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입에서 사라진 '김건희'…김민석·박찬대가 총대멨다, 왜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입에서 ‘김건희’ 세 글자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22대 총선 선거운동 유세에서 김 여사를 여러 차례 겨냥했다. 하지만 8월 18일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후 김 여사를 공개 거론하지도, 관련 의혹을 언급하지도 않는다.
대신 친명계 지도부가 김 여사 문제에 앞장서고 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건희 라인 몇 명 바꾼다고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고, 김민석 최고위원은 “측천무후 이래 가장 강력한 ‘건희무후’”라고 말했다. 중국 당나라 고종의 황후인 측천무후(則天武后·624~705)가 전횡 끝에 본인 스스로 황제에 올랐던 역사에 빗댄 것이다.
이 대표 대신 친명계 지도부가 강성발언을 하는 경우는 김 여사 문제 말고도 많았다. 탄핵론이 대표적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심은 권력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배를 뒤집는다”며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하면 윤석열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을 시사한 듯한 발언에 대통령실에서는 “괴담이자 궤변”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그 한 달 후인 지난 5일 이 대표는 “선거를 못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면 도중에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고 했다. 친명계 인사는 “여론이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하자 이 대표가 가세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윤석열 정부 계엄선포설’도 비슷했다. 지난 8월 말 김민석 최고위원이 주장하고 열흘 후 이 대표가 여야 대표회담에서 “계엄 얘기가 있다”며 가세하면서 확산했다.
이같은 흐름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집중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분산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사회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탄핵이나 근거가 부족한 계엄령 선포설을 이 대표가 앞장서서 설파하면 “정쟁을 야기한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 스피커가 선공(先攻)을 취하고, 여론이 충분히 환기된 뒤 이 대표가 나서는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명계 인사는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김 최고위원은 수시로 대화한다”며 “정권에 대한 인식이 같다 보니 팀워크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사이다’ 발언으로 정치적 조명을 받아왔다. 2016년 10월 민주당 진영에서 가장 먼저 “박근혜 탄핵”을 외쳤고, 2020년 3월 코로나19 국면에는 신천지 강제수사를 주장했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만약 이 대표가 사이다 발언에만 집중하면 국민은 집권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며 “지금은 민생과 경제를 우선시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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