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씩"...항공과 여대생·현직 승무원들이 받는 소름돋는 검사

인권 침해 수준이라는 승무원 외모 규정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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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면 객실 승무원들은 환한 미소로 승객들을 맞아주곤 합니다. 보통 항공기 승무원을 떠올리면 흐트럼 없이 단정한 유니폼에 수려한 외모, 늘씬한 몸매를 갖춘 젊은 여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특히 신체 조건과 외모는 많은 여성 지원자들을 위축되도록 만드는 요소입니다. 승무원들의 외모 규정은 이전보다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엄격하다고 하죠. 오죽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승무원을 뽑는 조건 중 '외모가 1순위'라는 말이 나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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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하는 직업인 승무원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외모 규정은 어느정도 수준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항공과 여대생들이 받는 검사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연합뉴스

지난 2022년 8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강의실에 체중계가 있는 항공과의 일상이 전해지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강의실에 있는 체중계에서 몸무게를 재는 항공과 여대생들의 모습이 담겼는데요.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승무원들 보면 불편해 보인다. 사고도 사고지만 짐 들어준다거나 진상 승객 만났을 시 대처할 수 있는 운동이나 체력을 보는 게 더 맞는 거 아니냐"라는 비판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어 그는 "승무원을 눈 요깃거리나 전시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아서 좀 그렇다"라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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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글 하단에는 "승무원은 비행기 안전요원인데 구두 신고 풀메하고 체중관리하고 치마 입고 이러는 거 기괴하다", "인권의식, 안전의식 낮은 나라일수록 승무원이 젊고 예쁘다", "승무원이 언제부터 모델이었지", "저렇게 식단 조절한 여리여리한 언니들이 혹시 비행기 사고 났을 때 여러분을 탈출시켜야 하는 거다" 등의 동조 댓글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승무원 외모규정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과 달리, 여성 승무원의 외모와 몸무게에 따라 불이익을 주고 있는 항공사가 많습니다.

"살쪘다고 월급을 깎았어요"

에미레이트 승무원, 칼라 베이슨/ 온라인 커뮤니티

에미레이트항공이 여성 승무원의 외모와 몸무게에 따라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중동에서 가장 큰 항공사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항공사인데요.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외항사여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에서 9년 동안 승무원으로 일하다 2021년 퇴사한 칼라 베이슨은 최근 미국 매체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에미레이트항공은 승무원의 몸무게를 매번 체크하고 조금만 살이 쪄도 감봉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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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슨은 에미레이트항공은 일명 ‘외모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승무원의 외모와 몸무게를 수시로 감시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화려하고 멋진 ‘에미레이트의 얼굴 유지’였죠. 베이슨은 또 승무원의 몸무게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전문 직원이 따로 있으며 승무원들은 그들을 ‘체중 경찰’이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만약 승무원 중 6개월 안에 기존의 유니폼보다 큰 사이즈를 요청한 경우 ‘외모 매니지먼트 프로그램’ 담당자가 체중에 대한 질문을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해당 직원은 곧바로 외모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합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을 그만둔 또 다른 승무원은 "회사 측에 내가 살이 찐 것 같다고 말한 동료 때문에 문제의 프로그램 대상에 올랐다. 회사 규정을 단 2㎏ 초과했을 뿐인데, 회사는 비행기 탑승 전 수시로 내 몸무게를 체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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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회사가 원하는 만큼 몸무게를 줄이지 못하면 급여가 삭감되거나, 계획돼 있던 비행에서 빠지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입사 당시에는 회사로부터 이런 체중 조건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에서 일했던 전 직원들은 항공사가 여성 승무원들의 ‘완벽한 외모’를 위해 강압적인 태도를 이어갔으며, 특히 체중에 대한 경고를 받은 승무원들을 상대로 2주에 한 번씩 체중 검사를 실시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현재 에미레이트 항공에 근무하는 전체 승무원 수는 2만5000명 정도며, 이중 한국인은 800여 명에 달합니다. 한국인 직원 역시 항공사의 ‘체중 경찰’의 감시 대상에 있다는 말입니다.

몸무게 '키(㎝)-110' 넘지 말 것

중국하이난 항공/온라인 커뮤니티

사실 승무원의 외모를 지적하고 불이익을 주는 항공사는 에미레이트항공 뿐만이 아닙니다. 정말 최근까지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2023년 6월 중국의 하이난 항공은 뚱뚱한 여성 승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겠다며 체중 감량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객실 승무원들에게 통보한 '전문 이미지 검사와 관리 지침'에는 여성 승무원을 체형과 체중에 따라 분류하고, 기준 체중을 초과하는 승무원에 대해서는 운항 중단과 함께 체중 감량을 요구하겠다고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항공사가 제시한 기준 체중 계산 방식은 '키(㎝)-110'입니다. 예를 들어 키가 168㎝인 승무원의 기준 체중은 58㎏이 되는 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항공사는 과체중 5% 이하 여성 승무원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체중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기준 체중이 10%를 초과하는 승무원에 대해서는 즉시 비행을 중단하고 체중 감량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었습니다.

2017년 파키스탄의 국영항공사 파키스탄국제항공(PIA)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일부 승무원에게 비행 대신 지상직 근무를 지시했습니다. 몸무게가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파키스탄 국제항공 승무원/ 온라인 커뮤니티

파키스탄국제항공은 직원들의 키와 몸무게에 따른 BMI지수를 분석해 항공사가 정한 기준보다 10~20kg 더 나가는 승무원 7명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습니다. 비행이 금지된 직원들은 30일간 지상직으로 근무하면서 살을 빼야 했습니다.

국내 항공사의 놀라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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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는 직원들의 외모·복장 규정이 엄격한 직종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여성 승무원은 ‘항공사의 꽃’으로 불리며 항공사의 이미지로 소비되는데요. 이 때문에 각 항공사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승무원의 외모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죠.

여전히 외모 규정을 두고 불이익을 주는 항공사가 많지만 여성 승무원의 성적 대상화를 지양하고 승무원 본연의 업무인 서비스와 안전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외모 규정을 바꾸는 항공사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신생 LCC(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은 2021년 10월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에 나서면서 외모 규정을 아예 없앴습니다. 심지어 나이와 학력도 보지 않는데요.서류 전형에 사진 제출도 금지했습니다. 채용 캠페인에도 객실 승무원의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 대신 기내 난동 행위를 제압하고 인명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강인한 모습을 담았습니다.

에어로케이항공

에어로케이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젠더리스 유니폼도 도입했는데요. 치마 정장은 따로 없고 여성과 남성의 유니폼 디자인이 동일하죠. 몸에 붙는 치마와 구두를 여성 승무원 유니폼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내 대부분 항공사와 차별화된 새로운 시도입니다.

비슷한 변화는 국내 항공사에서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2018년 일부 국내 항공사에서는 외모 관련 규정을 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객실승무원들의 머리 규정을 없애며 염색, 파마, 단발머리 등 자유로운 머리 스타일을 허용했습니다. 제주항공 역시 자유로운 머리 스타일과 큰 큐빅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네일아트를 허용했습니다. 또한 안경 착용을 허용하여 콘택트렌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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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신발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원래 출근 시 5, 7cm의 구두를 신고 출근해야 했지만 기내화를 신고 출근하는 것이 허용되었는데요. 여기에 정해진 색상의 시계만 착용해야 했던 규정도 완화되어 애플워치를 착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나 항공은 무려 30년 만에 모자 규정을 없앴으며 두발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국내 항공사들의 이러한 변화는 에어로케이의 채용 방식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인데요. 앞으로 객실의 안전과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들의 근무환경이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