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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야놀자 창업자 겸 총괄대표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의 '글로벌 여행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야놀자는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 대중화로 플랫폼 생태계가 열리자 모바일 숙박 애플리케이션 '야놀자'를 출시하며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앞으로 다가올 AI시대에는 여행·여가 산업 전반에서 AI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창업자는 이달 2일 경기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 신사옥 텐엑스타워에서 열린 '리이미진 왓 이즈 파서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행 기술 기업은 데이터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행 시장은 △여행자 △여행사 △숙박·외식·레저 업체 △항공사 △예약중개 플랫폼 등으로 구성된다. 야놀자는 시장 참여자들을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이들의 활동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AI솔루션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을 구상했다.
'거래액 27조원'은 여행 빅데이터 축적 방증
이 창업자가 여행 특화 AI솔루션 사업의 성장을 자신하는 것은 자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놀유니버스 플랫폼(야놀자+인터파크트리플)에서 숙박·레저·외식·항공 등을 기업·소비자간거래(B2C)용으로 판매한다. 이와 함께 트립닷컴·아고다 등 여행중개 플랫폼에 야놀자 제휴점이 보유한 상품을 연결하는 기업간거래(B2B) 솔루션을 제공한다. 호텔 자동화 솔루션 구독과 실시간 가격책정 솔루션 등으로 광고대행사, 전 세계 숙박업소와도 거래한다. 이를 통해 여행 시장 참여자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것이 야놀자의 설명이다.
야놀자는 여행중개 플랫폼 B2C 서비스와 B2B AI솔루션의 판매량이 늘수록 관련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다. 방대한 여행 데이터를 쌓아 AI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다. 지난해 야놀자의 거래액은 27조원으로 전년 대비 186% 증가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를 두고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 대표는 "이른 시간 내 거래액을 100조원까지 늘리겠다"며 데이터 확보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에서 2조원 넘는 투자를 유치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야놀자의 여행특화 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한 AI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200개국 서비스 진출 비결은 현지 업체 인수
지난해 야놀자의 통합거래액 27조원 중 약 70%는 해외에서 나왔다. 야놀자는 28개국에 약 70개 사무소를 두고 200개 이상 국가에 AI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야놀자가 해외사업장 수를 늘린 주요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야놀자는 전 세계 시장에서 크고 작은 여행·여가 인벤토리 기업을 인수했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 현지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아 선택한 방법이다.
야놀자의 해외사업장 확장은 연결 대상 종속기업 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야놀자의 연결 대상 회사 수는 전년보다 14개 늘어난 66개다. 이 중 지난해 플랫폼 부문 물적분할 이후 인터파크트리플과 합병한 '놀유니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를 M&A로 세웠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의 여행 인벤토리 기업 7개를 신규 취득해 연결대상 회사로 만들었다.
특히 야놀자는 2023년 인수한 '고 글로벌 트래블(GGT)'을 주요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GGT는 북미·유럽·중동 지역에서 호텔객실·항공권 판매, 현지 차량 렌털 등을 관리하는 B2B기업이다. 야놀자는 이런 기업을 인수해 AI 솔루션의 글로벌 공급을 확대했다.
이 창업자는 "B2C, B2B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이 성장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여행·여가 산업의) 자동운영을 실현하는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바일시대를 지나 AI라는 거대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