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새, 이곳에 다 있네
이경호 2026. 5. 9. 20:08
베트남 짬침국립공원의 습지서 만난 덤불해오라기와 열대붉은해오라기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달 18일부터 23일에 방문한 베트남 짬침국립공원의 습지는 낯선 새들로 가득했다. 익숙한 백로나 왜가리도 있었지만, 시선을 오래 붙잡은 것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해오라기들이었다. 갈대숲 가장자리에서 짧게 솟구치듯 날아오르던 덤불해오라기, 그리고 먼 거리에서 붉은 몸빛만 남긴 채 사라지던 열대붉은해오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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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짬침국립공원 전경 |
| ⓒ 대전환경운동연합 |
해외 탐조의 가장 큰 떨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새를 다른 나라에서는 일상처럼 만나는 경험과 우리나라 존재하지도 않는 낯설고 이름조차 없는 새들도 있다. 1만여 종에 가까운 새 중에 대한민국에는 약 600종 내외 밖에 서식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새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작은 우물에 불과하다. 철새들은 국경도 없이 날아다니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우물 안에서 보는 하들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베트남에서 가장 깊게 남은 새 중 하나는 덤불해오라기였다. 덤불해오라기는 왜가리과에 속하는 적은 해오라기류로, 갈대와 습지 식생 속에 몸을 숨기는 능력이 뛰어나다. 위협을 느끼면 목을 세운 채 갈대 줄기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갈대의 움직임을 한다. 이렇게 되면 덤불해오라기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정도의 위장이 된다. 국내에서는 이동 시기나 일부 번식 기록 정도만 드물게 확인되며, 대부분 짧은 비행 장면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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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냥을 시작하는 덤불해오라기 |
| ⓒ 이경호 |
실제로 국내 탐조 현장에서는 "날아가는 것을 잠깐 봤다"는 경험담이 흔하다. 완벽에 가까운 보호색 때문이다. 이번 베트남 탐조에서도 처음에는 비행 장면만 보았다. 그러나 짬침의 넓은 습지에서는 비교적 개체수가 많았고, 덕분에 몇 차례 더 모습을 만났고, 사초과의 풀밭에서 먹이를 찾고 은신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내게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인생사진'에 가까웠다.
같은 해오라기류의 미조 열대붉은해오라기를 만났다. 미조는 탐조인들에게 특별한 존재다. 원래 서식 범위를 벗어나 우연히 기록되는 새들이다. 국내에서는 극히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록 자체가 큰 의미가 된다. 하지만 그런 새들도 다른 나라에서는 흔한 번식종이거나 안정적인 서식 개체군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열대붉은해오라기가 바로 대표적인 미조이다. 베트남 습지에서 필자도 처음 본 종이다. 한국에서 희귀 기록으로 남는 새들을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우연이 날아가는 3마리의 열대붉은해오라기에 흥분한 채로 셔터를 눌렀지만 이미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그중 한마리만 1장의 사진에 포착되었다. 열대붉은해오라기를 인생 처음 만난 순간은 이랬다. 열대붉은해오라기는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미조이자 일부섬지에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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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중인 열대붉은해오라기 |
| ⓒ 이경호 |
이후 차량 이동 과정에서 논과 작은 습지에서 비행하는 열대붉은해오라기를 3차례 더 봤지만 차를 세우지는 못했다. 탐조인들에게는 이름 자체가 설렘인 열대붉은해오라기를 확인한 것으로도 만족하지만, 1장의 사진만 기록했다는 아쉬움으로 남는 새다. 이상하게도 이런 만남이 더 오래 남는다. 희미했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순간이다.
열대붉은해오라기 역시 습지 은폐에 특화된 해오라기류다. 붉은 갈색 몸빛은 마른 갈대와 습지 식생 속에서 거의 완벽한 위장을 만든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비교적 넓게 분포하지만, 안정적인 습지 감소와 서식지 훼손은 계속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는 현재 관심대상으로 평가되지만, 지역별 개체군 감소 우려는 꾸준히 언급된다.
덤불해오라기와 열대붉은해오라기는 모두 해오라기류 특유의 조심스러운 생태를 보여준다. 드러나기보다 숨는 데 능하고, 화려한 비행보다 침묵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오히려 습지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새라고 할 수 있다. 두 해오라기가 살아간다는 것은 갈대가 남아 있고, 물길이 이어지며, 계절 변화가 아직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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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신중인 덤불해오라기 |
| ⓒ 이경호 |
베트남의 습지는 한국에서 잃어버린 풍경 일부를 떠올리게 했다. 넓은 사초류와 갈대 군락과 물길, 그리고 그 사이를 스쳐 지나라는 작은 해오라기는 인간이 습지를 개발 가능 면적으로 계산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해오라기 들은 그곳을 생명의 은신처로 사용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운이 좋은 사람에게만 자신의 존재를 허락한다. 우리도 이제 해오라기에게 갈대와 사초를 허락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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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텐다드한 덤불해오라기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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