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혐오·차별’은 안 봐준다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내뱉은 혐오와 차별의 말과 행동이 축구선수의 커리어에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을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7일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잔루카 프레스티아니(벤피카·사진)에 대해 “유럽축구연맹(UEFA)이 내린 징계 범위를 국제적으로 확장한다”면서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 출전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프레스티아니는 이 같은 변화를 이끈 장본인이다. 지난 2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그는 유니폼으로 입을 가린 채 무언가를 내뱉었다. 이를 들은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분노했다. 프레스티아니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버텼다. 입을 가린 탓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어 진실 규명에 애를 먹은 UEFA는 결국 ‘인종차별’ 혐의만 적용해 유럽클럽대항전 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FIFA는 UEFA의 징계가 약하다고 보고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 중 상대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입을 가리는 동작을 ‘증거 인멸 행위’로 규정하고 퇴장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혐오를 은밀하게 배설하는 행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새 규정의 이름은 ‘프레스티아니 룰’. 그의 이름이 축구 역사에 불명예스럽게 새겨졌다.
이번 징계의 핵심은 ‘확장성’이다. 물의를 빚은 무대는 유럽클럽대항전이지만, FIFA는 징계 범위를 월드컵까지 넓혔다.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소화되지 않은 징계는 이후 유럽클럽대항전에 추가 적용된다. 끝까지 따라가 반드시 징계를 하겠다는 거다.
프레스티아니의 사례는 축구계가 혐오와 차별을 ‘비매너’가 아닌 ‘범죄’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혐오·차별주의자’ 꼬리표를 달면 이적과 스폰서십 협상에서 결격 사유로 작용해 선수의 몸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축구장에서 선수들이 다툼 중 슬쩍 입을 가리는 장면을 보기는 어려워질 것 같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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