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예슬의 만만한 리뷰] (15) 그녀가 마지막까지 기억했던 것, 영화 '스틸 앨리스'
알츠하이머 환자의 입장을 그린 영화
줄리안 무어의 '생애 최고의 연기'
제8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존경받는 언어학 교수이자 완벽한 아내였고, 그 와중에도 삼 남매를 훌륭히 키워낸 엄마였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그녀의 50번째 생일파티... 그때까지만 해도 행복한 가정의 전형이었죠. 그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는요.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녀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죠. 주인공 앨리스(줄리안 무어 분)는 강의 중 단어를 잊어버린다거나 조깅하다 갑자기 멍해집니다. 또 저녁 약속을 곧잘 잊어버리고, 했던 말을 반복하죠. 가벼운 갱년기 증상이라고 넘겼는데 어쩐지 좀 이상합니다. 병원에서 몇 가지 테스트를 받았는데, 의사가 더 깊은 검사를 해보자 합니다. 앨리스는 점점 두려워집니다.

‘치매’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없어진 것’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뇌 손상이 생기면 기억력이나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등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론 알츠하이머가 있습니다.
앨리스의 진단명은 희귀성 알츠하이머.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은 것도 드문데, 앨리스의 경우 자녀들에게 유전이 된다고 합니다. 50대50의 확률. 내가 아프다는 말보다 더 아픈 말이죠. 물려줄 게 없어서 병을 물려주다니. 엄마로서 얼마나 절망스러울까요.

그래도 앨리스는 그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합니다. 이런 노력에 가족들도 힘을 실어 주죠.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많이 비춰졌기 때문이죠.

그녀의 노력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알츠하이머 협회에서 연설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면서, 예전의 앨리스로 남아있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고 말하죠. 그녀의 연설은 협회의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랑하는 가족,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뜨거운 울림을 주는 연설이었습니다.

저명한 언어학 교수에서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치매 환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연기한 줄리안 무어는 이 영화를 통해 제8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어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국제 영화제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여배우가 되었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막내딸이 책을 읽어주는데요. 어땠느냐고, 무슨 이야기 같냐고 묻는 딸의 말에 앨리스는 어렵사리 한 단어를 내뱉습니다. 'LOVE(사랑)'.
그녀가 마지막까지 기억했던 단어가 ‘사랑’이라 참 다행입니다.
■ 스틸 앨리스

촬영: 데니스 르노어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1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2015년 4월 29일 」
현예슬 멀티미디어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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