업을 법제화한 지 10년이 지났다. 법제화 이전과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현지에서 만난 베테랑 탐정들은 “법제화 이전엔 수입이 훨씬 많았으나 시장이 혼탁했다”며 “지금은 합법적인 정보서비스업으로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아자부탐정사무소의 우치다 코지 조사부장이 22일 결혼 사기 조사 의뢰 사건과 관련해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2/28/joongang/20171228010204648cqaf.jpg)
자세히 둘러보니 의뢰인 상담실 벽에는 도쿄도 공안위원회의 직인이 찍힌 ‘탐정업 취급 인증서’가 보란 듯이 걸려 있었다. 일본은 2007년 ‘탐정업무 적정화법’을 시행했다.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공인탐정제도가 도입됐다.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서 주무관청에 신고만 하면 즉시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일본 전역에서 3만여 명이 탐정 일을 하고 있다. 5200여 개의 탐정사무소(도쿄에 800여 개)가 있고, 이 중 절반가량은 ‘1인 탐정’이다. 아자부리서치 탐정사무소 직원은 4명이다. 가수 비의 일본 공연을 찾아다니고 드라마 ‘오로라 공주’를 즐겨 본다는 기쿠치 회장에게 일본 탐정의 과거와 현재를 물었다.
Q : 창업 당시 상황이 어땠나.
A : “남편이 지요다구 7선 의원 출신이다. 주변에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이 많아 탐정 일을 시작한 지 벌써 31년째다. 처음엔 탐정회사가 많지 않아 돈벌이가 됐다. 불·탈법과 합법의 경계도 모호했다. 의뢰 사건은 배우자나 애인의 불륜 문제, 부유층의 가족 간 재산 다툼, 호적 트러블 등이 많았다. 지금은 20~30%로 줄었지만.”
Q : 요즘엔 어떤 일을 주로 하나.
![기쿠치 일본 민간조사업협회장(왼쪽)과 에노모토 전무. [조강수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2/28/joongang/20171228010204833zofj.jpg)

Q : 2007년 법제화 이후 달라진 점은. A : “의뢰·조사·결과 제공 등의 모든 단계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법 위반 시 영업정지 처분 등의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영업하기 때문에 정당성이 확보되고 신뢰도가 높다.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게 많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불륜으로 태어난 딸 하루코(春子)의 의뢰로 자신을 고아원에 버리고 간 어머니를 찾아준 것을 꼽았다. 그 어머니가 1년에 1번씩 아이를 버린 날마다 고아원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안부를 물었던 것을 단서로 해서다. 조사 착수의 전제는 복수가 아닌 용서 서약이었다고 한다. 수개월에 걸친 하리코미(잠복근무)와 주변 탐문조사 끝에 어머니를 찾았고 호스테스를 하다가 임신한 하루코가 아이를 낳자 같이 키우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요시오씨는 "가끔씩 그 사건 생각에 혼자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 독백을 하곤 한다. '사람은 정으로 흩날리고, 정에 의해 사람이 춤춘다'라고." 말했다. 오하라 조사사무소의 탐정 직원 6명은 전직 경찰관, 공안부 내각 조사실 조사관, 추리소설 작가, 범죄 심리관 등의 베테랑으로 짜여졌다. 때때로 공조하거나 하청을 주는 네트워크망엔 변호사 20명이 포진하고 있다고 했다.
요시오는 "탐정의 자산은 폭넓은 인적 교류와 네트워크"라며 "형사는 범법자를 처벌하지만 탐정은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어떤 탐정이 명탐정이냐고 묻자 그는 "추리소설의 고전인 '팔묘촌'(요코미조 세이시 작)에 등장하는 긴다이치 코스케 같은 국민 명탐정은 소설속에나 있다. 현실의 명탐정은 살인사건, 미제사건을 척척 해결해 내는 초인이 아니라 의뢰인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한뒤 성심성의껏 일해 숙제를 해결하는 특수한 직장인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누리의 김성도 조사관리팀 실장은 "탐정은 인생을 들여다보는 직업"이라며 "그에 걸맞는 합법적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말 인터넷 보급률이 95.3%에 달하지만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기술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 시대의 탐정은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의 파일 조각을 집대성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용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에서>
조강수 논설위원
※기사 작성과 통역에 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중앙SUNDAY 칼럼니스트)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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