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이차함수 공부하랬더니 공놀이? 포물선 원리 확인하는 중이래요
이론보다 실습·체험·발표에 중점
스스로 깨달으며 문제 해결법 찾아
조기 해외유학 대체 수단으로 도입
"국내 특권층 자녀 귀족학교" 비판도
■ 제주 국제학교 7년 성적표
「 제주도에 국제학교가 문을 연 지 올해로 7년이 됐습니다.
연간 수천만원에 이르는 학비 때문에 일각에선 ‘귀족학교’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국제학교 학부모 중 상당수는 “우리 역시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한국 교육 현실이 너무 막막해 엄청난 무리를 해서 아이를 이곳에 보내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들은 국제학교 교육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표시합니다. 그러면서 “국내 학교도 이곳처럼 가르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아쉬워했습니다.
열려라 공부는 국제학교의 교육시스템을 들여다봤습니다. 우리 공교육이 참고할 만한 점은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
![캐나다 명문 사립 여학교 브랭섬홀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제주의 브랭섬홀아시아(BHA) 외관. 학교 측은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찾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 각 학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23/joongang/20171023010240709vyta.jpg)
멀빈 뉴훅 교사는 이날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자기에게 적합한 몸풀기 동작이 무엇인지 스스로 개발하고 체험하면서 동작의 순서와 요령 등을 수정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춘기를 맞은 여학생들이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신체와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발치에서 학생들을 지켜보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에게 새로운 주제를 제시했다. 학생들에게 “이제부터는 공을 활용해 보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정리운동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하고 물었다.
![BHA의 건물 내부. 가운데 기둥은 빗물을 생활용 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하에 모이게끔 하는 빗물통로 역할을 한다. BHA는 ’친환경적으로 건물이 지어졌다“고 자랑한다. [사진 각 학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23/joongang/20171023010241064skwc.jpg)
이 학교 김정은 마케팅 실장은 수업에 대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을 운영한 결과”라며 “교사들은 학생들이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이끈다. 교사가 내용을 정해 모든 학생에게 같은 지식을 가르치는 수업은 우리 학교에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학·과학처럼 모든 학생이 공통적인 이론이나 개념을 익힐 때 역시 마찬가지다. 교사가 이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학생들은 주변 사물을 활용해 이론을 적용하고 증명하는 방법을 찾아본다. 가령 수학에서 2차 함수를 배우면 학생들은 운동장에 나가 공을 던지며 공이 허공에서 그리는 궤적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연속 촬영해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며 포물선의 원리를 증명한다. 또 과학에서 풍력에너지를 배우면 디자인 실습실로 옮겨가 각자가 가장 효율적인 풍차 날개를 제작하며 토론한다.
학비 수천만원, 외국인 비율 낮은 건 한계
![제주 국제학교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NLCS제주. 영국 본교에서 제주 학교의 교육과정과 강사를 직접 관리한다. 졸업 첫해부터 졸업생이 영국 옥스퍼드·임페리얼칼리지, 미국 스탠퍼드·예일 등 세계 명문대에 합격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사진 각 학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23/joongang/20171023010241278sroc.jpg)
제주의 또 다른 국제학교로서 영국계 사립학교인 NLCS도 BHA보다 1년 앞서 졸업생을 배출했다. 1기 졸업생 중 다수가 미국 예일·스탠퍼드대, 영국 옥스퍼드·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등에 합격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졸업생들은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국내 대학에도 두루 진학했다. 유학전문업체 세콰이어그룹 박영희 대표는 “제주 국제학교들이 좋은 진학 성과를 내면서 여기에 관심을 느낀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NLCS는 영국 본교의 교육과정을 제주에 그대로 가져왔다. 이 학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활동은 ‘발표’다. 학생들은 학기 초에 자기만의 주제를 골라 급우들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면 900석 규모의 강당에서 발표도 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도 NLCS가 중점을 두는 발표에 포함된다. 오승천 NLCS 부행정실장은 “NLCS가 학생들에게 심어주려는 핵심 가치는 ‘열정’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내재된 역량이 발휘되게끔 한다”고 말했다.
![NLCS의 수업 모습. 이 학교의 교육목표는 학생들의 ‘열정’을 일깨우는 것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기보다는 학생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하고 발표하도록 이끈다. [사진 각 학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23/joongang/20171023010241584sjni.jpg)
제주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중3 과정 자녀를 둔 서덕식(서울 용산구)씨는 “영어 교사가 지리나 역사 수업도 무리 없이 하고 수학 교사도 경제학이나 공학에 대해 자세히 가르칠 정도로 교사들의 역량이 출중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지적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끔 교사들이 지도하고 여러 과목의 지식을 융합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NLCS 고2 과정 자녀를 둔 김모(45·서울 강남구)씨는 “국내의 일반 학교에 비해 학습량이 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가 과목별로 수십 장의 에세이를 쓰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잦을 만큼 공부를 많이 시켜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알려준 뒤 ‘이 지식을 활용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 식으로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 이어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 위해 허리띠 졸라맨 학부모도 많아”

제주 국제학교는 국내 학생들의 조기 해외 유학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제는 국내 여타 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제주 국제학교의 경험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놀이와 학습의 조화, 창의력·사고력·리더십 등을 길러주는 교육 방법은 한국 학교들이 참고할 만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학비가 수천만원에 이르고 외국인 학생 비율이 낮은 것은 여전히 이들 학교의 한계로 꼽힌다. 연간 학비는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모두 합해 6000만원에 이른다. 두 학교 모두 학생 중 외국인 비율은 20%가 채 안 된다. 이렇다 보니 제주 국제학교에 대해 ‘국내 특권층 자녀를 위한 귀족학교’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 국제학교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NLCS의 한 학부모는 “어떻게든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다소 무리를 해 자녀를 보낸 가정도 적지 않다. 학비 인상 이야기가 나오면 학부모회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전했다.
내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여기는 학부모도 있다. BHA의 중2 과정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박모(41·서울 서초구)씨는 “한국 친구들과 편하게 지내면서 외국 유학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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