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들으면 풀어줄게” 이란 경찰, 시위대 성폭행 속출

나성원 2022. 11. 22. 14: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NN, 경찰의 시위대 성폭행 정황 보도
지난 9월 24일 이라크 아르빌에 위치한 유엔 본부 앞에서 이란 경찰에 구금된 뒤 사망했던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대가 모여 있다. AP/뉴시스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 중 붙잡힌 여성들이 구금 시설에서 경찰관 등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란 서부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성폭행 피해자, 인권단체, 병원 관계자 등을 만난 결과 당국자가 시위대를 성폭행한 사례 최소 11건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들 사례 중엔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었고 미성년 남성이 성폭행당한 정황도 공개됐다.

이름을 ‘하나’라고만 밝힌 한 쿠르드계 이란 여성은 CNN에 구금 중 성폭행을 목격했고 당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하나는 시위에 참가해 다른 여성들처럼 히잡을 태우기 전 공중에서 흔들며 춤을 췄다.

이란 경찰은 그녀가 시위 중 히잡을 불태우던 장면이 CCTV에 찍혔다며 체포했다.

하나는 이란 북서부 우르미아 경찰서 유치장에서 24시간 수감되는 동안 성폭행 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하나는 수감된 장소에 30~40명의 여성이 있었고 13~14세 정도의 소녀들도 있었다고 CNN에 전했다.

하나는 “경찰관들이 소녀들을 잔인하게 다뤘고 성적으로 학대했다”며 수용소의 배치를 직접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유치장에는 밀실 형태의 별도 취조실이 있었는데 경찰관이 일부 여성의 외모가 마음에 들면 그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하나는 “경찰이 성적인 요구를 들어주면 자유롭게 해줄 것처럼 말하면서 취조실에서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하나는 가까스로 이란을 탈출했고 이라크에 위치한 한 산골 마을 친척 집에 머무는 중이다.

또 20세 여성 아르미타 아바시는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10월 중순 이란 알보르즈주(州) 카라지에서 체포됐다.

당시는 반정부 시위 기폭제가 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 이란 전역이 들끓은 지 한 달이 된 때였다.

경찰은 아바시를 시위 주동자 중 한 명으로 규정하고 체포했다.

지난 10월 이란 쿠르디스탄에 있는 대학에 군경들이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CNN은 현지 병원인 ‘이맘알랄 병원’ 관계자의 소셜미디어 대화에서 아바시가 성폭행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대화에 따르면 구금 중이던 아바시는 10월 17일 장기 출혈을 이유로 이 병원에 이송됐다. 풍성했던 머리는 삭발된 채였고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의료진에게 “반복된 성폭행 때문에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성폭행은 체포 전 발생한 것으로 기록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모두 아바시가 구속 중 성폭행 당한 것이 명백하다고 봤다.

아바시는 당일 병원에서 산부인과, 정신과 진료를 보기도 했다.

이날 가족은 아바시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면회를 왔지만 사복 경찰관들이 아바시를 뒷문으로 빼돌렸다고 CNN은 전했다.

이란 정부는 아바시가 “소화 문제”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의료진은 CNN에 이란 정부가 사실과 맞지 않은 발표를 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한 의료진은 “아바시를 보고도 풀어주지 못할 때 미칠 듯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이란 정부는 아바시가 현재 이란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고 밝혔다.

CNN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17세 소년의 증언도 보도했다.

시위 중 붙잡혔다는 이 소년은 CNN에 교도관으로부터 성폭행과 전기 고문을 당했다고 밝혔다.

소년은 “다른 남자 (피해자) 4명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이란 시위에서는 특히 여성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구금 된 여성들이 구타를 당하거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란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로 가득 찬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역에서 총기를 발포하거나 여성을 마구 때리는 내용의 동영상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란 히잡 시위 과정에서 1만5000 명이 체포되고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