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불기소에 야당 '벌떼 총공세'…친한계 '野 공세 끊어내기' 전략
재보궐선거서 성과 거둔 '한동훈 체제'는
선제적 태도 변화로 野 공세 '끊어내기'
"활동 중단 및 '여사 라인' 쇄신 반드시"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야당이 기다렸다는 듯이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등 정부·여당의 '약한 고리'를 집중 공격하는 모습이다. 10·16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는 민심을 발판 삼아 김 여사에 관한 '선제적인 쇄신 조치'로 야당 공세의 김을 빼고 끊어내는 '차단 기동'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 대해, 수사 4년 6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검찰은 관계자 진술과 계좌 거래 내역 등을 검토한 결과, 김 여사가 해당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이같은 결정에 야당은 마치 불기소를 기다렸다는 듯이 김 여사 특검법을 재발의하며 총공세에 들어갔다.
이번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기존 8개에서 14개로 늘려 발의됐다. 추가된 의혹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명태균 씨를 통한 불법 여론조사 의혹 △대통령 관저 이전 및 국가계약 개입 의혹 △국가기밀 유출 및 국정농단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개입 의혹 △조사·수사에 대한 지연·해태·봐주기 의혹 등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대선(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사를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의혹과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여론조사 무상제공 의혹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김 여사를 겨냥한 '벌떼 공세' 중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같은날 낸 서면브리핑에서 "검찰이 기어코 면죄부를 상납했다"며 "검찰이 최소한의 공정성마저 상실하고 살아있는 권력의 충견이기를 자처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법과 정의를 짓밟고 조롱할 줄은 몰랐다"고 비난했다.
조 대변인은 "특검만이 모든 진상을 규명할 유일한 길"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이마저 거부한다면, 국민의 외면 속에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김 여사 문제로 번지고 있는 국민적 분노를 끊어내고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선제적으로 쇄신하는 전향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날 10·16 재보궐선거의 결과가 '한동훈 지도체제'에 힘을 실어준 만큼 이러한 전략 개진에 한층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한 대표는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드릴 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이 명태균 씨 관련 건을 포함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재발의한 것에 대해 "의혹에 대해 야당의 과도한 문제 제기도 있고 (여사가) 설명할 부분도 있다"며 "(여사가) 소상히 설명해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여사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한 대표는 "현장의 말씀은 '지금 이대로 가면 너네 다 망한다. 나라를 생각해서 기회를 한 번 줄테니 변화와 쇄신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와 관련된 일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쇄신'을 위한 방편으로 △김 여사 대외활동 약속대로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 협조 △'여사 라인' 인적 쇄신을 거론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는 '향후 독대에서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등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긍정했다.
앞으로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의 이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의 공세에 마냥 떠밀려갈 게 아니라, 여당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서 먼저 대통령실과 정부의 쇄신을 선도해야 야당의 공세가 힘을 잃게 된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한 대표 측근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여당 내 야당' 노선을 공개적으로 명확하고 선명하게 표방을 했다"며 "일시적으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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