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남의 영화몽상] 놀이의 규칙, 속편의 법칙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경우는 없을 터. 그런데도 전 세계 시청자 중에 한국 사람이라면 ‘오징어 게임’에 나온 이런 놀이를 몰라보기 힘들다. 더구나 이 시리즈의 황동혁 감독과 비슷한 또래, 운동장이나 공터에서 노는 게 일상이었던 세대라면 말이다.
동심 깃든 추억의 놀이를 비정하고 살벌한 게임으로 변주하는 천연덕스러움은 새로 공개된 시즌2도 마찬가지. 시즌1에서 큰 충격을 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다시 나오는가 하면 공기놀이·비석치기·팽이치기 등이 새로 등장한다. 노래에 맞춰 ‘둥글게 둥글게’ 움직이다가 불려진 숫자대로 무리를 짓는 짝짓기도, 가위바위보-하나빼기도 나온다. 단순한 놀이라 활용이 더 인상적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성기훈(이정재). [사진 넷플릭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31/joongang/20241231004646835hjbw.jpg)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책 『불안 세대』는 성장기의 이 당연한 경험을 차단시킨 주범으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꼽고, 진화론과 뇌과학까지 동원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은 특히 자유 놀이, 즉 어른의 감독 없이 알아서 놀면서 공동의 의사 결정은 물론 패배를 포함한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배운다. 놀이는 아이들이 실수의 대가가 크지 않고 위험이 적은 환경에서 성공과 실패의 피드백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은 이런 덕목과 정반대다. 이 게임판에서 탈락은 곧 죽음. 실패의 결과는 더없이 위험하고 처참하다. 게다가 거액의 상금에 현혹된 참가자들은 자기 의지로 게임에 참가했다고 여기지만, 실상 게임의 규칙을 설계하고 참가자를 고른 건 가면 뒤에 숨은 운영자들이다.
한데 시즌2는 이런 판 자체를 뒤집으려는 반란자를 등장시킨다. 시즌1에서 살아남은 성기훈(이정재)은 운영자들이 부과한 목표 대신 게임을 중단시키겠다는 스스로의 목표를 세우고 다시 게임에 뛰어든다. 새로운 규칙도 있다. 시즌1에 잠깐 나왔던 대로, 게임 지속 여부를 참가자의 O/X 투표로 결정하는 장치다. “공정”하고 “민주적”이란 가면들의 주장과 달리 참가자들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인물과 설정은 극적 긴장을 부른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에 대한 평가는 다음 시즌으로 미뤄둘 수밖에. 3년 전의 ‘오징어 게임’이 완결된 이야기였던 것과 달리, 시즌2는 내년 공개 예정인 시즌3과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전개 중간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좀체 없다는 건 할리우드의 법칙 아닌 법칙.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의 속편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할리우드의 오랜 속성. 더구나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성공작. 겨우 시즌2 정도로 쉽게 놓아줄 리 없다는 걸 뒤늦게야 떠올렸다. 시즌2 이후 내년의 시즌3은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는 법칙의 예외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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