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규제 전쟁…한국판 생존 전략 관건 [AI기본법 시행 100일③]

김지현 2026. 5. 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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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I 규제 원년…현장 안착 도모
EU, AI Act 공식화…규제 체제 공식화
미국, 연방 기관별 안전·보안 기준 세워
정부 “기업 기술 발전, 해외 동향 점검”
보스턴의 한 휴대폰에 챗GPT가 생성한 컴퓨터 화면 이미지에 표시된 오픈AI의 로고가 보이고 있다.ⓒ뉴시스

인공지능(AI) 규제를 둔 글로벌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 시행의 원년으로 삼고, 현장 안착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 등 해외 사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법(EU AI Act)을 발효해 위험기반 규제 체제를 공식화했고, 미국 역시 AI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 등 연방 기관별 안전·보안 기준 등을 구체화했다.

AI 규제를 둔 이같은 글로벌 움직임 속 AI 산업을 보호하고, 규제기관의 투명성을 조율할 수 있는 한국판 생존 전략이 관건이 되고 있다.

EU, 세계 첫 포괄적 AI 규제…8월부터 적용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AI페스티벌 2026에서 엄마와 아이가 가정용 생활 반려로봇 '케미프렌즈'와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AI 규제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단연 EU다. EU는 지난 2024년 8월 ‘EU AI Act’를 발효했다. 사실상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AI Act의 가장 큰 특징은 단계적으로 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데 있다. AI Act는 AI의 위험도를 ▲금지된 AI 관행 ▲고위험 AI 시스템 ▲제한적 위험 ▲최소 위험 등 네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최소 위험의 경우 별도의 규제가 없다. 투명성 위험은 사칭이나 조작, 기만 위험이 있는 시스템으로 ‘딥페이크’, AI 생성 콘텐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위험관리 체계, 데이터 거버넌스, 기술문서 작성·관리, 인간 감독(humanoversight), 정확성·강건성(robustness) 확보 등 을 명시했다. 인간의 생체 정보 수집이나 사회적 점수 부여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금지된 위험'은 사용이 어렵다.

우계환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법제도연구실 AI혁신정책센터 연구위원은 ‘글로벌 AI 규제 환경 변화와 지식재산 전략의 재편’을 통해 EU의 AI Act가 단계적 적용 체계·집행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우 연구위원은 “오는 8월부터 고위험 AI시스템에 대한 핵심 준수 의무가 적용될 예정”이라며 “기존 규제 제품에 내장된 고위험AI 시스템의 경우 제도 전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내년 8월까지 유예기간이 설정돼 있다”고 했다.

이어 “2026~2027년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이 규제기관에 공개해야 하는 기술 정보의 범위도 점차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앞서 AI 규제에 칼을 빼든 EU도 규제 집행에 따른 IP리스크는 존재한다. 기업이 규제기관에 의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안전성·책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특허 보호와 발명자성, 영업비밀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잖기 때문이다.

미국, 유연 규율·중국, 강제 표시…AI 규제 대조

미국은 법적 강제력보다는 실질적 가이드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규제의 칼날을 세우면서도 자국 기업의 기술 주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3년 ‘AI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AI RMF)를 발표하며 연방 기관별 안전·보안 기준을 구체화했다.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의 AI 안전·책임 중심 행정명령을 재검토하고, 과도한 규제 철폐와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AI 행동계획(Action Plan) 수립을 지시했다.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전환을 단행한 것이다.

올해 3월에는 국가 AI 정책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미국의 차세대 AI 거버넌스를 구체화했다.

우 연구위원은 “미국의 AI 규율은 고정적 체계가 아닌, 행정부의 정책 지침과 사법부의 개별 판단이 상호작용하며 실질적 규범을 형성하는 유동적·병렬적 구조가 특징”이라며 “저작권·특허 등의 핵심 쟁점은 입법이 아닌 행정 지침과 사법적 경로로 구체화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다층적 판례 모니터링이 필수”라고 봤다.

지난해 AI업체 ‘딥시크(DeepSeek)’를 등장시킨 중국은 2025년 9월 시행된 ‘인공지능 생성·합성 콘텐츠 식별 방법’을 국가 강제성 표준과 연계, AI 생성물에 대한 식별 표시를 의무화했다. 정부가 사전 통제하는 행정 통제형 규제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규제와 산업 사이 ‘균형 시험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데일리안DB

글로벌 규제 움직임 속에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영업비밀 보호와 규제 투명성 사이의 충돌이다.

규제 당국은 AI 모델의 편향성과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의 출처,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 등 핵심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다. 학습 데이터의 상세 내역이 공개될 경우 후발 주자에게 기술이 유출될 수 있고, 알고리즘의 세부 사항은 특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AI 기본법이 단순한 규제를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와 한국적 특수성을 조화시키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AI의 안전성 및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해 내년 말부터 규제를 본격 시행한다. 이에 앞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해외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 ‘필요 최소한의 규율’로 산업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산업 발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관련 사업자에 대한 의무를 필요 최소한으로 규정하고, 신뢰 조성을 위한 규율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 법안은 시행 중이나 사실조사나 과태료 부과 등 실질적인 집행은 유예된 상태다. 해외 규제 동향과 우리 기술의 발전 속도를 검토하며 최소 1년 이상의 충분한 계도 기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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