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반도체 신화' 전영현 부회장 "기대 못 미쳐 죄송"

김종철 2024. 10. 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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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분기 추락 '어닝쇼크'... 삼성위기설, 현실이 되나

[김종철 기자]

▲ 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이정민
8일 오전 시장이 술렁였다. 예상 밖이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저조했다. 또 하나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사과였다. 이 역시 예상 밖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분기 성적표를 두고,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다. 1년 실적도 아니다.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또 한편으론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던 전 부회장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삼성 위기'설'이 아닌 '현실'?... 3분기 실적 시장기대치 밑돌아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3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매출은 79조 원에 영업이익은 9조100억 원이다. 분기 매출로만 따지면 지난 2분기보다 7% 늘어나 사상최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13%나 줄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 평균은 10조7717억 원이었다. 일부 증권사는 13~14조 원까지 영업이익을 전망하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어닝 쇼크'였다.

이날 실적은 '잠정'이라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시장에선 반도체 부문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6조4510억 원의 이익을 올렸던 반도체는 3분기에 5조3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3나노 파운드리 팹에서 웨이퍼를 들고 있는 삼성전자 임직원
ⓒ 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가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 디(D)램 부문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과급 충당 등 일회성 비용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 환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AI) 시대에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경쟁사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5세대인 HBM3E 12단 양산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사업도 마찬가지다. 대만 티에스엠씨(TSMC)가 압도하고 있다.

반도체 살리기 위해 투입된 전영현의 이례적 사과 "기대 못미쳐, 죄송"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1일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했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의 수요 견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형) 제품 공급 증가 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HBM과 관련해서도 "주요 고객사와의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의 공급 차질을 인정했다.

이번 실적은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을 더욱 뒷받침한다.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별도의 입장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전 부회장은 과거 삼성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지난 5월 그의 복귀를 두고,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반도체 재도약'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의 첫 실험대가 올 3분기 실적이었다.

전 부회장 스스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면서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신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재도약의 계기와 함께 위기 극복 위해 경영진이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래를 위해 조직문화 개선 등을 강조했다.

다음은 전 부회장 메시지 전문.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삼성전자를 늘 사랑해주시는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오늘 저희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십니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습니다.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습니다.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습니다.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입니다.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습니다.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습니다.

셋째,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습니다.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여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투자자 여러분과는 기회가 될 때마다 활발하게 소통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 여러분,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 전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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