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표적’ 신와르, 이스라엘 훈련부대원들에 당했다
가자 남부 라파서 교전 중 사살
‘저항의 축’ 수뇌부 사실상 궤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1인자 야히야 신와르는 생전 마지막 순간에 이스라엘군 드론(무인기)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며 무기력하게 저항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본토 기습과 민간인 납치를 주도했고, 지난 7월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임명돼 가자지구 전쟁을 지휘했던 신와르는 숙련도가 떨어지는 훈련부대원들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에 “신와르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날것의 영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48초 분량의 드론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드론은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2층 창문 안으로 들어갔고,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소파에 앉은 사람과 마주했다. 이스라엘군은 영상 속 인물을 신와르라고 설명했다.
신와르는 소파에서 피신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드론을 바라보더니 막대기를 던졌다. 영상은 드론이 막대기를 피한 뒤 신와르를 다시 비추는 장면에서 끝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움직이지 않은 신와르가 이미 부상을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애 따르면 신와르를 사살한 부대는 소대 지휘관 육성 과정의 마무리 단계를 밟아가던 훈련생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탈알술탄 지역에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하마스 전투원들과 마주쳤다. 교전 끝에 하마스 전투원 3명을 사살했는데, 그중 1명이 신와르였다.
부대원들은 당초 하마스 전투원 중 신와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교전을 끝내고 수습한 시신 1구의 눈 옆 사마귀와 치열 상태를 보고 곧바로 알아챘다고 NYT는 전했다. 신와르의 신원은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스라엘군은 이튿날인 17일 성명에서 “정부와 신베트(정보기관)가 1년간 추적해 온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신와르가 사망한 곳은 미국·이스라엘 정보당국도 예상하지 못한 장소다. 신와르는 그동안 이스라엘 인질들과 함께 땅굴에 은신했거나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만 됐을 뿐 행적이 묘연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신와르 사살 현장에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소속 인물의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신와르는 1989년 이스라엘 군인 등을 살해한 혐의로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20여년을 복역하고 2011년 포로 교환으로 석방된 뒤부터 하마스의 테러 활동을 주도했다. 미국은 2015년 그를 국제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2017년부터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통치했던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끌고 간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설계했다. 지난 7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사망한 이스마일 하니예의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어받아 최근까지 가자지구 전쟁을 이끌었다.
하마스 1인자가 사망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신와르의 사망으로 구심점을 잃은 하마스는 앞으로 전쟁 수행 능력은 물론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 통치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인 ‘저항의 축’에서 두 핵심 주체인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각각의 수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사실상 궤멸한 상태가 됐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27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레바논 지하 벙커에서 폭사한 뒤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았다. 타스통신은 레바논 매체를 인용해 “하마스 해외 조직 책임자 칼레드 마샤알이 새 수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 본토를 최소 180발의 미사일로 공격한 뒤 반격에 대비하던 중 신와르의 피살로 허를 찔리게 됐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신와르를 ‘순교자’로 추대하며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때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거론했던 헤즈볼라도 태도를 바꿔 “확전하는 단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주민이 마침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인질)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가자지구 작전이 향후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편을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하마스는 이제 10월 7일 같은 테러를 다시 감행할 능력이 없다”며 “곧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대화하겠다. 인질을 데려오고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의 통치를 받지 않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의 기회가 왔다”며 “신와르는 이런 목표에서 넘어설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그 장애물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7일 위스콘신주 유세를 위해 찾은 위스콘신대에서 신와르의 사망과 관련해 “정의가 실현됐다. 그 결과로 미국과 이스라엘, 전 세계는 더 좋아졌다”며 “가자지구에서 마침내 전쟁을 끝낼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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