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개봉한 영화 <애마부인>은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단순히 에로 영화의 흥행작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성적 자각과 중산층 가정의 변화를 자극적으로 그려내며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인공으로 나선 안소영이 있었다. 1959년생인 그는 임권택 감독의 <내일 또 내일>(1979)로 데뷔했지만, <애마부인>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스타의 영광 뒤에는 위험천만한 촬영 현장이 있었다. 안소영은 방송에서 “세 번 죽을 뻔했다”고 털어놓을 만큼 당시 촬영은 아찔했다. 안장 없는 말을 타고 올누드로 달려야 했던 장면은 대표적이다. 결국 하혈까지 하며 촬영을 마친 그는 감독에게 “애 못 낳으면 책임지라”고 따졌다고 한다.

추운 겨울, 빗물을 맞으며 찍은 장면도 악몽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위에서 뿌리던 물이 떨어지는 순간 얼어붙어 날카로운 얼음덩어리가 되어 몸에 상처를 냈고, 촬영이 끝나자마자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게다가 초보 운전 시절, 시속 100km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겁에 질린 채 핸들을 꺾은 순간, 차는 팔당호로 추락했고, 함께 탔던 배우와 함께 물속에 빠졌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 보니 차 앞 유리가 깨져 있었고, 그 틈으로 겨우 빠져나왔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찍은 영화는 흥행 신화를 썼지만, 안소영에게 남은 건 ‘섹시스타’라는 굴레였다. 그는 훗날 “아직도 사람들은 ‘가슴 크다’는 이미지로만 기억한다. 나는 그냥 연기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영화계를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실제로 <애마부인> 이후 광고 계약은 모두 끊겼고, 대중은 안소영을 ‘애마’ 시리즈 전체와 동일시했다. 그는 “2편 제안도 거절했지만, 사람들은 이후에 나온 선정적인 시리즈도 다 내가 찍은 줄 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임권택 감독의 <티켓>(1986)에서는 강렬한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몽마르트 언덕의 상투>(1987),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같은 작품에서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원조 섹시스타’라는 꼬리표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한동안 방송계를 떠나 싱글맘으로 살아온 그는 최근 KBS 2TV 예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를 통해 대중 앞에 목소리를 냈다. 안소영은 “예전에는 배우는 신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털털한 성격을 드러냈다. ‘섹시 코드’ 뒤에 가려졌던 인간 안소영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2025년,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6화에 특별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은 “안소영 선배님과 작품 이야기도 하고 당시 이야기도 들으며 충분한 교류와 공감을 쌓았다”며 존경심을 전했다. 단순한 카메오 이상의 의미였다. 과거 ‘애마부인’이 열어젖힌 영화사의 굴곡을, 배우 안소영이 직접 현재와 잇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