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STORY
우연히 땅을 만나 꼭 이곳에 집을 지으리라 결심했던 건축주. 그렇게 땅을 매입하고 나서 그동안 머릿속에 그려왔던 모습 그대로 구현해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감각적인 구조와 분위기는 마치 가족만의 아지트이자 거대한 놀이터와 같아 보인다.
글 사진 남두진 기자│자료 파인트리하우징
DATA
위치 경북 김천시 율곡동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316.30㎡(95.68평)
건축면적 98.61㎡(29.83평)
연면적 193.81㎡(58.63평)
1층 135.2㎡(40.89평)
2층 98.61㎡(29.83평)
건폐율 31.18%
용적률 61.27%
설계기간 2024년 3월 ~ 5월
시공기간 2024년 5월 ~ 9월
설계 건축사사무소 수담(김상오)
010-9772-1121
시공 파인트리하우징
054-434-5459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이중슁글
외벽 - 롱브릭파벽돌
데크 - 현무암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수성페인트
내벽 - 친환경수성페인트
바닥 - 마모륨 장판
단열재
지붕 - 크나우프 R-37(에코베트)
외벽 - 크나우프 R-23(에코베트)
내벽 - 크나우프 R-23(에코베트)
계단
계단재 - 수성페인트
난간 - 유리철제난간
도어
현관 - 알루미 도어
내부 - 영림도어
창호 독일식 3중 시스템 창호(살라만더)
주방가구 디토가구
위생기구 대림바스
본 주택은 김천혁신도시 내에 위치한다. 멀지 않은 곳에 학교, 병원, 은행, 마트 등 생활에 편리한 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고 주변에는 높은 건물도 없어 멀리 산세가 펼쳐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주택 생활을 꿈꾸는 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조건을 갖춘 이곳에 두 자녀까지 총 4인으로 구성된 건축주 가족이 집을 지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우연히 이 땅을 봤는데 순간 이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 들더라고요. 바로 옆에 율곡천이 흐르고, 보이는 이 나무들이 다 벚꽃인데 봄에는 엄청 예쁘거든요. 이곳에 꼭 집을 지으리라 마음을 먹고 매입하기까지 5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리고 1년 동안 가족에게 맞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고민했었죠.”
‘파워 J’ 건축주가 선정한 업체와의 집짓기
집짓기를 결심한 이유가 다소 충동적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의 건축 과정을 듣고 생각을 고쳤다. 건축 계획을 마친 후 가용 예산, 퀄리티, 소통방식 등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시공사 체크 리스트를 구축했고 각각 상담을 진행해 갔던 것이다.
알고 보니 MBTI(성격유형검사)가 ‘J’였던 그, 게다가 앞에 ‘파워’를 붙여 ‘파워 J’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흔히 알려진 J의 성격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가 ‘파워 J’거든요. 나름대로 시공사 리스트를 만들어서 한곳한곳 상담했어요. 상담하면서 제가 원하는 모습과 요구사항을 분명하게 전달했죠. 그중 지금 업체의 대표님이 느낌이 가장 잘 맞았어요. 원하는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피드백에 주저 없던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미 건축주의 머릿속에 형태와 인테리어는 완성돼 있었기에 이를 구현하는 것은 바로 업체의 몫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집짓기는 구조적인 부분에서만 약간의 수정을 거쳐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건축주는 업체에 대한 사전 조사도 충분히 했고 상담을 거쳐 요구사항도 분명하게 전달해 신뢰를 확신한 상태였기 때문에 과정에서 특별히 요청하는 일도 없었다고.
“집 짓는 중간에 와서 보곤 했었는데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묵묵히 작업하고 계시더라고요. 물어보면 이유도 설명해 주시고 하나하나 납득시켜 주시는 모습에 제가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더라고요.”
스킵플로어로 입체미와 공간감 둘 다 구현한 실내
널찍한 현관으로 들어와 중문을 열면 먼저 다이닝과 주방을 마주한다. 시선 끝에는 테라스로 나가는 문과 자연 채광 및 율곡천 주변 벚꽃나무를 담아내는 큰 창이 있다. 다이닝과 주방은 아일랜드 조리대를 통해 구분된다. 따로 벽을 통해 나뉘지 않다 보니 가족 구성원은 언제든 끊김 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주택에서 가장 메인인 거실은 창을 바라본 채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펼쳐’진다. 실 옆에 실과 같은 단순한 연계가 아닌 무려 2층 층고까지 높게 튼 모습에 정말 말 그대로 펼쳐진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리고 그 옆에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쭉 뻗어 있다. 취재 전 도면을 확인하며 그려지지 않았던 부분이 겨우 이해되던 순간이었다.
다이닝·주방 기준으로 거실은 약 40cm 정도, 계단참은 약 1m 정도 레벨 차이를 가진 스킵플로어가 적용된 구조다. 넓다고는 할 수 없는 면적에 레벨 차이가 주는 입체감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듯하다.
계단참에서 조금 낮은 거실은 높은 층고가 주는 개방감과 안락함도 동시에 가진 매력적인 공간이다. 한쪽의 높은 긴 창으로 바라보이는, 만개한 벚꽃나무와 파란 하늘을 상상하니 왜 건축주가 이곳을 고집하며 집짓기를 결심했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오면 긴 복도를 사이로 부부침실과 자녀의 두 침실로 나뉜다. 복도 중간에는 공용 화장실과 욕실, 세탁실을 배치해 양쪽에서의 효율적인 사용을 도모했다.
부부침실도 인상 깊었는데 율곡천을 향한 쪽에 침대를 두고 그 옆은 길게 서재 겸 작업 공간으로 꾸몄다. 그 맞은편에는 욕실과 파우더실이 위치한다. 복도에서 봤을 땐 작업 공간의 일부만이 보이다가 안쪽으로 깊게 전개되는 모습이 침실보다는 마치 부부만의 작은 아지트와 같아 보인다.
장발에 수염이 참 잘 어울렸던 건축주의 개성만큼 실내도 무척 감각적이었다. 알록달록한 색상에 미니멀한 가구가 군더더기 없이 배치돼 있었다. 자칫 조잡해 보일 수 있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던 이유는 마치 흰 도화지와 같은 실내 마감에 있었다. 몰딩과 걸레받이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문 선과 문 색상까지 흰색으로 통일했다.
조심스럽게 건축주에게 직업을 여쭈었다.
“저는 농부예요. 귀농한 케이스인데 원래 이런 소품이나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아파트에서 생활하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잖아요. 내 집 짓는 거니까 그동안 꿈꿔 왔던 것 전부 녹여냈죠. 모르는 사람은 놀랄 만해요.(웃음)”
한편, 촬영 내내 고양이들이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다리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가 하면 계단을 오르내리며 졸졸 따라다니거나 창가 양지바른 곳에 해바라기하기도 했다. 그런 고양이들과 아이들이 이곳에서 뛰어노는 상상이 순간 거대한 놀이터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