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가 전 세계 공개 직후 93개국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시즌1의 신드롬부터 시즌3의 피날레까지, 배우 위하준은 ‘황준호’라는 이름으로 그 여정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살아남은 자의 흔적을 좇는 형사 준호는 결코 완전한 해답을 얻지 못했지만, 그 불완전함마저 진심으로 껴안고 표현한 이가 있었다. “준호는 짠하고, 불쌍하고, 외로운 친구였어요”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위하준은 “시즌3까지 다 나와서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5년을 함께한 작품이고, 역할이다 보니 감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퍼레이드 영상 보는데 울컥하더라고요. 내가 이 작품에 정말 애정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준호는 시즌1에서 프론트맨을 뒤쫓다 실종됐고, 시즌2에서 부활했다. 다시 살아나 형의 실체를 쫓지만, 시즌3를 마친 지금도 끝내 그 진실에는 완전히 다가가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준호는 계속 발버둥 쳤어요. 경찰의 도움도 못 받고, 유일하게 손 내밀 수 있었던 박 선장은 스파이였고… 그렇게 계속 부딪히고 나아가지 못하는 그 모습 자체가 지금 사회의 아픔을 닮아 있는 것 같았어요”
위하준은 황동혁 감독이 말하는 세계관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정말 살기 좋은가, 아이를 낳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가 생각하면 쉽게 대답이 안 나오잖아요. 갈등과 혐오가 너무 심한 시대니까요. 감독님이 그걸 너무 잘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결말 역시 다르게 읽혔다. 준호는 마지막 순간, 프론트맨으로부터 아기와 함께 456억 원을 건네받는다. “시나리오 처음 보고 ‘왜 나한테 줬지?’ 싶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준호는 이 게임의 실체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잖아요. 그 돈이 얼마나 많은 희생 위에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고요. 그래서 프론트맨 입장에선 가장 허투루 쓰지 않을 사람이라 생각했을 것 같아요” “아마 그 돈을 못 썼을 거예요. 그건 사람들의 목숨값이잖아요. 의미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시즌3의 결말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준호와 프론트맨의 서사가 끝끝내 명확히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도 아쉬움이 컸어요. 형과의 감정선은 정말 중요한 축이었거든요. 그래서 욕심 같아선 스핀오프라도 나와서 이 이야기를 좀 더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는 실제로 준호라는 인물의 서사를 스스로 구축하며 연기에 임했다. “준호는 어릴 적부터 형을 동경했고, 거의 부모처럼 의지했어요. 그래서 형을 따라 경찰이 됐고, 진실을 찾아내서 벌할 건 벌하고 싶었던 거죠. 그 간절함이 연기의 원동력이었어요”

그런 준호와는 성격도 꽤 닮았다. “어릴 때부터 고집 있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배우가 아니었으면 법 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검사라는 꿈도 잠깐 꿨고요”
시즌1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서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전에도 열심히 연기했지만 많이 알려지진 않았죠. 그런데 <오징어 게임> 이후로는 대본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해외 일정도 많아졌어요. 유럽 여행 갔을 때 모자 눌러쓰고 안경 써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꽤 있었고요.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이 ‘대표작’이라는 평가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전혀 부담은 없어요. 이 작품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이고, 저는 그중 한 명이었을 뿐이니까요. 주인공으로 끌고 간 건 아니니까 ‘이걸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상징적인 작품이고, 앞으로 저만의 대표작을 만들어가면 되죠”

작품을 선택할 때는 메시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처럼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좋아요. 그리고 개연성. 너무 터무니없는 설정은 공감이 안 되더라고요.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들이 끌려요”
위하준의 차기작은 드라마 <세이렌>이다. “조금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긴 하지만, 멜로도 있고 액션도 있고 감정선이 풍부한 인물이에요. 배우로서 다양한 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커요”
마지막으로, 그는 황준호라는 인물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준호는 참 짠하고, 불쌍하고, 외로운 친구였어요. 발버둥 치는데 원하는 걸 다 이루지 못한 인물이라 더 가슴 아팠고요. 그래도… 살아남았잖아요. 저는 그걸로 위안 삼고 싶어요. 고생 많았어, 준호야”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