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데이트] 특수학생 2837명 서울 8개 구, 특수학교는 0
특수학교 논란이 뜨겁습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가칭 서진학교 얘기입니다.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앞에 장애 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영상이 불씨가 됐습니다.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과 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이어졌습니다. 지역구 의원의 선심성 공약 문제,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강서구에는 이미 특수학교가 한 곳 있는데, 왜 또 특수학교를 설립해야 하냐’는 거죠. ‘특수학교가 부족하다는데, 진짜 그런지 실정을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교육부 '2017 특수교육통계'를 기준으로 실제 데이터를 확인해 봤습니다.
━ Q.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얼마나 많을까 저출산으로 학교 다니는 전체(유치원ㆍ초ㆍ중ㆍ고) 학생 숫자는 줄고 있습니다. 5년 전 782만 3000명에서 올해 646만 9000명으로 135만 4000명이 감소했죠. 반면 특수교육대상 학생(장애 학생) 수는 올해 8만 7950명으로 5년 전보다 2938명이 증가했습니다. 전체 학생 중 1.36%의 학생이 특수교육대상 학생인 겁니다. 예컨대 전교생이 400명인 학교라면 5명이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인 셈입니다.
━ Q. 8만 7950명을 위한 특수학교, 몇 개나 될까 학교 다닐 때 몸이 불편한 친구들 보셨을 겁니다. 이들에겐 장애 정도에 맞는 1:1 맞춤식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서울구화학교(청각장애)의 정원은 19명이고, 광성하늘빛학교(정신지체)의 정원은 24명입니다. 하지만 전국의 특수학교는 174개교(9월 14일 현재)뿐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8만 7950명의 장애 학생이 다 이 학교에 다닌다고 치면 학교별로 505명꼴입니다. 과연 교육이 제대로 될까요?
물론 실제로는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빼고 현재 재학 중인 학생만으로도 전국의 특수학교는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학생 200명 이상의 과포화 학교가 45곳(25.9%)이나 됩니다. 학생 250명 이상인 학교도 18곳입니다. 300명 이상이 재학중인 곳은 대전 가원, 경남 은혜 2곳이 있습니다. 물론 교육의 질을 따지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따져봐야 하겠죠.

좀 더 자세히 볼까요?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10명 중 7명(73%)은 정신지체(발달장애) 학생들입니다. 서울의 경우 17개 정신지체 특수학교에 499개 학급 2095명이 재학 중인데, 이중 10개교가 적정인원을 초과했습니다. 개교 당시(268개학급)보다 학급수를 131개(81.7%)나 늘렸는데도 말이죠. 현재 중학교는 6.1명, 고등학교는 7명(전공과 과정 7명)이 한 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 Q. 일반학교에 다니는 게 더 좋지 않나 국제기구(UN)는 장애 학생에게 특수학교보다 일반학교에서의 통합교육을 권하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은 일반학생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일반학생은 장애 학생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학부모가 일반학교 대신 특수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가 높고, 제대로 된 1:1 특수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장애 학생이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하는 사례 대부분이 일반학교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친구를 ‘애자’라고 비하하고 놀리며 소위 ‘왕따’ 시키는 거죠.
“초등학교가 마지막으로 일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냈는데 결국 아이도 저도 적응하지 못했어요. 몇달을 기다려 특수학교로 전학할 수 밖에 없었어요” - 학부모 L씨

특수학교가 있는 구라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 정원이 꽉 차서, 혹은 자신에게 맞는 장애학교가 없어서 다른 구로 통학을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특수학교는 장애영역에 따라 5가지로 나뉩니다. 시각ㆍ청각ㆍ지체ㆍ정서장애, 그리고 정신지체학교죠. 이중 시각ㆍ정서장애학교는 각각 서울에 2곳(9월에 유아과정 효정학교 강북구에 추가)과 3곳 뿐입니다. 가령 송파구에 사는 시각장애 학생이 있다면 종로구에 있는 서울맹학교나 강북구에 있는 한빛맹학교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용산구에도 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가 있어 전공과 학생(103명)이 있지만 일반학급이 아니라 제외했습니다).

━ Q. 원거리 통학 학생이 실제로 많나 네. 1~2시간은 기본인 ‘초장거리’ 통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동대문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강서구 장애 학생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어디까지가나 볼까요? 구로구 서울정진학교(59명), 구로구 성베드로학교(11명), 마포구 한국우진학교(30명) 등에 다니는 학생들은 그래도 가까운 편입니다. 훨씬 더 먼 종로구나 성북구까지 통학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21㎞(강서구청 기준 최단거리) 떨어진 강북구 한빛맹학교(시각장애)까지 통학하려면 1시간 45분 이상이 걸립니다.
어떠신가요? 특수학교가 태부족하고 특수학교 학생들이 일반 학생에게도 힘든 원거리 통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 실감이 나시나요? 교육을 받는 건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국가는 국민이 가까운 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교육시설을 확충할 의무가 있죠. 특수교육대상 장애 학생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전국 특수학교 학생들의 통학상황을 알아보고, 서울에서 가장 많은 특수교육학생이 재학중인 구로구 정진학교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정원엽·박형수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디자이너
데이터분석 및 지도 시각화=코드나무 김승범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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