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상 최대 스타? 30년 전 '까불이' 진선규를 기억한다

심혜진 2017. 11. 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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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SBS <쓰리데이즈>에서 진선규를 보고 놀란 이유

[오마이뉴스 심혜진 기자]

 청룡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진선규
ⓒ SBS
일요일 낮, 무료하게 뒹굴거리며 핸드폰을 뒤적이다 기사 하나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배우 진선규가 25일 열린 청룡영화제에서 영화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세상에, 세상에!"를 연달아 외쳤다. 유튜브에서 그의 수상 장면을 찾아봤다.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그의 소감을 들으며 나도 왠지 눈물이 났다. 그가 "경상남도 진해에 있는 제 친구들"이라며 몇몇 이름을 언급할 땐 반가움과 함께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친구 이름들이 그의 입에서 호명되고 있었다.

(진)선규와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 직후 멀리 이사를 온 바람에 당시 친구들과 거의 연락이 끊겼다. 그와 1년 동안 같은 반 친구로 지냈고, 17-18년 전 모임에서 단 한 번 그를 본 게 전부인 내가 그에 대해 얼마만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내다 이제 막 그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만큼, 대중들이 더 오래 그를 기억하고 더 많은 이들이 그에게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선규의 모습을 적어보려 한다.

킬러가 돼 TV에 나타난 진선규

아마 어린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이라면 그의 낙천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친구로서 편하게 이야기하자면, 선규는 무척이나 까불었다. 쉬는 시간에 의자에 올라가 큰 소리로 친구를 부르거나 장난을 치는 건 예사였다. 예전엔 허스키한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꽤 부드러운 목소리로 변한 것이 신기하다.

점심시간에 선규는 제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 법이 없었다. 자기 모둠의 친구들이 싸온 맛있는 반찬을 재빨리 먹어치운 후 밥그릇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른 친구들의 도시락을 기웃거렸다. 친구들의 반찬을 빼앗아 먹긴 했지만 남을 괴롭히진 않았다. 활달하고 밝은 성격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학급 운영위원이었고 공부도 곧잘 했다.

그는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았다. 친구와 장난을 칠 때였는지, 어디에 부딪힌 건지는 몰라도 한창 놀다가 갑자기 자기 팔을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던 게 기억난다. 그러다 금세 특유의 실눈을 하고는 헤헤거리며 장난을 쳤다. 이런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서일까. 진선규가 지난 2014년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에서 킬러로 단역 출연했을 때 몹시 의아했다.

항상 웃는 얼굴에 악의라고는 느낄 수 없던, 꽤 미소년이었던 그가 악역을 한다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 드라마에서 어릴 때의 그 천진한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천상 킬러였다. "뭐야, 연기를 너무 잘하는 거 아냐?" 나는 놀라움에 혼자 중얼거렸다. 영화 <범죄도시>의 거칠고 강한 캐릭터인 위성락으로 그를 먼저 안 관객이, 시상식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도 관중에게 웃음을 주는 그를 보고 '저런 면이 있었어?'하고 생각했다면, 아마 내가 느낀 놀라움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진선규의 진솔한 수상소감, 그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

 진선규(오른쪽)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윤계상 분)의 오른팔 위성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주)키위미디어그룹
수상소감을 말할 때의 그는 감정이 풍부하고 솔직했던 어릴 때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가장 먼저 아내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걸 보고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사실 선규는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를 짝사랑(?)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보이려 하면 일단 마구 놀려대고 보던 유치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선규는 아주 태연하게 "나는 OOO을 좋아한다"고 시시때때로 떠들고 다녔다.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해야 주위에서 놀리며 재밌어 할 텐데 선규는 너무 당당해서 놀림감이 되지도 않았다. 당시엔 요즘처럼 누가 누구와 사귄다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선규도 (적어도 그 시기엔) 그냥 그렇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쳤던 것 같다.

스무 살이 넘어 커뮤니티 웹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이 유행하던 때, 초등학교 동창 몇 명이 아주 오랜만에 서울에서 모였다. 그때 선규도 왔다. 한예종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까불까불하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실눈을 하고 웃는 모습은 여전했다.

이후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 좋은 배우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종종 접했다. 그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할 때면 주위 사람들에게 그와 어릴 때 같은 반이었다는 사실을 떠벌리곤 한다. 심지어 우리 집 마당에서 내 남동생과 그가 축구공을 차고 놀다가 현관의 커다란 유리창을 깨먹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자랑삼아 한다(같이 논 건 맞지만 엄밀히 말해, 그때 공을 세게 찬 건 내 동생이었다. 하지만 자랑할 땐 이 말은 쏙 뺀다). 그의 오랜 팬이었던 만큼 이번 수상이, 그리고 엉뚱하고도 진솔한 수상 소감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한없이 기쁘다.

경상남도 진해의 작고 소박한 동네에서, 그가 호명한 친구들과 맘껏 웃고 장난치며 보낸 그의 건강한 어린 시절이 아마 그가 긴 무명의 시기를 버티는 데 큰 힘이 됐으리라 짐작한다. 실제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극하던 시절을 "좋아서 한 것이라 힘들지 않았다,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이번 수상으로 그는 무명 딱지를 완전히 떼어 버렸고 나의 팬심은 더욱 두터워졌다. 그는 수상소감을 마치며 "저 멀리 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라는 목표를 향해서 조금씩 나아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 정말 그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이 그를 '스타'라 부르더라도 그는 여전히 더 먼 우주를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앞으로 그가 안내할 연기의 세계가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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