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의 이나불?] 성희롱·여혐으로 돈 벌겠단 웹툰 작가, 제정신인가
여성 비하하고 여성 성희롱 등 논란
예술·표현의 자유, 무한정 허용 안 돼
"혐오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까지 훼손"

지난 12일 '귀귀'는 자신의 블로그에 '페미니스트 선언합니다'란 제목의 만화를 하나 올렸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에서 그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성은 왕자가 필요 없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전 사실 페미니스트입니다. 증거로 이 티셔츠를 입었고요"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욕설을 섞어가며 "내가 페미 선언해서 실망했다고? XX놈들아?. 니들(남성) 믿다가 열혈초(본인 만화) 단행본도 후원 안 돼서 실패했고. 개XX들아"라고 말한다. 이후 표정을 바꿔 "자! 페미 동지 여러분! 페미 귀귀의 상품이 나왔습니다"라고 외친 뒤 실제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캐릭터)상품을 소개한다.

귀귀 작가는 선정성·폭력성 등으로 이미 숱한 논란을 겪었던 인물이다. 가끔 그가 평범하게 만화를 그리면 "너무나 만화가 정상적이라서 논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소위 'B급 정서'를 자극해 적지 않은 매니어층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 네이버에 연재했던 '낚시신공'의 41화 '피바람편'에선 등장인물의 살점이 뜯기고 손목이 잘려 피가 튀기는 등 고어물에 가까운 장면이 담겼다. 논란이 되자 당시 네이버는 해당 화를 삭제한 뒤 "향후 사전 검수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선정성과 폭력성이 과도한 콘텐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의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공론장에서의 담론이 불가능할 정도로 혐오적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김치녀, 메갈녀, 한남충 등이 그 예다. 혐오 표현은 이성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감정의 영역으로 쉽게 치환시켜버린다. 여성에 대한 혐오를 가득 담고 있는 이번 게시물에도 14일 오전 이미 27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이성적 목소리 대신 적대적인 성(性) 대결만 이어지고 있다. 김성환 작가의 블로그 내용을 뒤늦게 확인한 판매 중개 업체가 13일 그의 상품에 대한 펀딩을 중지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수많은 비판에도 여전히 그의 그림은 블로그에 남아있다. 14일에는 "미개한 한남충 귀귀! 4.4센치 X 잡고 재기 합니닷!' 등 표현이 담긴 그림으로 펀딩 중지에 대한 입장을 올려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여성학자인 정희진은 "혐오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인간성까지 훼손한다(『낯선 시선』)"고 말한다. 지금 귀귀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문구다. 그의 그림이 비하하는 대상이 비단 여성뿐일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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