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멋진 이유] 누가 하와이안 셔츠를 바캉스 패션이라 했나

이도은 2017. 7.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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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컬러· 무늬에 슬림한 실루엣 대세
도시에서도 입을 법한 일상룩으로 달라져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하와이안 셔츠. 야자수 잎과 꽃무늬가 화려하게 들어가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잘 차려 입은 남자들을 보면 시선이 멈춥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한 번에 쭉 훑어내려가며 감탄을 하죠. 그런데 궁금합니다. 대체 현실에서 보는 남자들과 뭐가 얼마나 다른 것인지 말입니다. '이 남자가 멋진 이유'는 여기에서 출발한 코너입니다. 딱히 드러나지 않지만 차이를 만드는 남자의 스타일 아이템을 소개해드립니다.
━ 세련된 디자인에 슬림핏으로 변신
모노톤의 하와이안 셔츠로 일상적이지만 뻔하지 않은 차림을 보여준 정우성. [사진 세정]
안다. 정우성이다. 뭘 입어도 멋지다는 그야말로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의 표본이요, '이 남자가 멋진 이유'를 딱히 댈 필요도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말끔한 실루엣에 윤기가 흐르는 고급 슈트를 입었다면 이 코너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을 터다. 슈트란 누가 입어도 웬만큼 멋이나는 옷 아닌가. 그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은 하와이안 셔츠를 걸쳤기에 또한번 그의 진가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거다. 큼지막한 꽃과 야자수 등이 그려진 짧은 길이의 반팔 셔츠, 그래서 바닷가 휴양지가 아니고서는 쉽게 소화하기 힘든 그 옷 말이다.
얼핏 보면 '이런 게 하와이안 셔츠야?' 라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흔히 알고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서다. 화려한 무늬나 컬러 대신 검정 바탕에 흰색 풀잎 무늬로 차분하게 톤을 낮췄다. 뭣보다 품이 넉넉한 실루엣도 사라지면서 허리·소매·라인이 드러날만큼 몸에 붙고, 셔츠를 겉으로 빼 입는 하와이안 셔츠만의 정석도 버렸다. 이쯤이면 하와이안 셔츠가 '남성 리조트 웨어의 대명사'만이 아닌 도시의 일상 패션으로 진화했다 싶다.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정우성. [사진 중앙포토]
하여 사진 속 이 남자가 태양 가득한 해변가가 아닌, 회색빛 콘크리트를 배경으로 서 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 나온 정우성의 하와이안 셔츠와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조폭·양아치의 이미지가 온데간데 없다는 말이다.
파도치는 바다를 셔츠에 담은 2016 생로랑 컬렉션. [사진 중앙포토]
우크렐레를 치는 여인을 모티브로 삼은 하와이안 셔츠. 긴 소매로 변형시켰다. 2014 프라다 컬렉션. [사진 중앙포토]
하와이안 셔츠에 오버사이즈 재킷과 팬츠로 여유로운 멋을 낸 2018 루이비통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사실 이같은 하와이안 셔츠의 변신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컬렉션에서 일찌감치 감지된 바다. 2014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하와이안 셔츠를 선보인 생 로랑은 2016년 다시 이를 등장시켰고, 드리스반 노튼이나 발렌티노, 루이비통이 하나둘씩 대세를 이어갔다. 디자인 역시 원조격의 화려한 프린트의 하와이안 셔츠가 나오는 다른 한 축으로 여러가지 버전이 등장했다. 가령 브라운 컬러에 화이트 파인애플 무늬를 박아 귀여운 이미지를 준다거나(발렌티노), 수채화 느낌의 잔잔한 패턴을 찍는가하면(생 로랑), 실크 소재(루이비통)를 써서 고급스럽게 선보이는 식이다. 또 하와이안 셔츠의 특징인 '쿠반 칼라(cuban collar, 셔츠 첫 단추가 없이 오픈된 모양)'에서 격을 갖춘듯 깃을 여미거나, 반팔의 원칙을 깬 긴 소매 역시 잇따라 나타났다(프라다 2014). 『알로하 셔츠: 섬들의 정신(The Aloha Shirt: Spirit of the Islands)』의 저자인 데일 호프가 "당신이 이제 하와이안 셔츠를 고른다면 슬림핏, 세련된 무늬, 바다 풍경이라는 세 가지를 기억하라"고 했던 걸 다시 떠올려 볼 만하다..
파인애플 무늬 셔츠를 겹쳐 입은 2016 발렌티노 컬렉션.[사진 중앙포토]

