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럭셔리… GMC 시에라, ‘1억 픽업’은 다르네

편은지 2023. 2.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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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행인까지 눈호강할 외관·깔끔한 내부
"승용차야, 픽업이야?" 놀랄만큼 부드러운 주행감
GMC 시에라 드날리 주행사진. ⓒ한국GM

'픽업트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럭셔리'라는 단어가 낄 자리가 있을까. 어쩐지 적재공간에 배추와 파 따위를 가득 싣고 시골길을 내달리거나 험로를 거뜬히 주행하는 오프로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투박하고 어두운 색상이 주를 이루는 탓에 군용 차량 같기도 하다. 어쨌건 럭셔리는 도통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을 위해 구매할 것만 같던 그 픽업트럭 시장에 웬 배우 마동석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 아메리칸 브랜드인만큼 드웨인존슨이라고 하는게 알맞겠다. 떡 벌어진 어깨와 우락부락한 첫 인상은 강인해보이지만, 활짝 웃는 모습은 따뜻하고 어쩐지 귀여워보이기까지 한다. 국내에 도전장을 낸 GMC 시에라의 얘기다.


GMC시에라는 한국GM이 지난해 국내 론칭한 대형 픽업 SUV 브랜드 GMC의 첫 번째 모델로, 미국에서도 '럭셔리 픽업'의 대명사 중 하나로 꼽힌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도 픽업트럭 수요가 늘자 럭셔리의 기준이 되겠다며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차다.


가격은 무려 9330만원부터다. 1억 언저리의 수입 승용차는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픽업트럭 시장에선 그 가격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시에라는 과연 실용성과 성능이 중요시되는 픽업트럭 시장에서 '럭셔리'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을까. 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GMC 시에라를 직접 시승해봤다.


여의도 서울마리나 앞에 주차된 GMC 시에라 드날리. ⓒ한국GM

잘생긴 외모에 승용차 뺨치는 주행감… "다 가졌네"

고요한 바다에 우뚝 선 등대처럼 주변 차들을 순식간에 경차로 만들어 버리는 크기. 또 어찌나 잘생겼는지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만드는 외모. 지난 20일 여의도에 위치한 요트 선착장 서울 마리나에서 마주한 GMC 시에라의 첫 인상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데 참 잘생겼다는 점이다.


시승 코스는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인천 석모도 아로니움 레스토랑까지 약 70km 구간이었다.올림픽대로, 김포한강로, 석모대교 등 주행성능을 테스트하기 적합한 시승코스가 마련됐다.


시에라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GMC 로고.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우선 시에라를 마주하고 가장 먼저 시선이 간 곳은 단연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픽업트럭이 이렇게 예뻐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빛난다. 햇빛에 비춰 반짝거리는 건데, 자체발광하는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화려함이다.


차체만큼 큼지막한 그릴 중앙에는 빨간색 GMC 로고가 대비를 이루면서 잘 어우러진다. 기본 드날리 모델의 로고는 빨간색,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드날리 스페셜-X 모델은 검은색인데, 오히려 빨간색 로고가 조금 더 젊은 느낌을 낸다. 이 로고는 후면 정중앙에도 크게 박혀있는데, 예쁨을 넘어 국내에선 생소한 GMC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에도 적합해보인다.


가죽과 우드 장식으로 장식된 인테리어. 픽업트럭 치고는 고급스럽다. ⓒ데일리안 편은지기자

키보다도 훨씬 커다란 차체 주위를 한참 돌고 나서야 차 문을 열어젖혔다. 작은 키 탓에 한 번에 차 안을 둘러보기가 쉽지 않지만, 자동으로 마중 나오는 발판은 이런 곤란함을 순식간에 없애준다. 운전석부터 뒷좌석까지 길게 이어져있어 운전석은 물론 2열 탑승과 적재함을 사용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문을 닫으면 3초 뒤 알아서 쏙 들어가고, 필요 시 발판 우측을 발로 건드려주면 다시 튀어나온다. 이 똑똑한 발판이 없다면 퍽 난감할 수도 있겠다.


우여곡절끝에 운전석에 앉아 마주한 시에라는 픽업트럭 치고 신경쓴 티가 역력했다. 꽤 큼직한 중앙 디스플레이부터 가죽과 섬세한 스티치로 마감된 시트, 나무 질감을 살린 장식 등이 그렇다. 디스플레이 베젤이 두꺼워 승용차만큼이나 세련된 느낌은 덜하지만, 픽업임을 감안하면 훌륭하다.


