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이 간다] 국회·서울대 도서관이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
오히려 일반 국민에게 개방적
출입·대출 제한 사라지는 추세
'독서 바캉스' 즐기는 시민 많아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은
학생들에게 '기부문화' 체험관
![국회도서관 로비 열람실. 도서관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시민의 종합 문화·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설립 목적상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열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김춘식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8/10/joongang/20170810010142906qfiu.jpg)
원래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재학생을 위해 설립됐다. 최근 두 도서관은 일반 국민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변화가 있으면 반발이 있다. 의원이나 학생 일부는 일반인들의 ‘침입’이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우리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미 의회·하버드대 도서관보다 국민에게 오히려 더 열려 있었다.
연간 방문자 수 180만 명인 미 의회도서관은 시중에서 판매 중인 책은 대출이 안 된다. 70여 개 교내 도서관의 연합체인 하버드대 도서관의 경우 일반인은 일부 도서관만 출입할 수 있다. 대출도 제한된다. 우선 국회도서관으로 가 봤다. 하루 일반인 이용자는 2500명이다. 열람실 좌석은 601석이다. 상주하다시피 하는 사람도 있다. 빈자리가 보였다.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
![이은철 국회도서관장 [김춘식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8/10/joongang/20170810095317585ahyk.jpg)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이성의 방’. 도서관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시민의 종합 문화·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설립 목적상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열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김춘식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8/10/joongang/20170810010143024ewcy.jpg)
관정관은 서울대의 랜드마크가 됐다. 최미순(관정관서비스팀)씨에 따르면 2015년 입학생들은 스스로를 ‘관정 학번’이라 부른다. 관정관 개관을 전후로 많은 게 달라졌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본관은 교내 모든 곳에서 출발해 5분 내로 올 수 있게 설계됐다. 하지만 관정관이 생기기 전에는 자연대·공과대 학생들은 도서관에 잘 오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부터 ‘관정충’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관정관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룹스터디룸(47실)·캐럴(80실)·세미나실(4실) 등 시설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네이밍(naming)했다는 점이다. 열람실 의자·책상에도 기부자 이름이 적혀 있다. 사실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동문 기금 조성 목적으로 인용되는 말로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가 없다”가 있다. ‘도네이션(donation·기부)’은 곧 ‘돈(money)네이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는 ‘기부문화 후진국’이다. 관정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기부와 친숙해진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기부 네이밍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어머니 이름으로 기부한 사람도 있다. 재학생도 목돈이 생기면 기부한다. 관정관은 동문·학생·시민 952명이 기부한 723억원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공통점은 뭘까. 둘 다 시원했다. 일반 시민이 ‘독서 바캉스’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또 양쪽 모두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열심이다. ‘정보의 산’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파묻혀 있는지 빨리 파악해 끄집어내는 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외자료가 많다는 강점도 비슷하다. 두 도서관 모두 오후 6시 이후, 주말에 찾는 직장인이 많다. 그들은 일과 후 동료들과 함께 ‘한잔’하러 가는 게 아니라 공부하러 간다.
두 도서관 모두 이용자들과 열심히 소통한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학생 의견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사업을 구상할 때 이용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국회도서관은 10월 15일까지 ‘2017 국회도서관 발전을 위한 국민 제안’을 받는다. 1층 로비에 설치된 공고문은 이랬다. "최고의 입법정보 서비스와 국민을 위한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회도서관이 되기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제안을 기다립니다.”
국회도서관의 뿌리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중에도 꼭 필요한 국회의원 지원 기능에 예산을 쓴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부산 분관 건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본관의 리모델링을 앞두었다. 우리나라 도서관 생태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도서관이 어떤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될지 궁금하다. 도서관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절실해진 평생 교육의 중추다. 중추 기능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5%(4500억원)를 대학도서관 자료 확충에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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