━ 화이트 칼라의 '캐주얼 데이'를 만든 옷

애초 하와이안 셔츠가 바캉스 패션이라는 건 절반이 틀린 얘기다. 옷의 기원은 1850년대. 당시 하와이 사탕수수·파인애플 농장으로 이민간 일본 노동자들 중 일부가 고국에서 쓰던 유카타용 천을 수입해 옷을 만들면서부터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하와이안 셔츠는 1930년대에서나 나타난다. 현지 섬유 산업의 성장하면서 여행객들의 기념품 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당연히 열대 과일이나 훌라춤을 추는 여자들처럼 하와이 특유의 기후와 문화를 무늬를 내세우게 된다.

'관광객용'으로 분류되던 옷이 현지에서도 대중화하는 계기는 30여 년이 지나서 등장한다. 1962년 하와이 패션 조합에서 주 상원에 하와이안 셔츠를 비즈니스 드레스 코드로 인정해달라는 요청을 하게 된 것. 더운 기후를 고려하는 동시에 산업 부흥을 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승인받자 업계는 1965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매주 금요일 사무직 근로자들이 하와이안 셔츠를 입도록 하는 '알로하 프라이데이'를 추진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사무직군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청바지나 티셔츠를 입는 '캐주얼 데이'의 첫 단추가 된다. 휴양지 패션과 출근복, 극과 극의 스타일이 하와이안 셔츠에선 이미 통해온 셈이다.

━ 일상 옷으로는 단정한 하의와 신발 짝지어야

잔무늬의 하와이안 셔츠에다 기본 치노 팬츠, 흰 운동화를 짝지어 강약을 조절한다. [사진 핀터레스트]
이제 이 화려한 셔츠를 도시에서 입고 활보하려면 용기만큼 센스가 필요하다. '빈티지 캐주얼' '댄디룩'으로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링 요령이다. 김윤미 스타일리스트는 단정하고 단순한 하의와 신발을 강조한다. 데님이나 치노 팬츠처럼 기본 아이템과 짝지으면 무난하다. 이때 흰색이나 검정 면티 위에 겹쳐 입으면 더욱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이 살아난다. 그는 "휴가지에서 시는 슬리퍼 대신 컨버스 운동화로 대체하는 것도 하와이안 셔츠를 일상에서 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올 블랙에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를 포인트로 겹쳐 입은 배우 이동휘. [사진 중앙포토]
밝은 톤의 슈트와 하와이안 셔츠로 균형을 맞췄다. [사진 럭셔리&빈티지 마드리드]
최근 피티 워모에서 흔히 보이는 방식도 참조할 것. 바로 슈트와의 결합이다. 서정은 스타일리스트는 "자칫 느끼해보일 수 있는 조합이라 아이보리·베이지 등 밝은 슈트에 네이비·그린 등의 컬러풀한 셔츠를 슬쩍 노출시키는 정도면 좋다"고 말한다. 단, 평소와 달리 부토니에나 행커치프 등 컬러가 있는 그 어떤 액세서리도 배제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보다 과감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실크 소재의 하와이안 셔츠에 한 자락만 빼서 입어보라"면서 "특히 요즘 유행하는 와이드 팬츠와 짝지으면 이만한 트렌드세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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