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은행, 정부 빅데이터 덕에 급성장
핀테크와 접목해 정밀 타겟영업
위뱅크 가입자 2년새 2750만명
대출 4100만 건 중 부실률 0.47%
“거래 실적이 없었는데도 10분만에 연 7%대 모바일 대출을 받았습니다. 모바일 쇼핑 내역, 메신저 가상계좌 잔고 정보 등를 활용해 신용심사가 자동으로 끝난 덕분이죠.”
중국인 류웨이(劉偉·여·28·가명)는 상하이에 있는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에 다닌다. 1년에 8000만원 가량인 MBA과정 학비 일부를 대출받기 위해 올 초 여러 은행을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대출을 거절당했다.
“학생 신분이고, 원하는 대출 금액이 적지 않은데 특별한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위뱅크’에 대출을 신청했다. 위뱅크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만든 인터넷전문은행이다. 학교 기숙사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앱에 접속한 뒤 대출 신청을 누르고 정보를 입력하자 2~3분만에 신용 평가가 자동으로 끝났다. 위뱅크의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은 대출자의 위챗 로그온 시간과 가상계좌 내 자산, 게임활동 내역, 온라인 구매 내역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스스로 신용도를 계산해낸다.
류웨이는 “직장인도 시중은행에서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대출을 비슷한 금리로 순식간에 받으니 기적을 체험한 듯 했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그룹이 지난해 5월 선보인 마이뱅크(왕상은행·網商銀行)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룹 내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Ant-Financial)’이 최대주주가 돼 중금리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개시했다. 지난해 6월까지 마이뱅크가 확보한 중소기업 고객만 170만 곳, 이들에게 나간 대출 잔액이 230억 위안에 달한다. 이 중 부실대출 비율은 0.36%로 위뱅크보다 더 낮다.
IT기업이 금융업에 처음 진출해 중금리 신용대출을 하면서도 낮은 부실률을 기록하는 비결이 뭘까.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꼽았다. 딩지안핑(丁剑平) 상해재경대학 금융학부 교수는 “데이터와 금융서비스를 연결해 발굴하는 ‘핀테크’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에 없던 기술을 장착한 신개념 은행이 등장해 일종의 ‘타겟 영업’을 하게 됐다는 의미다. 여기엔 정부의 지원도 한 몫을 했다.
제니 류(呂映坪) 앤트파이낸셜 국제사업단장은 “정부가 신용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경찰청(공안) 통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열어주는 등 적극적인 핀테크 장려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허병희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장은 “중국은 정부의 통제와 주도 하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 행태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나 인권침해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 대출금리 규제를 풀어주기도 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중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빨리 성장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규제가 없는 영향이 크다”면서 “한국 역시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은행법 뿐 아니라 개인정보 활용 등에 대한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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