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진로’에 ‘제로 슈거’로 도전장 낸 ‘새로’... 다시 불붙는 소주 전쟁

나건웅 2022. 10. 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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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열전] 하이트진로 vs 롯데칠성

65% vs 15%.

업계에서 추정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국내 소주 시장점유율이다.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칠성 ‘처음처럼’은 오랜 기간 소주 시장을 양분해왔다.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라이벌’이라는 인식이 무색할 정도로 따지고 보면 둘의 격차는 적지 않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소주 부문 매출액은 1조2923억원, 롯데칠성 소주 매출은 2841억원이다.

롯데칠성이 최근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9월, 소주 신제품 ‘새로’를 선보이며 다 끝났다고 여겨왔던 소주 경쟁에 새로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새로는 롯데칠성이 무려 16년 만에 선보인 소주 신제품. 수십 년 동안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참이슬 아성’을 넘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 16년 만에 소주 신제품

▷진로이즈백 대항마 될 수 있을까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소주 부문 격차는 사실 근래 들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10년 전인 2012년에는 참이슬이 50%, 처음처럼은 지금과 비슷한 15% 정도 점유율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은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하이트진로는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여기에는 하이트진로가 2019년 내놓은 ‘진로이즈백(이하 진로)’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진로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리뉴얼한 제품이다. 병 모양은 물론 병 색깔과 라벨 사이즈까지 모조리 바꾸며 ‘신선’함을 강조했고 도수를 낮춰 깔끔한 맛을 내세운 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진로는 지난 3년간 누적 판매 10억병을 돌파, 1초에 11병꼴로 판매될 정도로 이른바 ‘대박’을 치며 참이슬과 함께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흥주점이 문을 닫는 등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판매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2021년 진로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다.

반면 롯데칠성은 ‘처음처럼’ 외에는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처음처럼 역시 변화를 꾀하기는 했다. 2021년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도수를 16.9%에서 16.5%로 낮추는 등 리뉴얼을 진행했고 국내외 인지도가 높은 블랙핑크 제니를 새로운 모델로 교체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롯데칠성의 지난해 소주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오히려 2.1% 감소하며 뒷걸음질 쳤다. 이 밖에도 소주 베이스 칵테일인 ‘처음처럼 순하리’, MZ세대를 겨냥한 달달한 소주 ‘처음처럼 꿀주’를 선보였지만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롯데칠성이 16년 만에 야심 차게 ‘새로’를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처음처럼과는 다른, 아예 ‘새로’운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했다. 새로는 기존 소주 제품과는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다. 덕분에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소주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증류식 소주를 첨가했다.

패키지도 새로워졌다. 초록색이었던 병 색깔은 투명하게 변했고 도자기를 연상케 하는 유연한 곡선을 도입해 병 모양에도 변화를 꾀했다. 또 한국 전통 요괴(?)인 ‘구미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현했다. 첫 반응은 나쁘지 않다. 새로는 판매 시작 한 달 만에 680만병을 팔아치우며 새로운 주력 소주 아이템으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도자기를 연상케 하는 투명한 병에, 물방울이 아래로 흐르는 듯한 세로형 홈을 적용해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감성을 녹였다. 깔끔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 ‘새로’ 출시와 함께 소주업계 ‘캐릭터 마케팅’ 경쟁도 뜨겁다. 왼쪽은 진로이즈백 ‘두꺼비’, 오른쪽은 ‘새로’ 캐릭터인 ‘새로구미’. (각 사 제공)

▶진로 ‘두꺼비’, 새로 ‘구미호’

▷소주 캐릭터 마케팅 경쟁도 ‘후끈’

‘새로’의 등장으로 소주업계 ‘캐릭터 경쟁’ 역시 더욱 뜨거워졌다. 진로 ‘두꺼비’, 그리고 새로 ‘구미호’가 경쟁을 펼치는 구도다.

진로 성공 이면에는 ‘두꺼비’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진로가 첫 판매를 시작할 당시, 하이트진로는 원조 두꺼비 소주를 재해석한 ‘푸른색 병’을 내놓으면서 ‘두꺼비’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선량한 눈망울에 진한 푸른색 피부, 둥글둥글한 몸집의 두꺼비 캐릭터는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는 진로 이미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큰 사랑을 받았다.

캐릭터를 활용한 ‘두꺼비 굿즈’도 인기몰이를 했다. 두꺼비 피규어, 두꺼비 티셔츠, 두꺼비 슬리퍼는 물론 최근에는 두꺼비 소주 디스펜서, 두꺼비 그릴, 두꺼비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품목을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국내 최초 주류 캐릭터 숍인 ‘두껍상회’를 열기도 했다. 두꺼비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로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이 20만명에 육박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의 주 타깃층이 2030세대임을 감안해 기존 두꺼비보다는 귀엽고 엉뚱한 이미지의 새 캐릭터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젊은 세대와 적극 소통하고자 노력한 점이 통한 것 같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 새로 역시 진로의 캐릭터 마케팅을 적극 벤치마킹한 모습이다. 인기 있는 여성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기존 전략과 달리 구미호에서 따온 일러스트 캐릭터 ‘새로구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람의 간을 탐했던 구미호가 ‘처음처럼 새로’와 함께 간담췌 전문의 ‘새로구미’로 재탄생한다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새로 탄생 스토리’를 담은 5분짜리 동영상은 5일 만에 200만뷰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식당, 술집, 할인점, 편의점 등에서 입점률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 캐릭터 ‘새로구미’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 뛰어든 소주 시장 전망은

▷‘게임 체인저 못 돼’…회의적 시각도

롯데칠성은 이번 ‘새로’의 출범으로 ‘참이슬-진로 vs 처음처럼-새로’라는 경쟁 구도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다만 하이트진로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소주 1등 자리를 넘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공통된 평가다.

일단 새로가 입점된 매장 자체가 워낙 적다. 새로는 아직은 서울·수도권 내 몇몇 매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온라인 공간과는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모습이다. 2030 사이에서 이슈화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술을 발주하는 주점과 음식점 자영업자 사이에서 새로는 여전히 새롭기만 하다. 서울 주점에서 새로를 판매하고 있다는 한지희 씨(가명)는 “새로를 들여다놓기는 했지만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탓인지 판매가 부진하다. 사소한 얘기지만 ‘새로 한 병 주세요’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못 알아듣겠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하소연도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소주 시장 자체가 침체되고 있다는 점도 새로로서는 아쉽다. 실제 롯데칠성 소주 내수 시장 판매 수량은 2019년 2029만상자(C/S)에서 2020년 1553만상자, 2021년 1482만상자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시장 침체기에서는 신상품보다는 기존 제품 판매가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제맥주와 와인의 성장세, 여기에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와 전통주까지 소주를 대체할 만한 주종이 워낙 많다. 소주 자체에 대한 2030 수요가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신제품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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