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보다 진한 우정
가요계에서 ‘서태지와 김종서’는 너무도 다른 이미지로 기억된다.
한쪽은 시대를 바꾼 혁신가로, 다른 한쪽은 한국 록의 정점으로

그런데 이 두 사람이 ‘경쟁자’가 아니라 ‘형·동생’으로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묘한 따뜻함이 밀려온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9년, 록밴드 시나위의 4집 앨범에서 시작됐다.
당시 김종서는 보컬로 다시 시나위에 합류했고, 고등학생이던 서태지는 베이시스트로 들어왔다.
서로의 첫인상은 이랬다.
“말도 없고 얼굴을 머리로 가리고 있어서, 무뚝뚝해 보였죠.” (김종서)
“존댓말을 쓰는 예의 바른 선배였지만, 낯을 좀 가리셨죠.” (서태지)

지금 보면 서로의 성격이 의외로 닮아 있었다. 둘 다 조용했고, 낯가림이 심했다.
붙임성이 없는 성격끼리는 오히려 더 쉽게 가까워지는 법인지, 두 사람은 곧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시나위의 무대를 함께하며 깊은 우정을 쌓아갔다.
‘1위 경쟁’보다 서로를 먼저 생각했던 시간
1990년대 초,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했고, 김종서는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데뷔 시기는 비슷했고, 둘의 앨범은 나란히 차트를 오르내렸다.
어떤 주간에는 김종서가 1위, 어떤 주간에는 서태지가 1위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순위보다 서로를 더 신경썼다.
“형이 1위를 해야 하는데, 괜히 우리가 먼저 올라가서 미안해요.” (서태지)
“차라리 태지 너희가 이길 거면, 그게 더 기뻐.” (김종서)

서태지 1집의 수록곡 <환상 속의 그대>와 <Rock’n Roll Dance>에는 김종서의 하이톤 애드립이 들어 있다.
여자인 줄 알고 찾던 높은 음의 주인공이 알고 보니 형이었다며, 서태지는 그 목소리를 ‘무서운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서로의 앨범 작업을 모니터해주고, 데모테이프를 들려주며 고민을 나눴던 그 시간들.
방송국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항상 반갑고 고마운 사이.
한 시절을 함께 살아낸 ‘동지’에 가까웠다.
신해철을 함께 기억한다는 것

두 사람의 우정이 단지 음악에 머물지 않았다는 건, 2015년의 한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고(故) 신해철의 1주기를 앞둔 어느 날,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두 사람은 함께 방문했다.

정장은 아니었지만 검은 옷을 입고, 하얀 국화를 든 채 들어선 서태지는 헌화 후 침묵을 지켰고, 김종서는 가족들과 함께 영정을 바라보며 담담히 고인을 떠올렸다.
아이들에게 신해철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도 있었다.

김종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다들 나만 보면 서태지를 묻냐고요? 그런데… 나도 가끔 그 애가 궁금해져요.”
서태지는 방송에 잘 나오지 않지만, 김종서는 종종 후배들에게 서태지를 이야기한다.
한 시절을 함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얼굴, 그 조용하고 강단 있는 친구의 이야기.

요즘도 서로의 공연을 챙겨 보지는 못하더라도, 서로가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응원한다고 한다.
경쟁보다는 우정, 순위보다는 진심.
그런 두 사람이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건, 우리 음악사에 남을 좋은 선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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