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의 재생치료 플랫폼 전문기업 로킷헬스케어가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로킷헬스케어는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만큼 앞으로 진행되는 공모가 흥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킷헬스케어는 SK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총 1541만7639주를 상장하는 가운데 156만주(10.12%)를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주는 100% 신주로 채워진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1000~1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희망공모가 기준으로 171억6000만~202억8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로킷헬스케어는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였던 유석환 대표가 이끌고 있다. AI 기반의 초개인화 맞춤 장기재생과 안티에이징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다. AI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환자의 환부패치나 장기를 맞춤제작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또 안티에이징을 위한 건강보조식품과 의료기기 등도 판매한다.
앞서 2021년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고배를 마신 후 지난해 3년 만에 재도전했고 A, A등급을 받아 기업공개(IPO)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로킷헬스케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사업성을 입증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당뇨발 치료기술 분야의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 한국, 미국, 튀르키예 등에서 임상을 진행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의료기기 규정인 CE MDR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까지 44개국과 판매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시장 상업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손실 규모와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달 1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 산정에는 주가수익비율(PER) 계산 방식을 활용했다. 계산 과정에서 피어그룹으로는 오스테오닉, 티앤엘, 파마리서치 등3개사가 선정됐다. 이들의 평균 PER은 23.38배다.
로킷헬스케어가 추정한 오는 2027년 당기순이익은 117억8400만원이다. 이 추정치의 현재가치에 피어그룹의 평균 PER을 곱한 값을 적용 주식 수로 나누면 1만6990원의 주당 평가가액이 나온다. 로킷헬스케어는 주당 평가가액에 할인율 23.5~35.0%를 적용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약 2000억원이다.
공모가 산정에 2027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적용한 근거는 이 시점부터 장기재생과 재생재료 부문의 해외 시장 침투율이 증가해 이익이 실현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이익 미실현 사업 부문에서도 임상 개시와 허가 획득 등으로 상업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신고서에 제시된 긍정적인 전망처럼 로킷헬스케어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매출은 2022년 92억원, 2023년 124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매출은 94억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구개발(R&D)비 등 지출이 많아 적자가 이어졌다. 2023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74억원이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36억원이었고, 당기순손실도 2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누적된 영업손실은 재무건전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결손금은 1020억원에 이른다. 로켓헬스케어의 올 3분기 말 부채총계는 827억원에 달하며, 자본총계는 -73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로킷헬스케어는 우선주와 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공모자금까지 더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계획이다. 그동안 회사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우선주(CPS), 전환사채(CB)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외부 자본을 조달했다.
특히 2019년 상반기에만 3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KB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데일리파트너스, DS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자금을 투입했다. 2020년 7월에는 글로벌 바이오 전문 투자사 드래즈캐피탈의 투자를 받았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미상환 CB는 113억원, 미전환 우선주는 447만2930주로 보통주 전환이 이뤄질 경우 자본잠식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선주와 보통주 전환으로 현 최대주주인 유 대표의 지분율이 희석되고 오버행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1% 수준으로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면 지분율이 20%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 10여개 FI들이 투자한 만큼 이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따른 대규모 물량 출회 가능성이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유 대표와 특수관계인은 지분을 최대 3년간 의무보유할 예정이며 일부 투자자는 1년간의 의무보유 기간에 동의했다. 하지만 주요 FI들의 의무보유 기간은 1개월로 설정해 이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70.12%에 이른다.
강기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