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오지마" 갯바위 막은 주민들…'낚시천국' 거문도 무슨일
남해에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최고의 낚시 포인트로 꼽히는 세 개의 섬이 있다. 가거도와 추자도, 그리고 거문도다. 그중에서도 거문도는 따뜻한 대마난류의 길목에 있어서 사계절 내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낚시의 천국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달부터 거문도를 찾는 낚시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거문도 내에서 갯바위 낚시가 완전히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낚싯배로 생계를 유지해 온 거문도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서였다. 그동안 거문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달부터 거문도 갯바위 낚시 금지
섬은 조용했다. 평소 낚시꾼들을 갯바위로 열심히 실어나르던 낚싯배들도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선착장 옆에는 갯바위 훼손 및 무질서행위 근절을 위한 임시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마을 이장인 김보환 씨는 “지금쯤이면 낚시객들이 많이 몰려올 때인데 전면 통제구역으로 (갯바위를) 막고 있으니까 낚시객들이 전혀 안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달 1일부터 거문도 전 해안을 대상으로 생태휴식제가 시행되면서 갯바위 낚시가 전면 금지됐다. 갯바위 생태 휴식제가 국내에서 시행된 건 거문도가 최초다. 코로나19 이후 낚시 인구가 급증한 데다가 갯바위에서 무분별한 낚시로 인해 오염과 훼손이 심각해지자 시범 기간을 거쳐 낚시 전면 금지라는 비상조치를 내렸다. 다도해국립공원 관계자는 “휴식제를 시행한 뒤부터 왜 갯바위 낚시를 막느냐는 항의 민원 전화가 매일같이 온다”고 말했다.
총탄 맞은 듯…구멍 뚫린 갯바위들
한 갯바위에 내렸다. 낚시꾼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갯바위는 마치 총탄을 맞은 것처럼 구멍들이 여기저기 뚫려 있었다. 힘센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싯대를 고정하려고 바위에 구멍을 뚫고 납땜을 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망치로 한참을 두들긴 뒤에야 바위에서 폐납 덩어리를 빼낼 수 있었다. 이런 구멍이 거문도 갯바위에만 수천 개가 뚫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닷속엔 납 봉돌 등 쓰레기 무덤이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거문도 갯바위 수중 지역은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공간인데 낚시 쓰레기들이 오랜 시간 침적되면서 해양생물에 미치는 오염 영향도 누적되고 있다”며 “무거운 납 봉돌(낚싯줄에 매다는 기구)이 바위나 굴 같은 해양생물 틈에 100개가 넘는 끼어있다 보니 들고 나오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거문도 주민들은 왜 낚시를 막았을까
“코로나 이후엔 하루에 100~150척이나 되는 외지 낚싯배들이 1000명 이상을 싣고 왔어요. 그리고 갯바위에서 텐트 치고 낚시만 하다가 다시 육지로 가는데 쓰레기가 말도 못하게 많아요.”(배성재 거문도 낚시협회 회장)
배 회장은 “거문도에는 도움이 안 되고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데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우리가 생계를 포기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소연했다.
갯바위 막자 생태계 복원 조짐…“다른 섬으로 확대”
국립공원공단은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섬 일부 구간에서 주민들이 관리하는 유어장(체험학습이나 낚시 등을 허용하는 관광용 어장)을 운영하는 등 낚시인들과 주민이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김관주 국립공원공단 해상해안보전실 계장은 “공단에서 배를 타고 갯바위 낚시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주민들과 낚시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내년부터는 국립공원내 다른 섬으로 생태휴식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문도=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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