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세] 나라꼴 갖춰도 국제사회 외면, 지도에 없는 나라
아프리카의 미승인국가 소말릴란드
━ 지도에 없는 소말릴란드, 아프리카 55번째 국가 될까 ‘해적의 바다’ 아덴만 연안엔 지도에 없는 국가가 있습니다. 국가의 3요소라는 국민·영토·주권을 갖췄지만, 누구도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미승인 국가’ 소말릴란드 공화국(Republic of Somaliland·이하 소말릴란드)입니다.

부정선거 시비가 붙어 개표가 지연되고 시위가 벌어져 2명이 숨지긴 했지만, 소말릴란드 대선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좀처럼 드문 사건”으로 전 세계 언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야에서 3명이 입후보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입니다. 평화적인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만으로도 독재가 판치는 아프리카의 모범 사례가 됐다는 호평입니다. 심지어는 중복 투표 등을 막기 위해 유권자 홍채 인식 확인 절차를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소말릴란드는 이번 선거에 무척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선거를 계기로 보란 듯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겠다는 겁니다, 이번 [알고보면 쓸모있고 신기한 세계뉴스]에선 국제 미아 신세인 소말릴란드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지난 13일 소말릴란드의 수도 하르게이사에서 한 여성이 대선 투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1/25/joongang/20171125090059987dcdy.jpg)
1960년 6월 26일 영국에서 독립한 북부는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State of Somailand)’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닷새 뒤엔 남부가 독립해 소말리아 공화국을 세워 소말릴란드를 강제 합병합니다. 소말릴란드는 단 닷새 동안 존재한 국가라는 기록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렸죠.
거의 100년간 분리돼 있던 남·북부는 통합 뒤 줄곧 갈등합니다. 부족 갈등이라는 아프리카의 고질적인 문제도 나타났습니다. 69년~91년 집권한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정권이 자신의 부족에게만 권력을 몰아주고, 다른 부족은 차별·배척한 겁니다.
이에 반발한 다른 부족들은 연합해 90년 바레 정권을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이내 자기들끼리 권력 다툼을 벌입니다. 지금까지 진행 중인 소말리아 내전의 시작이었죠. 이 와중에 이사크족의 소말리아국민운동(SNM)이 북부를 점령해 독립을 선포합니다. 닷새 만에 사라진 국가를 승계한 소말릴란드 공화국의 탄생입니다.
![소말릴란드 대선에선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한 홍채 인식 확인 절차가 최초로 도입됐다. [아프리카뉴스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1/25/joongang/20171125090100221walr.jpg)
해적질과 테러가 난무하는 소말리아와 달리 소말릴란드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치안을 유지하면서 국가를 운영했습니다. 2008년엔 아덴만의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당한 프랑스인 구출 작전을 지원해 국제 사회와 협력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승인국가보다 미승인국가가 더 나라 꼴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해 소말릴란드 독립 25주년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1/25/joongang/20171125090100341musj.jpg)
━ 정치 건전성 불구, 개도국 지원도 못 받아 다음 달 13일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아브디 당선인은 소말리아 공군 출신으로 SNM에 투신해 소말릴란드 독립운동을 벌인 인물입니다. 독립 정부에선 내무장관을 지냈고요. 이런 배경을 가진 그가 대통령으로서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이 국제사회 승인 획득입니다.
발 빠른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지난 23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매체 내셔널엔 “소말릴란드의 새 정권이 UAE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13일 치러진 소말릴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무세 비히 아브디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1/25/joongang/20171125090100493dnxq.jpg)
외부의 도움 없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소말릴란드는 이 조건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미승인 국가라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짐바브웨·우간다 등 악명 높은 독재 국가들은 조건에 미달하는데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의 지원을 받습니다. 이 돈이 독재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데도 서방은 묵인하고 있고요. 소말릴란드는 무척이나 억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아프리카엔 국제 사회의 온전한 승인을 받은 54개 유엔 회원국이 있습니다. 소말릴란드가 염원대로 국제적 승인을 얻고, 아프리카의 55번째 유엔 가입국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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