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왜곡은 범죄다" 국회 토론회서 처벌 규정 신설 촉구
[고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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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촬영 기념촬영을 하는 ‘제22대 국회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위한 3차 공동토론회’ 참가자들 |
| ⓒ 고창남 |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위한 3차 공동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4·3 왜곡은 더 이상 의견 표명이나 명예훼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폭력과 민간인 집단 희생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중대한 사회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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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성곤 개회사를 하는 위성곤 국회의원 |
| ⓒ 고창남 |
이날 토론회에 앞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토론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국회 공동토론회가 매우 뜻깊다"며 "제주4·3은 진실과 정의를 향한 모두의 염원이 모여 완전한 해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언급하며 "제주4·3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부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가 제주4·3 왜곡과 폄훼를 바로잡기 위한 법적·제도적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제주도정은 중앙정부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4·3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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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범 개회사를 하는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 ⓒ 고창남 |
김 회장은 "역사 왜곡을 방치한다면, 그로 인한 상처와 갈등의 책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국가와 사회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기억과 추모를 넘어, 왜곡을 제어할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국회의원 역시 개회사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지만, 국가폭력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며 "4·3 왜곡 문제를 더 이상 도덕적 비난이나 선언적 규정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위 의원은 "5·18민주화운동과 마찬가지로, 4·3 역시 법률 차원에서 역사적 진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4·3 당시 5000여 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는 박진경을 보훈부가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취소를 지시했음을 언급하며, 보훈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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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규 인사말을 하는 김한규 국회의원 |
| ⓒ 고창남 |
김 의원은 "그럼에도 역사적 합의를 부정하고 희생과 고통의 기억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며 "역사를 편의적으로 재단하는 행위는 공동체의 신뢰를 해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3차 토론회는 4·3 왜곡 처벌 규정과 4·3의 역사적 성격을 분명히 하는 정의 규정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며 "오늘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조속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창운 변호사 "처벌 없는 금지는 선언에 불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창운 변호사는 '4·3 왜곡 처벌 규정 마련의 필요성과 입법 과제'를 주제로 발제하며 현행 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현행 제주4·3특별법에는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하는 조항은 있으나, 이를 위반했을 때의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4·3을 '공산폭동'이나 '좌익 반란'으로 규정하는 발언이 정치권, 집회 현장, 영상물과 출판물, 공개 강연 등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실질적 수단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형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하며, "형법상 명예훼손은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보호하는 범죄인 반면, 역사 왜곡 처벌은 사회 공동체의 역사적 진실과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어 "5·18특별법처럼 허위사실 유포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 한, 4·3 왜곡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비방할 목적' 요건과 관련해 "비방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두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입증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처벌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성만 교수 "정의가 모호하면 왜곡은 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고성만 제주대학교 교수는 '4·3 정의 규정 개정의 필요성과 입법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고 교수는 "현행 특별법이 4·3을 '소요사태'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폭력과 민간인 집단 희생이라는 역사적 성격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률상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왜곡을 처벌하겠다는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4·3의 역사적 성격을 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명확히 정립하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왜곡 처벌 논의와 정의 규정 개정이 분리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법률상 정의가 여전히 '소요사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왜곡을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법리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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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승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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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고 '4·3은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피해 가고 있다"며 "비방 목적 요건을 유지하는 한 왜곡 처벌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차종수 사무국장 "왜곡 방치하면 갈등 책임은 현재로"
차종수 5·18민주화운동교육관 사무국장은 토론에서 "4·3의 진실 규명이 과거를 바로잡는 일이라면, 이제는 왜곡과 폄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2차 가해를 예방하는 것이 현재의 국가와 지방정부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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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자들 토론에 임하는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와 지정토론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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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지금의 4·3특별법은 왜곡과 선동에 무기력하다"며 "국회는 4·3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며,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악의적 왜곡과 선동 행위에 대해 엄중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제주4·3 특별법은 소관이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인데, 행안위에서는 국민의힘이 제주4·3 특별법 개정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3차 토론회와 기자회견은 제주4·3 왜곡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재확인하며, 4·3특별법 개정과 역사적 진실 보호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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