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 표절 논란, 차라리 리메이크였다면 응원하련만
[오마이뉴스 글:이정희, 편집:오수미]
9시 30분으로 자리를 옮긴 tvN 월화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아래 <이번생>)는 2.023%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4회 3.841%까지 상승하며 월화 드라마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청률 상승세와는 별개로 매회 <이번생>을 보는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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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BS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 ⓒ TBS |
38세의 가구주 웹 디자이너 남세희(이민기 분)와 그가 여성인 줄 알고 그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오게 된 30세의 윤지호(정소민 분). 집에서 결혼 독촉에 시달리는 남세희의 상황과 집도 일도 다 잃은 채 고향 남해로 돌아갈 처지에 놓인 윤지호의 이해가 맞물리며, 둘은 계약 결혼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계약 결혼 스토리는 그리 낯설지 않은 서사다. 그러나 <니게하지>에서 역시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프로 독신남 히라마사(호시노 겐 분)가 아버지의 권유로 집에 가정 도우미로 들어온 미쿠리(아라가키 유이 분)와 엮이게 된다. 히라마사는 계약결혼을 제안한 미쿠리의 요구에 냉철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본 뒤 손해날 것이 없다며 결혼에 이른다. 두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르지만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듯하다.
특히 두 드라마의 공감이 기초하는 곳은 바로 사회에서 도태돼 버린 여주인공의 처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5세 파견직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미쿠리는 보다 전문적인 일을 찾아 임상심리 대학원까지 진학한다. 하지만 문과 계열 그녀에게 취업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집에서 놀고 있는 그녀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지인인 히라마사 집에 가정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권하며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된다.
<이번생>의 윤지호의 서사는 어떤가. 30세의 윤지호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지만 현실은 보조 작가다. 이번에는 입봉을 하려나 했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현실은 원작을 알아볼 수 없는 정도로 '윤문'한 글과 작업실을 빌려준 피디의 성폭행 시도다. 결국 윤지호는 집도 절도 없이 심지어 자신이 하고자 했던 글 쓰는 일조차 포기하며 10년 여의 서울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렇듯 <이번생>과 <니게하지>는 문과 출신의 여성이 자신의 꿈은커녕 사회에 발붙이기도 어려운 처지로 남자 주인공과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유사해보인다.
이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tvN 측은 표절 시비가 불거지자 "리메이크도 표절도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두 드라마를 모두 본 시청자 중에는 '<니게하지>가 없었다면 <이번생>이란 드라마가 등장할 수 있었을까'라며 의구심이 드는 이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tvN 측의 입장이 아쉽기만 하다.
의심이 깊어지는 건 <이번생>의 윤난중 작가에게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녀의 대표작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2013)>은 2009년 윤난중 작가가 연습 삼아 일본 드라마를 각색했다 이후 판권을 사서 드라마화 전례가 있다. 2010년 방영된 KBS 2TV 단편 드라마 <드라마 스페셜> '달팽이 고시원'은 일본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소설 <와세다 1.5평 청춘기>와, <드라마 스페셜> '위대한 계춘빈'은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 그네>와 유사성 논란이 이어졌던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이번생>이 <니게하지>를 <직장의 신>처럼 판권을 사 각색했더라면 가감 없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기에 그 행보가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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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N |
수지타산을 맞춰보니 가장 적합한 결혼 상대자일 거라는 남세희의 청혼에 윤지호가 응답을 한 건, 바로 이 시대 청춘의 응답이기도 하다. <이번생>에는 일본 드라마와 달리 윤지호를 비롯해 다른 두 명의 동년배 여성 양호랑(김가은 분), 우수지(이솜 분) 등 세 명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친구지만 각자 전업주부, 사장, 그리고 작가의 꿈을 꿨었다. 이제 서른 줄의 그녀들은 위기에 몰려 있다. 결혼이 늦어져 임신조차 못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동거를 하는 이가 있다. 사장 대신 사장님의 호출이라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는 대기업 대리도 있다. 그리고 연애나 사랑조차 사치로 여기며 방 한 칸을 위해 계약 결혼을 감행하는 그녀도 있다.
'럭셔리' 전업 주부, 현모양처를 꿈꾸는 호랑은 일면 허무맹랑해 보인다. 반대로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빗나간 전통의 강제일 뿐 비효율적이며, 비인권적이다"고 주장하는 남세희와 우수지의 '비혼주의'가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번 생에 연애는 개뿔, 차라리 방 한 칸이 현실적이다"는 윤지호의 선택은 현실적인 묘사로 호소력을 얻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직장의 신>에 이어 다시 한번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이번생>의 시청률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표절 논란에 대처하는 tvN의 자세가 더욱 아쉬워지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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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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