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지 말고 들어오세요"…'관광객 몸살' 감천문화마을의 실험

외국인 관광객 체류 시간이 짧아 경제적 효과가 작고 주민 사생활 침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감천문화마을이 빈집을 활용해 생활체험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 가정집 생활을 경험케 하면 마을 집을 엿보는 행태가 줄고, 체류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하구, 빈집 매입해 생활체험관 운영
부산시 사하구는 빈집을 사들여 내년 1월부터 생활체험관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생활체험관은 1950~60년대 피난민 삶의 흔적과 주민 생활을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예정이다. 사하구는 이를 위해 예산 5억원을 편성했다. 사하구는 생활체험관이 감천문화마을에 위치한 부산교육역사관·감천작은박물관과 연계해 이 마을 역사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사하구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빈집을 몇 채 매입할지, 생활체험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생활체험관을 운영해보고 효과가 좋으면 빈집을 숙박시설이나 마을형 호텔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감천문화마을은 2011년 도시재생사업 이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거주 지역과 삶의 영역이 관광 대상이 돼 버렸다. 사생활 침해와 교통·소음난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관광객 체류 시간도 짧아 경제적 효과가 작았다. 2022년 감천문화마을 관광객 수는 175만명이며, 이 중 80%가량은 외국인이다. 하지만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가 커피숍 등을 운영해 거둔 이익은 2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관광객 1명당 수입이 연간 126원인 셈이다.
관광객 80% 외국인…체류 시간 1시간 이내가 절반 넘어

송승홍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하구는 빈집을 활용한 관광 지역과 주거 지역은 분리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빈집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지역은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골목길을 개발하고, 주민 밀집 지역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광객 출입을 일부 제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하구는 내년 초 조례를 개정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감천문화마을을 특별관리지역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 전국 최초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두 번째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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