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체증 피해 쌩쌩 달렸다…'얌체 운전' 3분에 1번꼴로 적발 [르포]
“암행순찰차를 보고 차선을 바꾸는 게 더 양심에 찔려서…”
14일 오전 11시20분 경기 용인 기흥구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갓길. 버스전용차로에 탔다가 전용 차로 위반으로 적발된 스타리아 승용차 운전자 A씨(60대)는 겸연쩍게 말했다. A씨는 “서울 마포에서 경북 포항 고향 집에 가는 길인데 빨리 가려다 보니 계속 전용차로를 타고 왔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A씨 차 안엔 3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버스전용차로는 6명 이상 승차한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A씨에겐 범칙금 6만원과 벌점 30점이 고지됐다.
수도권 귀성길 교통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 첫날 경찰이 헬기와 암행순찰차 등을 투입해 ‘하늘땅(地空) 합동 교통 법규 위반 단속’에 나섰다. 단속 중점은 교통 체증을 피해 전용차로를 달리는 ‘얌체 운전’에 뒀다.
경기남부경찰청 항공대·고속도로순찰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90분간 경부·영동고속도로에 헬기 2대, 암행순찰차 3대, 순찰차 15대를 투입해서 교통법규 위반 행위 26건을 적발했다. 고속도로 전용차로 운행, 끼어들기, 진로 변경 등 위반 행위를 3분에 1건꼴로 단속한 셈이다.
A씨가 적발된 지 7분 만에 같은 도로에서 11인승 카니발 승합차도 적발됐다. 카니발엔 운전자 B씨(40대)와 가족 등 모두 4명이 타고 있었다. 승합차의 경우 범칙금이 7만원으로 승용차보다 높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쌓인 벌점이 40점을 넘으면 면허정지 40일 등의 처분으로 이어진다.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 암행팀 배민직 경장은 “통행량이 많아지는 명절 연휴엔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남들보다 빨리 가려는 운전자가 많다”며 “무리하게 전용차로에 들어가려다 버스와 부딪혀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원묘지 및 행락지 주변 도로에선 음주 운전 단속이 일제히 이뤄졌다. 숙취 운전, 음주 직후 운전 등으로 29명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음주 단속엔 순찰차와 싸이카 98대가 투입됐다.
오전 10시6분쯤엔 경기 평택 청북공설묘지 인근에서 성묘하고 음복으로 술 4잔을 마신 뒤 화물차를 몰던 C씨(50대)가 혈중알코올농도 0.103% 면허 취소 수치로 적발됐다. 10시50분쯤 경기 화성 영천동에선 강원 강릉에서부터 200여㎞를 운전한 D씨(40대)가 적발됐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9%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추석 연휴 음주운전·고속도로 교통사고는 평상시보다 증가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최근 5년간(2019~2023년) 추석 연휴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해당 기간 음주운전·고속도로 사고 비율은 각각 9.9%, 3.0%로, 전체 기간 비율(각각 7.3%, 2.2%)과 비교했을 때 더 높았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추석 연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1만 290건으로, 사망자는 161명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한 귀성·귀경길이 될 수 있도록 전 좌석 안전띠를 착용하고 장거리 운전을 할 땐 졸음쉼터나 휴게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성묘 전후 한 잔의 술이라도 마셨다면 절대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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