대시보드 등 내부 곳곳에 마감된 나무 질감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할 요소지만 여전히 투박함을 지우긴 어렵다. 다만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상용차스런(?) 여타 픽업트럭의 내부를 떠올리면 금세 만족스러워진다. 1억에 버금가는 금액이 꽤나 납득되는 내부다.


시에라 내부 중앙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티맵이 실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하지만 진짜 감동은 역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였다. 2.5t이 넘는 거대한 중량은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지체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마치 거대한 탱크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주행 환경에 따라 작동하는 실린더의 갯수를 조절해주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DFM)가 적용돼 효율적인 주행을 돕는다고 하는데, 무게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부드러움이다.


고속 구간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눌러 밟자 6.2L V8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거대하고 무거운 차체를 가뿐하게 굴려냈다. 외관만큼이나 강력하고 탄탄한 힘은 주행의 즐거움마저 느끼게 했다. 무겁고 큼직한 차체가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데도 일반 승용차에 버금가는 부드러운 승차감은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다. '픽업트럭이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이지만, 고속주행로를 빠져나와 요철이나 고르지 못한 노면을 만나니 아주 묵직하게 잡아냈다. 도로의 상황을 계속 확인해 최적의 승차감을 전달해주는 리얼타임 댐핑 어뎁티프 서스펜션 덕이다. 평소 부드럽던 남자친구가 위험한 상황에선 상남자로 돌변하는 느낌이다. '온로드에서 픽업트럭의 승차감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주행감 뿐 아니라 정숙성 역시 잘 만들어진 내연기관 승용차 수준에 버금간다. 급가속 시에도 낮고 정숙한 엔진음만 들릴 뿐, 풍절음과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대부분 걸러졌다. 시에라의 럭셔리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압도적인 성능에서 입증되는 듯 하다.


긴 전장에 시트 포지션까지 높지만, 운전시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운전 중 만난 버스 옆에 서서 버스 기사님과 눈높이를 마주하고 나서야 '아, 높긴 높구나'를 체감할 정도다. 6미터에 가까운 전장과 넓은 휠베이스에서 나오는 구조적 특성으로 바퀴가 살짝 늦게 따라오는 듯한 묘한 느낌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운전 중 정지 선에서 마주한 버스. 기사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나니 차의 높이가 새삼 실감났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큰 차체만큼이나 널찍한 2열은 캠핑카,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적합해보인다. 딱딱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열에 앉아보니 푹신한 시트가 꽤 편안하게 느껴졌다. 다만 시트 조절이 되지 않는데다 직각에 가깝게 고정돼 장거리 여행 시엔 2열 승객의 눈치를 살펴야 할 듯 싶다.


2열에 승객이 아니라 짐을 싣는다면 만족감은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넓은 2열을 전부 수납공간으로 쓸 수도 있지만, 2열 시트 등받이 부분에 있는 끈을 잡아당기니 또 다른 수납공간이 나타났다. 크진 않지만 헤드폰이나 태블릿 PC 등은 너끈하게 보관할 수 있을 정도다. 시트 하단 부분을 들어올리면 또 다른 수납공간도 숨어있다.


2열에 숨겨진 히든 수납공간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픽업트럭의 꽃인 후면 적재공간은 오토바이 2대가 거뜬히 들어가는 크기로, 한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으로 넉넉하다. 널찍한 적재공간만큼이나 놀라운 기능은 테일게이트에 있다. 테일게이트에 있는 2가지 버튼을 눌러 총 6가지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버튼을 한번 누르니 테일게이트가 자동으로 열리고, 두번 누르니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계단이 만들어졌다. 시에라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6펑션 멀티프로 테일게이트'. 후면에 위치한 두개의 버튼으로 테일게이트를 조절해 6가지 기능을 쓸 수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타기 전 물음표가 붙었던 높은 가격은 차에서 내리고 나니 대번에 납득이 됐다. 오히려 이 정도의 성능과 존재감이라면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 생각은 모두 같은지, 시에라는 이미 국내 초도 물량 100여대가 계약 이틀 만에 완판됐다. 훌륭한 상품성은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는 법이다.


한편, GMC 시에라의 제원은 다음과 같다. ▲가격 드날리 9330만원, 드날리-X 9500만원 ▲전장 5890mm ▲전폭 2065mm ▲전고 1950mm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3745mm ▲복합연비 6.9km/ℓ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 ▲엔진 6.2L V8 직분사 가솔린


▲타깃

-픽업트럭에서도 '럭셔리' 포기할 수 없다면

-도로 위 존재감, 하차감까지 중요한 당신


▲주의할 점

-승용차 승차감에 속아 1차로로 가선 안된다

-주머니 사정만큼 여유로운 주차공간은 필수

-패밀리카, 가능은 하지만 뒷좌석 승객은 금방 미소를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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