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0원 밑으로 내려온 환율…유가·외인·금리가 향배 좌우

이기민 2026. 7. 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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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ADR 상장 관련 달러 유입
외국인 국내 주식시장 순매도 감소 영향
3분기 환율, 외국인 국내 증시 투자와 유가가 좌우

1500원 중반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일주일째 1490원 아래에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향후 환율 흐름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추이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자금 흐름, 한미 금리 차 등이 좌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554.4원(매매기준율)으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해 22일 1475.6원까지 내렸다. 15일 1492.2원을 기록하며 1500원 선이 무너졌고, 16일부터는 1490원을 넘지 않은 채 1470~148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58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주간 종가) 대비 13.2원 내린 1468.4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재개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관련 달러의 국내 유입과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감소, 정부의 환율 안정 정책 등이 원화 가치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ADR 상장 자금(265억달러)은 지난 14일부터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자금 유입은 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수출업체의 환 헤지 물량이 증가한 점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에서만 50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이달 1~10일에는 순매도 규모를 24조원으로 줄였다. 이어 13일부터 22일까지는 3조67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구두 개입,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도 원화 가치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향후 원·달러 환율에 외국인 수급 동향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 ADR 상장 이후 수급 여건이 개선됐고, 7월 들어 외국인 순매도가 줄어든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향후 순매도 규모가 얼마나 더 줄어드는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주가가 조정되면서 외국인 매도가 줄고 환율도 내려가는 동조화 흐름이 나타났다"며 "주가가 오르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다시 늘면서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동조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동 전쟁 재개에 따른 유가 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여부에 따른 한미 금리 차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했을 당시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내렸던 국제유가는 최근 80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2.95% 오른 배럴당 86.83달러에 마감했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3.36% 급등한 배럴당 94.07달러를 기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아직 현재 수준을 익숙한 변동 범위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이 범위를 넘어서면 외환시장의 반응도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관건이다. 오는 30일 새벽(한국시간) 열리는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현재 3.75%인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금리 차가 다시 벌어져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 있다. 반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다음 달 환율이 다시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최근 원화와 동조화 흐름을 보였던 엔화의 약세가 지속되면 환율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박상현 이코노미스트와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와 고용지표를 고려할 때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3분기까지는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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