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복통 부작용 속출…양압기 '셀프 처방' 큰코 다친다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쓰이는 양압기가 온라인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거래되고 있어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양압기 실 사용기', '양압기 꿀팁' 등과 같은 사용 후기가 퍼지고 있다. 양압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네티즌은 지난 8월 "귀찮게 병원 가느니 처음부터 양압기를 구매해 쓰는 게 시간·비용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블로그에 "양압기는 병원 처방 없이도 구매할 수 있다. 병원 가는 것도 번거로운데 그냥 사서 쓰면 된다"고 썼다.
양압기는 마스크를 코 주변에 쓰고 자면 일정한 압력의 공기가 지속해서 흘러나와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막고 산소 농도를 회복시켜 무호흡을 예방하는 의료기기다. 2018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일정한 순응 기간을 통과하면 월 1만7800원에 대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귀찮게 여겨 진단을 건너뛰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의료계에선 양압기 사용 후기 중 상당수가 사실상 광고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A씨는 "후기 형식의 글들은 대개 의사 진단을 무시하고 자가 사용을 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병원엔 의사 처방 없이 양압기를 온라인 구매해 사용한 20대가 호흡 불편과 가슴 답답함 등을 호소하며 내원한 적 있다. A씨는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의사 지시에 따라 써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임의로 구매 후 사용하다가 공황장애·복통 등 여러 부작용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글도 오르고 있다.

관련 환자 증가로 양압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8년 4만5067명에서 2023년 15만3802명으로 5년 사이 약 3배 증가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급성 심장정지 발생 위험이 54% 높다.
쿠팡·네이버 등 온라인몰을 통해 양압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대다수 판매자는 건보가 적용되면 보다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안내하지는 않는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관련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한 사용자는 "두 번 썼다. 거의 새 제품"이라며 양압기를 44만원에 판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의료기기법에 따라 판매업 신고를 하면 온·오프라인에서 의료기기를 팔 수 있다"며 "개인 간 거래는 금지돼 있지만, 모니터링 한계로 개별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압기는 한국에선 처방전 없이도 구매가 가능하나 미국에선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이승훈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대한수면호흡학회 회장)는 "양압기는 불편감 때문에 중도 포기가 많은 의료기기라 의학적인 관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양압기는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표준이지만 제대로 된 진단과 관리가 없다면 환자 신뢰도와 사회적 신뢰가 모두 떨어질 수 있다.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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