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에 굴욕패' 리버풀, 8000억 쓰고 '실패한 이적시장' 된 이유는 살라 때문? [PL.1st]

김희준 기자 2025. 10. 20. 12:31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리버풀이 거금을 투자하고도 이적시장 성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이미 효력이 다한 기존 전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8라운드를 치른 리버풀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1-2로 패했다. 리버풀은 리그 3연패, 모든 대회 4연패를 당하며 리그 4위(승점 15)로 떨어졌다.


이날 리버풀은 불운과 부진이 겹쳐 최대 라이벌에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전반 2분 만에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일격을 당한 리버풀은 동점골을 위해 움직였으나 코디 학포의 슈팅이 세 차례나 골대를 맞는 불운과 함께 센느 라먼스의 선방에 번번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후반 33분에는 학포가 어렵사리 동점골을 만들어냈지만 불과 6분 만에 해리 매과이어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지난 시즌보다 떨어진 집중력을 실감했다.


리버풀은 이번 경기로 여러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썼다. 우선 리버풀이 맨유를 상대로 안필드에서 패배한 건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부임하고 얼마 안 된 시점의 '약팀'이었다. 또한 리버풀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모든 대회에서 4연패를 당했다. 클롭 감독 시절에 한 번도 없었던 4연패를 아르네 슬롯 감독이 겪었다.


리버풀은 초반 모든 대회 6연승을 할 때도 경기력이 지난 시즌보다 확연히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후반 추가시간 득점만 네 차례 나오며 어떻게든 승리했을 뿐 에버턴전 전반 정도를 제외하면 결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맨유가 수비 조직력이나 수비 전환 등에서 부족함을 드러냈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리버풀이 현재 위기에 빠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리버풀이 불과 두 달 전 이적시장의 주인공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의아한 하락세다. 리버풀은 독일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평가받던 플로리안 비르츠와 PL에서 경쟁력을 발휘한 알렉산데르 이사크를 비롯해 위고 에키티케, 제레미 프림퐁, 케르케즈 밀로시, 조반니 레오니 등을 영입하는 데 4억 8,290만 유로(약 8,005억 원)를 쏟아부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는 사실은 리버풀이 아껴온 자금을 과감히 풀었다는 걸 의미했고, 지난 시즌 사실상 영입 없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 슬롯 감독을 신뢰한다는 증거였다.


이들 중 소위 '돈값'을 하는 선수는 없다. 실질적으로 괜찮은 경기력을 보이는 건 에키티케 정도다. 비르츠는 리버풀에서 10경기 동안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해 '먹튀'라는 오명을 썼다. 실제 경기력은 점점 나아지고 있으나 1억 2,500만 유로(약 2,072억 원)라는 거대한 금액에는 훨씬 못 미치는 활약이다. 이사크도 리그에서 도움 하나를 기록했을 뿐 아직까지 영향력이 크지 않다. 케르케즈는 본머스 시절 보여주던 공수 양면의 활약을 전혀 재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프림퐁은 부상으로 아직 제대로 된 모습이 나오지 않았고, 레오니는 아예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됐다.


그러나 이번 부진을 이적생들에게 전가하는 건 가혹하다. 오히려 지금 리버풀이 겪는 위기는 기존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와 전술적인 조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당시 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우선 이적시장에서 아쉬움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리버풀이 공격적인 영입을 펼친 건 사실이지만, 가장 시급했던 윙어 보강은 없었다. 기존에 리버풀 공격을 풀어주던 루이스 디아스가 바이에른뮌헨으로 향하면서 쓸 만한 윙어가 학포와 모하메드 살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측면 공격에 영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잉여 자원이었던 페데리코 키에사가 현재 후보로 기용할 만큼 몸 상태가 좋아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건 사실이나 여전히 경기력이 선발 수준으로 올라오지는 않았다.


지난 시즌 핵심들이 부재하거나 부진한 데도 지난 시즌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우선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레알마드리드로 떠나면서 그를 활용한 빌드업에 수정을 가했어야 했는데 그 모습이 전혀 없다. 올 시즌 라이트백으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코너 브래들리나 프림퐁이 아닌 원래 미드필더인 소보슬러이 도미니크라는 사실은 라이트백이 중원에서도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아놀드가 리버풀 후방 빌드업에 차지했던 비중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살라 개인 기량이 떨어진 탓도 크다. 살라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공격이 편중되는 수혜를 입고 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는 모든 대회 52경기 34골 23도움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11경기 3골 3도움으로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퍼스트 터치와 드리블, 슈팅 등 기존에 장점으로 꼽히던 요소들도 단점으로 전락했다.


플로리안 비르츠(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비르츠처럼 새롭게 팀 중심이 될 만한 선수가 있는데도 살라를 고집하면서 경기장 안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비르츠는 중앙뿐 아니라 살라의 좁은 활동 범위와 수비 부담도 짊어졌다. 심지어 라이언 흐라벤베르흐와 함꼐 리버풀 빌드업의 한 축이었던 알렉시스 맥알리스터가 이례적인 부진을 겪으면서 중원에서 풀어주는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다. 여기에 살라나 학포가 연계보다도 자신이 해결하는 걸 선호하는 스타일이라는 것까지 겹치며 비르츠의 최대 장점인 연계 플레이와 하프 스페이스 장악은 옅어지고, 압박과 강한 몸싸움에 취약한 약점만 부각되는 상황이다.


관련해 리버풀 전설이자 현지 해설로 활동 중인 제이미 캐러거도 "이제 우리는 살라가 매주 확정 선발로 나서야 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건 앞으로 감독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며 "(팀 중심이 돼야 하는 선수는) 당연히 알렉산데르 이사크와 플로리안 비르츠다. 큰 돈을 썼고, 살라보다 훨씬 젊다"라고 지적했다.


축구계에서 투자가 강팀을 만든다는 건 오랜 격언이지만, 올 시즌 리버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억지로 헌 부대에 담으려 한 까닭이다. 살라가 리버풀에서 가지는 상징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이제는 이적생들이 활약할 만한 새로운 판도를 구성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